메뉴 건너뛰기

close

탐욕의 종말 세계 금융 위기에 대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들려준다.
탐욕의 종말세계 금융 위기에 대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들려준다. ⓒ 한겨레출판

실재하지 않는 돈을 지구 전체 생산량의 8배에서 45배까지 불린 세계 금융 시장의 마피아들, 그들을 등에 업고 또 다른 돈 장사를 시작했던 세계 자본주의가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아니 사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세계 통제를 꿈꾸며 꾸며내는 고도의 계략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2007년 10월 이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주식시장은 마침내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와  AIG 몰락을 가져왔다.

 

<탐욕의 종말>은 경제담당 에디터이며 사회정의와 세계화에 관련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사회문제와 금융위기에 관한 글을 쓰는 폴 메이슨이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 현장을 스케치 하듯 순차적으로 서술하며 금융공룡의 추악한 실체를 드러낸 글이다.

 

이미 2000년대 중반 시장붕괴와 경제 상황의 위기를 점치며 끊임없이 경고해왔던 일들이 현실화되자 여진을 두려워하는 많은 나라들이 소문도 없이 예금을 인출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어느 나라건 자체 생산력의 몇 배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한 순간 몰락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탐욕의 종말> 1부에서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부터 2008년 10월 중순 전 세계에 걸친 정부의 구제 금융까지 금융붕괴 과정을 생생한 수치와 보고서, 방송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리먼 브러더스 뉴욕 본사는 더 이상 월가에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금융의 중심지에 없다는 말이다. 리먼은 9.11 테러가 발생한 뒤 7번가에 위치한 수수한 고층건물로 이사했다.

그 건물의 전면에는 거대한 LCD 전광판이 뻔뻔스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 전광판은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를 가로질러 폭격기들이 강하하고 해질녘 다리를 지나고 사막의 깊은 협곡을 탐색하는 영화 <발키리Valkyrie>에 나오는 장면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마티니 광고와 같이 허구로 가득 찬 투자은행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저자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15일 월요일부터 한 주간을 디트로이트, 워싱턴, 런던, 뉴욕에서 생중계를 하듯 생생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그의 글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킨다.

 

저자는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인지부조화 현상에 빠져 있다고 일갈한다. 그는 금융파국을 보며 2003년 부시 행정부가 전후 복구에 대한 계획도 없이 오직 무소불위의 행정력과 시장에 대한 믿음만으로 전쟁에 돌입했던 때를 상기시킨다.

 

이것은 불가사의하게도 이라크 전쟁에 뛰어들던 상황과 너무 비슷해요. 우리는 이 행정부에서 경제 기반이 튼튼하다고 수도 없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새 갑자기 그들은 경제가 붕괴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금융 붕괴의 씨앗은 이미 10년 전부터 싹트고 있었다. 그것은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해 만들어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급격한 증가가 뿌린 재앙이다. 제 2부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위기를 몰아 온 지난 10년간의  비열한 금융 음모를 다룬다.

 

생산력과 상관없이 무작정 돈을 찍어 낸 금융 자본가들은 예금액이 없거나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조차 주택가격의 95퍼센트까지 돈을 빌려주었다. 수수료와 상환액을 무한정 챙기기 위해서였다.

 

한 전임 직원은 그런 대출들이 컨츄리와이드에 많은 이익을 몰아주었다고 말한다.. 회사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꾸준하게 수수료 수입과 상환액을 챙겼고 그 대출상품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팔기 위해 증권으로 다시 포장했다. 주택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한, 돈을 빌린 사람, 돈을 빌려준 사람, 투자자 모두 승리자인 것처럼 보였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월가의 탐욕스러운 수요는 그 탐욕을 그칠 줄 몰랐고 그 단초는 투자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만일 월가가 음모를 꾸며서 엄청난 양의 의약품과 의료 기구를 사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거기서 이득을 챙긴다면, 그래서 필수 의료품이 병들고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제공될 수 없다면, 사회는 당연히 분노할 테지요. 그런데 미국인은 왜 자기 식구들을 먹겨 살리고 자동차를 굴리고 난방을 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는 거죠?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식량 폭동이 일어났고 아이티, 방글라데시, 이집트로 번졌다. 저개발 국가에서는 중산층조차 병원 가기를 포기하고 고기 먹는 것을 끊어야 하루 세 끼를 해결할 수 있다. 하루 2달러로 사는 빈민층은 학교를 포기하고 푸성귀조차 줄여야 겨우 먹고 산다. 하루 1달러로 연명하는 빈민층은 하루에 겨우 한 끼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고, 50센트로 사는 극빈층은 재앙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투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마지막 3부는 신자유주의의 탄생 배경과 종말의 역사를 살펴보고 현재의 위기를 몰고 온 세계 경제 구조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냉전 이후 신자유주의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냉전 시기에는 아이들조차 미국이 세계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아이들은 교실 벽에 붙은 지도를 보면서 우리가 저 거대한 빨간색 얼룩들이 슬금슬금 범위를 넓혀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파란색 영역'으로  표시된 시장 민주주의의 확장을 촉진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사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냉전 시대 붕괴 후 군사 초강국으로 우위를 점한 미국은 세계 경제를 손아귀에 넣고 통제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그 괴물은  자유교환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가족, 씨족, 국가, 계급 같은 단일체를 철저하게 파괴하는 방향으로 밀고 왔다. 사실 신자본주의라는 괴물이 탄생하기 전 자본주의는 지난 200년 동안 잘 작동해 왔다. 그러나 이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곤경에 몰아넣고 있다.

 

그러면 어떤 대안이 있는 것일까? 저자는 '투쟁 없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세계화 운동을 하는 다양한 세력은 '세계를 상대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하'는 비사회주의적 급진주의자인 솔 알린스키의 선언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 선언은 점점 전 세계 노동조합의 조직 강령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사회정의를 위해 싸우는 전 세계 운동가들의 행동지침이 되고 있다.

 

저자가 경고하다시피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경제 모델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야 사회정의가 살아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몰락의 마지막 길을 걷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용기 있게 결별하는 개인과 국가만이 새로운 가능성을 엿 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탐욕의 종말/폴 메이슨 지음. 김병순 옮김/한겨레출판


과식의 종말 - 탐욕스러운 식욕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데이비드 A. 케슬러 지음, 이순영 옮김, 박용우 감수, 문예출판사(2010)


#금융붕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