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구태의연한 주말드라마, 라는 소리는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오던 바였다. 자식들의 결혼과 사랑, 여기에 더해지는 부모의 결혼반대.

 

그 안에 갈등의 요소는 부모의 연적관계, 원수지간, 출생의 비밀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극의 중심 내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드라마는 사실상 주말드라마가 아니어도 접할 수 있는 한국드라마의 단골이다.

 

물론 홈드라마로서의 가족드라마가 중심을 이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건강한 가족드라마는 그다지 없어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반가웠지만 안타까운 드라마로 전락한 <솔약국집 아들들>

 

그래서 <솔약국집 아들들>은 참 반가운 드라마였다. 건강하면서도 유쾌하고 밝은 홈드라마를 만나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흔이 다 돼가는 노총각 큰아들과 작은아들,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셋째 아들, 공부를 못하는 막내아들까지. 네 명의 아들과 솔약국 집안의 이야기가 소박하지만 건강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하지만 2회 연장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지금, 소박이 주는 미덕을 잃어버렸다. 별다른 내용을 이어가려 했기 때문인지 억지스러운 설정과 뻔한 스토리 전개가 등장해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물론 <솔약국집 사람들>도 장성한 아들들의 결혼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었다.

 

소재 면에서는 색다른 점은 없었다. 따지고 볼 때 그렇지만 네 명의 아들들이 벌이는 결혼과 사랑은 유쾌했다. 하지만 아들들의 애정행각이 본격화되면서 짜증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진풍(손현주)과 대풍(이필모)가 수진(박선영)을 함께 좋아하면서부터 갈등이 유발되기 시작했는데 시청자들은 삼각관계가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우려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로 벌어진 것. 진풍과 수진, 대풍과 복실(유선)의 애정행각이 점점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갈등의 원인이나, 사건의 개연성, 캐릭터의 돌변은 이제껏 건강하고 유쾌한 드라마 모습과는 다른 구태의연한 드라마의 모습으로 둔갑했다.

 

우선 진풍의 어머니 옥희(윤미라)의 행동이 시청자들을 분노케했다. 그동안 옥희는 네 아들을 키우다 보니 과격하긴 했지만 우리네 엄마의 모습과 참 닮아 있어 따뜻한 드라마의 훈기를 불어넣는데 일조했다. 자식들을 위해서는 조금 이기적이었지만 그래도 인간의 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진풍의 결혼반대를 하면서부터 일찍 결혼을 할 수 없다는 수진에게 결혼 불가를 선언했다. 물론 극중에서는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부탁보다는 회유에 가까웠고, 너의 상황을 너가 잘 알지 않냐는 협박보다도 무서운 강요였다.

 

이 같은 상황은 무조건 결혼을 일찍 못한다는 이유로 수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옥희의 행동은 그야말로 결혼반대를 일삼은 주말드라마의 다른 엄마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여기에 진풍은 큰 결심을 한 끝에 수진에게 청혼을 했지만 거절했다.

 

거절을 한 수진의 행동과 40살이나 먹은 진풍이 겨우 엄마의 반대에 술을 잔뜩 먹고 "가정선생님(고민정)과 결혼하기 싫은데 왜 억지로 강요하느냐"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 전부인 그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억지스러운 설정이라 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의 마음이 확고함을 이미 인정한 두 사람이 어머니의 반대에 갑작스레 태도를 돌변한 수진도, 40살 먹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진풍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쯤되면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사기 어렵다.

 

더욱이 대풍과 복실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대풍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에 떠나버린 복실이 제니퍼가 되어 재회한 두 사람의 매회 스토리는 반복적이다. 상황, 배경과 대사만 달라질 뿐 서로 줄다리기를 끊임없이 펼치며 지지부지한 전개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솔약국집 아들들>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마음의 문이 닫힌 복실은 대풍을 향해 냉정한 모습을 유지했고, 돌별한 복실의 태도에 당황한 대풍은 복실과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그 모습에도 흔들리지 않는 복실은 대풍에게 "너무 늦었어요. 더 이상 선생님의 복실강아지는 없어요"라며 대풍의 손을 뿌리치고, 대풍은 오열한다.

 

그런데 문제는 복실이 떠나기 전 수진을 사랑한다고 말한 지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복실에게 연연하는 대풍의 모습도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또한 복실도 대풍에게 냉정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를 완벽하게 거절하거나, 혹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어중간한 태도를 보이며 결국 연장이 되어 이 같이 내용을 질질 끄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게 되었다.

 

또한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는 미풍(지창욱)과 수희(강은비)도 의견이 분분해져 당분간 <솔약국집 아들들>의 아들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짜증을 이래저래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유쾌하면서 밝은 홈드라마의 모습이 당분간 보이지 않을 전망이어서 구태의연한 드라마로 전락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구태의연한 스토리 반복,

<사랑은 아무나 하나>

 

반면 <사랑은 아무나하나>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들이 초반부터 벌어지면서 건강한 가족드라마를 과연 지향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게 했는데, 끝까지 실망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이 <솔약국집 아들들>이 네 명의 아들들의 이야기라면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네 명의 딸들의 이야기라 흥미를 끌었다.

 

하지만 극중에서 그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의 전개와 에피소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극중 초반에는 풍란(지수원)의 바람이 등장하고, 설란(유호정)과 수남(윤다훈)이 이혼을 하고, 금란(한고은)의 아이 장미는 난데없이 정자은행을 통해 만든 시험관 아이이며, 그의 아버지는 금란의 친구 이순신(박광현)으로 밝혀진다.

 

이것이 극의 초반과 중반부에 일어난 일들이다. 전혀 밝고 경쾌한 홈드라마가 아닌 구태의연한 소재들이 총집합에 꿰맞춰 놓은 듯한 스토리이다. 불륜과 이혼, 출생의 비밀 등 이제껏 우리가 보아오던 것들이 총집합해 있다.

 

이 가운데 극의 후반부로 흐르면서 그녀들의 엄마 애숙(박정수)의 첫 사랑이 등장한 뒤로는 내용이 점점 더 꼬여만 갈 뿐 식상함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막내딸인 봉선(손화령)이 사랑한 남자 데니(테이)의 아버지가 애숙의 첫 사랑으로 풍란의 아버지임이 드러나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결혼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그런데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났다. 애숙이 낳은 자식은 폐렴으로 죽고 풍란이 데니의 아버지 딸이 아님이 밝혀졌다. 드라마는 극의 갈등과 반전을 이용해 이야기 구조를 단순화하지 않고 꼬여가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식상함과 상식을 벗어난 전개들이 등장하면서 구태의연한 주말드라마의 전처를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특히 극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들이 현실성이 떨어지면서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비록 시청률이 10%대 중반 정도 나오고 있지만 공감대나 이슈 면에서 다른 여타의 드라마보다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갈등 중에서 설란과 수남이 이혼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현실성이 없다. 의료봉사를 나간 수남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얀티의 도움으로 생명의 위기를 넘기자, 급기야 그녀를 한국으로 데려오고 둘은 불륜으로 오해를 받는다.

 

이러한 설정 자체가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현실감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다. 또한 금란이 시험관으로 낳은 아이가 이순신의 정자였다는 사실도 우연치고는 너무 식상한 전개이다. 이렇듯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현실성이 없거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로 초지일관하고 있다.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구태의연한 드라마로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실패작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전개도 여전할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드라마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솔약국집 아들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