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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사소송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법원에 소송을 내야 시작된다.
민사소송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법원에 소송을 내야 시작된다. ⓒ 정대희

"회사원 A씨는 직장 동료가 급하다기에 돈 1천만 원을 빌려주었다. 동료는 사정이 좋아진 것 같은데도 1년이 지나도록 돈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놓고도 새 차 뽑고 해외여행 가고 남들 할 건 다한다. 아무리 독촉을 해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니 괘씸하기 짝이 없다."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으니 투자하라는 친구의 권유에 퇴직교사 B씨는 퇴직금을 몽땅 내주었다. 성공하면 곧 두 배로 재산을 불려준다고 호언장담하던 친구는 1년 만에 투자금을 다 까먹어버렸단다. 이익금은 고사하고 원금 회수도 불가능해진 상황. 이제 보니 애초부터 퇴직금을 노리고 딴 짓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당신이 A씨나 B씨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1. 대화로 슬기롭게 해결한다.
2. 주먹이나 힘을 써서 돈을 돌려받는다.
3. 법의 도움을 받는다.

물론 정답은 없다. 그래도 굳이 해설을 붙이자면 1번은 도덕책에서나 볼 수 있는 현실성 없는 방안이고, 2번은 효과는 있겠지만 뒷감당이 곤란한, 위험한 방법이다. 

만일 3번을 선택했다면 다시 한 번 묻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법의 도움을 받겠는가.   
1. 법원에 소장을 낸다.
2. 경찰서에 고소장을 낸다.
3. 변호사를 찾아간다.

법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1번을 택할 것이다. 그게 가장 합법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하지만 대다수는 2번과 같이 경찰서로 향할 유혹을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왜냐고? 그래야 돈을 빨리 돌려받는 걸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3번을 고른 사람은? 이 글을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돈을 받아내거나 보복하는 수단으로 형사고소를 하고 있다. 한 해에 고소당하는 사람만 50만 명이 넘는다. 고소는 정말로 손쉬운 해결책일까.

민사와 형사, 번지수를 잘 찾아야 한다

먼저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많은 이들이 소장과 고소장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부터 짚어보자.

민사소송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월급이나 빌려준 돈을 제때 주지 않을 때, 물건값이나 공사대금,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했을 때, 그밖에 상대방이 계약을 어기거나 손해를 입혔을 때를 떠올려보면 된다.

민사소송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이 법원에 소송을 내야 시작된다. 이때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가 '소장'이다. 소장에는 원고(소를 제기하는 사람)가 피고(소송을 당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어떤 근거로 청구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대신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를 바탕으로 누구 말이 맞는지 판결한다. 민사 사건은 누구나 원고가 될 수 있고, 피고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건 국회의원이건 연예인이건 소송을 당한다면 피고가, 소송을 건다면 원고가 되는 것이다.

며칠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인 에이미트㈜가 배우 김민선씨와 MBC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며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민선씨가 고소당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민사에선 고소 대신 제소라는 단어를 써야 맞다(법률용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기사 '바람난 남편, '고소'할까 '고발'할까'를 참고하기 바란다).

민사소송에 졌다고 해서 전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터무니없는 소송도 많기 때문에 상대에게 법적인 책임을 질 일을 하지 않았다면 두려워할 일도 없고, 수치스러워 할 일도 없다. 만일 소송 도중에 당사자끼리 합의를 보고 취하를 한다면 재판도 중단된다. 법원도 더 이상 관여할 여지가 없게 된다.  
   
이와 달리 형사소송은 처음부터 국가(수사기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형사소송은 국가가 형벌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어겼을 때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살인·강도·강간·폭행·절도·사기 범죄 따위를 놓고 유·무죄를 다투는 것이 형사재판이다. 형사 재판의 당사자는 범죄를 처벌하려는 검사와 이에 맞서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는 피고인(과 변호사)이다.

형사사건의 피해자는 당사자가 되지 못한다. 다만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범죄자를 처벌해달라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고소'라고 하고, 고소 내용을 적은 서류가 바로 고소장이다. 고소장에는 고소당하는 사람(피고소인)이 어떤 범죄를 어떻게 저질렀는지를 사실대로 적으면 된다.

법원이 당사자들을 부르는 방식도 다르다. 민사사건은 원고와 피고에게 재판에 출석하라고 '통지'하지만, 형사사건에서는 피고인을 '소환'함으로써 강제성을 띠게 된다.   

소장은 법원에, 고소장은 경찰·검찰에

소장과 고소장의 차이는 민사냐 형사냐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장을 내면 법원은 반드시 판결을 해야 한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가 타당한지를 밝힐 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대신 소장에는 청구하는 금액에 따라 인지대 등 소송비용을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반면, 고소장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촉구하는 뜻을 담은 서류일 뿐이다. 따라서 고소장을 냈더라도 반드시 형사 법정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다(물론 예외적으로 간통죄·강간죄처럼 고소가 있어야만 기소하고 처벌할 수 있는 죄가 있는데 이를 친고죄라고 한다).

형사사건을 수사단계에서 법원으로 넘기는 것(기소)은 현행법상 검사의 고유권한이다. 피해자가 비장한 심정으로 고소장을 냈더라도 검사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기소 전에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다.  

물론 민사와 형사가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절차라고 할 수는 없다. 어떤 행위는 민·형사상 책임을 함께 묻기도 한다. 만일 인터넷에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동시에 민사로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직원의 월급을 제때 주지 않은 사장이나 회삿돈을 빼돌린 직원은 근로기준법 위반, 횡령죄로 형사 법정의 피고인으로 서게 되고, 더불어 민사 재판의 피고가 되어 돈을 물어내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형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내용은 민사 재판에서 유력한 증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설사 형사처벌을 받았더라도 상대방이 순순히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결국은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형사 고소 사건, 재산범죄 비중 높아... 민사로 해결할 수도

우리나라 고소 사건의 상당수는 민사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대부분의 고소는 사기·횡령 등 재산범죄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피고소인 중에서 실제 처벌을 받는 사람은 1/5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추세를 보면 개인의 채권 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수사기관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처음의 사례로 가보자. A씨나 B씨가 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우선, 고소를 하기 위해서는 피고소인의 행위가 범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A씨에게 돈을 갚지 않고 있는 직장동료는 사기를 친 것일까. 사기죄는 처음부터 돈을 갚을 뜻도, 능력도 없었을 때라야 처벌할 수 있다. 단순히 돈을 늦게 갚는다는 사실만으로는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 대법원의 판례도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환경·범행의 내용·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2004도3515 판결 등)는 입장이다.

B씨의 친구도 사기·업무상 횡령죄로 의심을 살 수는 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사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돈을 빼돌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업에 투자했다면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형사고소가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섣불리 고소했다가는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상대방이 무혐의나 무죄로 밝혀지는 날에는 오히려 무고죄로 역공을 당할 수 있다.

소송은 애초에 번지수를 잘 찾아야 한다. 돈을 받으려면 법원에 소장을 내서 민사소송을 통해 답을 찾아야 하고, 범죄자를 벌하려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내서 검사의 기소를 통해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특히 금전 문제라면 비록 상대방이 괘씸하더라도 고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고소장과 소장 어떻게 작성하나
한밤중에 서울 종로 거리를 걷다가 마포에 사는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다면 어디에 고소를 해야 할까. 이때는 종로나 마포 관할 경찰서를 찾아야 한다.

고소장은 피고소인이 현재 있는 곳이나 주소지, 범죄가 일어난 곳을 관할하는 수사기관(경찰과 검찰)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관할 검찰청에 낼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수사는 경찰조사를 거쳐 검찰로 넘어가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소장은 경찰서에 내는 것이 낫다. 

고소장은 특별한 형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밝히고 처벌의사와 범죄사실을 적으면 된다 . 고소장을 작성할 때는 6하 원칙에 맞게 시간 순서대로 정확하게 적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할 점은 주관적인 감정에 치우쳐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쓰는 것은 삼가야 한다. 또한 정확하지 않은 사실은 나중에 확인한 후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으므로 섣불리 기재하지 않는다. 

경찰이나 검찰은 고소장이 접수되면 고소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고소인을 다시 불러 조사를 하며 필요한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질심문을 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반면, 민사사건의 소장은 조금 어렵고 엄격하다. 먼저 관할이 복잡하다. 피고의 주소지 법원에 소장을 내는 것이 제일 무방하다. 하지만 물품대금·손해배상·대여금·손해배상 등은 원고의 주소지(채무이행지)에 낼 수 있고, 어음 수표사건은 지급지 등에 관할이 있으므로 해당 법원에 확인한 후 접수하는 편이 낫다. 소장을 접수하려면 청구금액에 맞는 인지대금과 우편 송달료를 내야 한다.

소장은 일정한 형식이 있다. 소장에는 당사자의 이름과 주소, 청구취지, 청구원인을 반드시 적어야 한다. 청구취지란 원고가 소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론을 말한다. 예를 들어 "1천만 원을 지급하라", "건물을 인도하라"는 문구가 청구취지에 해당한다.

청구원인이란 어떤 근거로 피고에게 청구하는지를 밝히는 것을 말한다. 청구원인에는 6하 원칙에 따라 원고와 피고가 어떤 권리와 의무가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소장이나 고소장을 낼 때는 증거서류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좋다. 사건 진행상황에 따라 추가로 서류를 내도 좋다. 고소장과 소장은 각각 대검찰청(http://www.spo.go.kr)과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 에서 양식을 내려받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시작으로 형사고소의 명암이라는 제목으로 고소와 관련된 글을 몇차례 써볼 계획입니다. 고소할 때 유의할 사항, 고소 당했을 때 대처 요령, 배우 송일국 씨 사건을 통해 본 무고죄의 사례 등이 이어집니다.



#고소#민사#형사#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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