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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금연구역 어떤 사연이 있길래 승용차 조수석에 '금연구역' 표시를 했을까요?
승용차 금연구역어떤 사연이 있길래 승용차 조수석에 '금연구역' 표시를 했을까요? ⓒ 최육상

"요즘 흡연가들은 어딜 가도 골칫덩이로 밖에 대접받지 못하지요. 금연 정류장, 금연 빌딩, 담배꽁초 무단투기 시 벌금, 거리엔 쓰레기통도 없고... 이젠 승용차 안에서조차 금연구역이 있으니... 도대체 담배는 어디서 피란 말이죠?"

 

지난 8월 27일 제가 올린 엄지뉴스입니다. 이 엄지뉴스 사진은 평소 흡연을 하는 사람으로서, 길을 가다 어떤 승용차 조수석에 붙은 '금연구역'이라는 표시가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사연이 있어 보여 휴대전화로 찍은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승용차 안의 금연구역이라는 표시를 보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담배 때문에 단단히 한이 맺힌 운전자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론 '여자 친구 아니면 남자 친구가 조수석에서 죽어라 담배를 피워대는 모양이구나'라고 쓸데없는 상상을 하기도 했지요. 사진을 찍은 날은 더욱이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어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보통 성가신 것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담배 피우기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으로 엄지뉴스에 올렸지요. 그런데 엄지뉴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엄지뉴스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흡연자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줄을 이었습니다.

 

"안 피면 될 거 아니야~~!! 담배 안 피는데 누가 옆에서 담배 뻑뻑 피면서 간접흡연하는 걸 누가 좋아해?!! 당연한 거 아니야!! 담배 피는 사람이 알아서 잘 피든가 싫으면 끊어야 당연한 거 아니야!! 금연정류장이면 참았다가 나중에 피면 되고, 금연빌딩이면 빌딩 밖에 나가서 피면 되고, 무단투기는 버린 놈이 잘못한 거지 쓰레기통이 없으면 가지고 있다가 쓰레기통 보이면 버리고, 당연한 걸 가지고 생난리야."(팔팔)

 

이에 '아랑전사'는 전사답게(?) 용기를 내 흡연자를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흡연자가 공짜로 담배 피는 줄 아냐? 기름값을 상회하는 엄청난 세금을 쳐내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오죽하면 담배는 우리 고장에서 구매하자는 캠페인까지 있냐. 그만큼 나라에 돈을 쳐냈으면 국가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흡연자의 권리와 시설을 확충 해줄 의무가 있는 거지, 세금은 세금대로 받아쳐먹고, 어디서 들은 웰빙?(영어에 이딴 거 없다 be healthy면 몰라도) 바람에 그저 금연구역을 늘리기에만 급급하지. 흡연자들을 뭐라 하지 말고, 그저 이리저리 부화뇌동하는 현 2mb용량의 정부를 욕해라."(아랑전사)

 

그러자 이번에는 세금타령 하지 말라며 반박 댓글이 또 달렸습니다.

 

"비싼 세금 냈으니깐 흡연 공간 만들고 비싼 세금 냈으니깐 내 맘대로 피니깐 어떠냐고? ㅋㅋㅋㅋㅋ 그럼 외제차 타는 사람들은 외제차에 포함된 여러 가지 세금을 많이 냈으니깐 아무 데나 맘대로 달려도 되냐? ㅋㅋㅋㅋㅋ 휘발유에 세금 엄청나게 들어있으니깐 정부에서 공짜로 자동차 경주용 트랙이라도 제공해야 하냐? 내가 내휘발유 써 가며서 달려가는데 지들이 먼 지랄이냐 ㅋㅋㅋㅋㅋㅋ."(어이가없다)

 

자칫 험한 댓글 논쟁이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리스'님은 중재 입장을 밝히셨네요.

 

"그 세금, 비흡연자의 건강을 위협한 것만큼 떼 내고 나면 돌려줄 것 없소이다만... 그리고 담배피울 권리는 비흡연자를 보호할 권리와 상충하는 것이라, 아무데서나 주장하는 게 아니요. '흡연구역'에서 흡연한다고 뭐라고 하면 그게 바로 권리침해지, 아무데서나 담배 피우게 하질 못한다고 하는 게 권리침해가 아니오. 정리하자면 '금연구역 흡연'은 당연히 안 될 일이고, '흡연구역 흡연' 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일. 기타 지역에서의 흡연은 가치충돌이므로 그때그때 당사자의 이해에 따라 왈가왈부 할 일."(미리스)

 

이번 엄지뉴스를 통해 '흡연자'를 향한 눈길이 곱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비록 제가 "금연 정류장, 금연 빌딩, 담배꽁초 무단투기 벌금" 등을 예로 들며 담배 피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모든 거리와 건물에 흡연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흡연자이기는 하지만 여느 비흡연자들과 마찬가지로 길을 가다가 앞 선 사람이 내뿜는 담배 연기를 맡게 되는 경우엔 참으로 고약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길을 걸으며 부득이하게 담배를 피울 땐 가능하면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피합니다. 식당, 술집 등의 흡연 구역이더라도 아이들이 있을 경우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거나 밖으로 나가서 피웁니다. 아마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실 겁니다.

 

그러나, 장소를 불문하고 아무 데나 그저 '금연'이라는 표시 하나 붙이면 흡연자가 죄인 취급 받는 구조는 좀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데서고 '금연'이라는 두 글자로 흡연자들을 옥죄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에서 그렇습니다.

 

* 엄지뉴스는 휴대전화로 문자를 작성한 다음 수신자 번호에 '#5505'를 입력하시고 사진을 첨부해 보내면 <오마이뉴스>에 바로 올라갑니다. 단, 전송료는 발신자에게 청구되며 휴대전화 통신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흡연#금연#금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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