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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대선 후보를 지냈던 정동영(무소속) 의원과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의 입안자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 어긋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감에서도 분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오전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정 의원이  "통일부의 (타부서) 전출 희망자가 24명이나 되는데 사기진작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첫 질문을 던지자 현 장관은 "지난해 초 통일부 폐지 논란 등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답했다. 정 의원의 질문은 "일감이 많아야 사기가 올라간다"는 다음 말과 연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동북아 냉전구조의 판이 변하고 있고, 일본도 변화하고 있고, 북한도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른 급물살에서는 자칫 잘못 휩쓸리면 떠내려간다"면서 "하지만 통일부는 작년 하반기나 지금이나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평양에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유엔의) 대북제재는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대북제재가 계속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현 장관은 "제재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면서 "국제정세가 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급물살에 누가 서 있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르다"고 받았다. 국제정세 급물살의 대상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반박이었다.

 

다시 정 의원은 "2007년 대북사업 승인이 200여 건이었던 데 비해 올해는 6건에 불과한 이런 대북봉쇄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현 장관은 "북한의 강경책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점에서 봉쇄정책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7월 중순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당 외사소조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고, 이어 미중전략대화가 진행되는 등 한반도 주변 국제정세가 급격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자신의 말에 현 장관이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하자, "보고 있지만 말고 행동을 개시하라"고 압박했다.

 

송민순 "MB식으로 계산하면 현 정부에서도 북에 6억 불 현금 지원"

 

 민주당 송민순 박주선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답변을 듣고 있다.
민주당 송민순 박주선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답변을 듣고 있다. ⓒ 남소연

이에 앞서 송민순 민주당 의원도, "얼마 전에 (원세훈) 국정원장이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허용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통일부가 가만있으니까 정보를 담당하는 국정원장이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냐"면서 통일부의 적극적 활동을 주문했다. 

 

역시 노무현 정부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대미·대북 정책을 이끌었던 그는 또 이 대통령이 "남북 간에도 핵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잘한 일"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북한에 10·4선언 이행을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10·4선언 4항에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대해 논의하게 돼 있으므로 이에 대한 협의를 제안하라는 것이다.

 

송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지원 핵무장전용 의혹' 주장에서 파생된 '현금 29억 불 대북지원'론에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이른바 '29억 불'의 산출근거 대부분은 민간차원의 거래(관광·개성공단 임금·교역 등)에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이명박 정부 1년 6개월 동안 6억 불 이상을 지원했다는 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3년간 사회문화교류 관련 방북인원'은 2007년 7377명이었으나 2008년에 1886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133명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북한의 대남 유화분위기에 대한 착시현상에는 주의해야 하지만 (비정치적인 분야인) 사회경제문화교류는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통일부의 방북승인율도 "2007년에 100%, 2008년에 97%였으나, 2009년에는 39.6%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 들어 비정치분야 남북교류까지 대폭 줄어들었음이 여당의원을 통해서도 확인된 것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7월 금강산 피격사건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한 현인택 장관에게 "그런 점을 감안해서도 교류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겨레말 사전, 고구려와 발해사 공동연구 사업 등은 통일부가 주도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의원들, 동서독의 '정치범 석방거래' 방식 도입 제안

 

한나라당 의원들은 과거 동서독의 '정치범 석방거래'(Freikauf)방식을 도입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상현 의원은 "서독은 동독에 34억 마르크를 주고 정치범들을 데려온 적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우리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가"라고 말했다. 정의화 의원도 "서독의 프라이카우프(Freikauf)를 보면 현물로 1인당 5만 불 정도가 제공됐다"면서 도입의사를 물었고, 황진하 의원도 사전 보도자료에서 "동서독의 정치범석방거래 방식을 빌린 '이산가족 상봉지원제도' 도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현금지원은 금지하되 이산가족 상봉지원 명목으로 현물을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현 장관은 이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은) 남북 간 합의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라고 답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동영#현인택#송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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