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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영상>이 다시 불방되며 'YTN 장악 시즌 2'에 대한 언론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11일 YTN의 간판 프로그램인 <돌발영상>은 또다시 전파를 타지 못했다. 10일 배석규 YTN 사장직무대행이 <돌발영상>을 제작하던 임장혁 기자에 대해 사전 통보 없이 '대기 발령'을 내려 제작이 중단된 탓이다.

 

임 기자는 구본홍 사장 시절 '사회 1부'로 발령 난 이후 두 달가량 후임자에게 인수인계 절차를 밟으며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기간이 너무 짧아 임 기자가 빠진 상태에서 정상적인 제작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임 기자는 "갑자기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겨 허탈할 뿐"이라며 "최소한 3~4개월 정도 인수인계를 마쳐야 후임자가 제대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터라 당분간은 방송이 힘들 것 같다, 지금 남아 있는 제작진의 노력을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부활 4개월 만에 다시 중단된 <돌발영상>

 

이번 불방 사태는 지난 4월 20일 <돌발영상>이 부활한 지 4개월만이다. 이전에도 <돌발영상>은 구본홍 전 사장 취임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8일, '낙하산 반대' 투쟁으로 제작진 중 임장혁·정유신 기자가 해직과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아 중단됐었다.

 

임 기자에 대한 이번 대기발령에 대해 회사측은 사규에 따른 인사조치일 뿐이라는 태도다. YTN 사규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대기발령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기자는 현재 '구본홍 반대' 투쟁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배석규 대행이 예상되는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임 기자에 대한 대기발령을 내린 것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 '손보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배석규 대행 본인도 간부회의에서 인사조치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돌발영상>이 최근 들어 공정성을 잃었다, 지난 금요일 쌍용차 경찰 진압을 일방적 행위만 담아 악의적으로 제작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돌발영상>은 YTN의 대표적 인기 프로그램이지만 의미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 4월 20일 오랜 싸움 끝에 부활한 <돌발영상>은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 YTN 노조가 거둔 승리의 상징이었다.

 

내용 또한 정치권력에 뼈아픈 비판과 풍자를 거침없이 담아냈다. 그만큼 현 정부에는 눈엣가시다. 특히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최근 세 편의 <돌발영상>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청와대 곤혹스럽게 한 <돌방영상> 손보기?

 

 

지난 6월 15일 '과거와는 거꾸로…!' 편에서 <돌발영상>은 야당의 길거리 정치를 비판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과 함께 서울시장 시절 사학법 반대 촛불 집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 이상득 의원 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내보내며 그들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또 같은 달 30일에 방영된, 이 대통령의 첫 번째 서민 행보인 이문동 재래시장 방문을 다룬 '살기 좋은 세상' 편에서는 서민행보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상인들이 한목소리로 "대형마트 때문에 죽겠다"고 하소연하는데도 이 대통령은 대형마트 규제는 위헌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요즘은 농촌에서도 인터넷으로 하면(주문하면) 보내주는데 시장에서는 안 보내주느냐"며 엉뚱한 인터넷 직거래를 대안으로 제시하거나 "예전에 내가 노점상 할 때는 끽소리도 못하고 하소연할 데도 없었는데 지금은 이야기할 데라도 있으니 좋아졌잖아, 세상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돌발영상>은 또 지난달 15일, '대통령의 원대한 구상' 편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은 이 대통령이 내놓은 '영구적 수해대책'을 풍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수해가 나면 대피시키고 집을 고쳐주는 것은 미봉책이라며 "강원도의 산골 등 피해가 나는 외딴 마을은 안전한 지역에 모아서 (살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대안을 내놨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독재적 발상'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또 6월 25일 '말떨어지기 무섭게' 편에서는 "정부를 견제하겠다"던 한나라당이 실제로는 공무원 시국선언 사법처리, 국회 소집, MBC PD수첩 수사 관련 경영진 사퇴, 서민 정책 등에 대한 이 대통령과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이 나오면 바로 맞장구를 치거나 실무에 착수하는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런 <돌발영상>의 거침없는 풍자와 비판에 대해 정치권력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비판하거나 때로는 방송 삭제 압력이 가해졌다. 지난해 3월 7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삼성 떡값 의혹 인사' 명단 발표 1시간 전에 미리 반박 브리핑을 한 것을 다룬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대표적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청와대의 수정 요구로 삭제됐다가 내부 기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일주일 만에 복구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YTN은 시청자 사과문을 게재했고 청와대의 외압 여부에 대한 논란에도 휩싸였다.

 

 

YTN 노조, <돌발영상> 살리기 돌입... "대기발령은 원천 무효"

 

YTN 노조는 돌발영상을 다시 살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돌발영상> 제작 중단을 불러온 임장혁 기자에 대한 인사발령의 무효를 선언하고 필요할 경우 법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또 12~13일에 걸쳐 배 대행에 대한 불신임 투표도 진행할 계획이다.

 

YTN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어렵게 부활한 <돌발영상>을 다시 없애고 돌발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PD인 임장혁 기자를 대기발령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해고했다"며 "임장혁 기자에 대한 대기발령은 최근 <돌발영상>이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데 대한 저질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단체협약 22조는 대기발령의 경우 노조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측은 임장혁 사원과 관련해 노조와 어떠한 사전 협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며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도 사측에 발송했다.

 

노조 관계자는 "배석규 대행이 직접 7일자 돌발영상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임장혁 기자에 대한 대기발령이 징계임을 시인했다"며 "노동관계법상 징계는 단협에 규정된 절차를 지키게 돼 있다,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법적인 대응과는 별도로 현재 남은 <돌발영상> 제작진은 방송 재개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투권 기자는 "재개시점을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돌발영상>의 질이 전보다 좀 떨어지더라도 방송을 제작해서 내보낼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YTN 장악 시즌 2'에 맞서 YTN노조의 '방송장악 저지 시즌 2'도 본격화하고 있다.


#돌발영상#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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