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잡음 한번 길다 길어." 동네 앞 의자에 앉아 장기를 두고 있는 몇몇의 노인들이 낙안읍성 앞에 5년 동안이나 기초공사만 하고 방치하다시피 한 가칭 '한창기 뿌리박물관'을 두고 한마디씩 한다.
이런 원성은 최근 '공사 재개와 함께 순천시의원들이 공사 수주 과정에서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한 신문에 보도'되면서 더욱 거세게 터져 나왔다. 사실, 동네일이라면 그 누구보다 동네사람들이 내막은 잘 아는 법이다. 더구나 농촌이라면 그 소문의 확산 속도는 장기판이 인터넷을 능가할 때가 많다.
지난 5년간 잡음, 어떤 것들이 있었나?'문화재법상 500미터 이내에 현대식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가?' 박물관이 착공되기 전인 지난 2005년 2월경, 박물관이 낙안읍성 성곽과 불과 100여 미터 안쪽에 위치한다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당시, 주민들은 "낙안읍성이 사적지라는 이유로 인근 서내, 성북, 동내, 교촌, 남내, 평촌 일대 500미터 이내 지역의 신축, 개축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100미터도 안 되는 지역에 현대식 건물인 박물관의 신축을 허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3일간 단체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순천시 21억 원 보조금 지급, 조충훈 전 순천시장 5천만 원 뇌물수수'. 2005년 12월, '박물관 허가와 공사 관련해 조충훈 전 순천시장(민선3기)이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인정돼 조 전 순천시장은 구속되고 공사는 중단돼 이후 흉물로 남게 됐다.
당시, 조 전 순천시장의 구속은 지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특히, 순천시는 민선1기부터 민선3기까지 시장이 줄줄이 불미스런 일로 구속돼 중도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박물관은 미운털까지 박혔다.
'순천시 도시건설위원회 정 모, 박 모 의원, 공사 수주관련 압력 의혹'. 공사는 그렇게 5년간 중단됐다가 최근 다시 재개됐지만 지난 8월 31일자 모 신문에 석재공사 하청 관련해 자신의 친인척 명의로 된 업체가 수주될 수 있도록 시의원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돌면서 또 한 번 잡음에 시달렸다.
특히, 주민들은 정 모, 박 모 의원이 이 지역구 의원이며 직간접적으로 업무와 연관된 도시건설위원회 소속이란 점에 분개하고 있다. 더구나 모 의원이 업체에 전화해 "직원한테 샘플 보낼 테니 이것으로 공사를 해라, 국장이나 과장 찾아가서 일 처리 다 할 테니까"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도를 넘어선 행패라고까지 표현했다.
태생이 그런가 터가 그런가?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낙안읍성 앞 1만3천여㎡(4000평) 부지에 5년 동안 짓다가 말다가 하면서 잡음만 끊임없이 생산한 가칭 '뿌리박물관'. 주민들은 "태생이 그런가 터가 그런가"하면서 혀를 차고 있다.
이런 점을 안타까워하는 일부 주민들은 "한창기 선생이 살아서는 보성군 벌교읍 지곡마을(생가)이요, 죽어서는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박물관)인데 지금은 비록 행정구역이 나뉘어져있지만 옛 낙안군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해 줄 분이었는데 매번 들리는 잡음은 안타까운 일이며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
덧붙이는 글 | 예고: [09-038] 진석포구 흥하고 있나 망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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