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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서민주택을 투기에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적 공적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있어서도 안 되고 그럴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한다"며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집값이 너무 싼 게 문제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싼 집을 투기 목적으로 이용하는 게 문제다. 주택은 사고 싶은 곳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토지정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 자신이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과는 상반되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인기영합성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바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를 '사회적 공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국민들에게는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행동과 정책을 폈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모든 장치들을 무장해제하고 오히려 부동산 경기부양에만 골몰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곧바로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시키더니 양도소득세와 각종 개발이익환수장치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기지역을 풀고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을 제공해 투기용 실탄을 제공해왔다. 또한 경기부양을 핑계로 저금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출구전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도 고수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느닷없이 자신이 취해온 입장과는 정반대되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하니 어안이 벙벙하여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또한 시장경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이해도 매우 위험하고 심각한 수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입만 열면 시장원리와 시장경제를 외쳐왔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의 원리와 시장메커니즘을 통한 부동산 투기억제는 반대하면서 그저 완장차고 으름장 놓는 수준의 대응만 하는 모습이다.

 

보금자리주택에서 엄청난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할 게 불을 보듯 훤하게 만들어 놓고 "투기하는 데는 가지 마시요!"라고 말하면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고분고분 들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고위공직자들은 위장전입에 탈세에 각종 불법과 탈법을 일삼으며 부동산 투기를 하는데, 국민들에게는 부동산 투기가 공적(公敵)이라고 말하면 어느 국민이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우리속담처럼 부패한 지도자들은 부패한 국민들을 양산해내기 마련이다. 결국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는 이명박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부동산 투기판 벌인 건 다름 아닌 정부

 

보금자리주택은 땅값이 싼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기 때문에 주변 시세의 절반에 불과하여 분양만 받으면 소위 '로또대박'을 맞는다는 소문이 온 국민에게 파다한 상황이다. 주변 집값이 6억 원이라면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으면 3억 원이라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앉은 자리에서 챙길 수 있는 구조란 말이다.

 

부동산 투기에 참여할 이런 강력한 인센티브(incentive)를 정부가 만들어 놓으면 당연히 투기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 스스로 이러한 투기판을 만들어 놓고 투기를 사회적 공적(公敵)이라고 말한다면, 투기판을 벌여놓은 이명박 정부는 공적의 두목쯤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미국 예일대학 정치학과의 거두인 찰스 린드블롬(Charles E. Lindblom) 교수는 "시장체제를 춤이라고 하면 국가는 춤판과 음악을 제공한다"라고 비유한 바 있다. 국민들은 서로 시장거래라는 춤을 추는데, 국가는 국민들이 춤출 수 있는 마당과 음악을 제공하고 춤을 출 때 서로 부딪히지 않게 일정한 룰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이라는 춤판을 투기판으로 만들어놓고, 국민들이 이런 투기판에 뛰어들어 부동산 투기라는 미친 춤을 마구 추다가 서로 부딪혀 다치도록 만들어놓고는 투기 춤을 추는 사람은 사회의 공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라는 미친 춤을 추도록 투기춤판을 벌여놓고 막대한 유동성이라는 음악에 맞춰 투기의 춤을 추도록 만든 건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아닌가?

 

또한 보금자리주택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계속 풀면서 환경을 훼손해야하는 문제와 인구감소에 따른 공급과잉, 수도권 과밀화, 아파트 공동화 현상 같은 도시계획상의 문제점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보금자리주택이 집값안정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비싼 아파트가 주변에 있는 곳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면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논리로 시장원리에는 맞지 않는다.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면 전체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반값에 공급된 아파트 가격이 주변 아파트 가격에 수렴되고, 결국 반값아파트를 분양받은 소수만 앉은 자리에서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투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불로소득이 없다면 누가 힘들여 투기를 하려고 하겠는가? 온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이런 상식을 이명박 대통령만 모르는 것일까?

 

토지보유세 통해 부동산 투기 근절하길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부동산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하여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진정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효과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토지보유세는 시장원리에 정확히 부합하면서도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고, 부동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정책수단이다.

 

세금을 극도로 싫어하는 미국 시카고학파의 거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경제학 교수조차도 "토지세는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즉, 토지보유세는 가장 좋은 세금이란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토지보유세의 증세를 통해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고, 노력소득에 대한 감세를 통해 경제를 건강하게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부동산 문제도 사라지고 경제도 활성화되어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불로소득을 쫓는 사회적 공적(公敵)'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부동산 투기는 사회적 공적"이며 "집은 투기의 수단이 아닌 주거의 공간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발언에 걸맞은 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 부동산 투기와 같은 공적을 없애고 집을 주거의 공간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토지보유세의 강화임을 이명박 대통령은 명심하길 바란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토지보유세 강화정책을 추진하여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다면 국민들도 이명박 대통령의 진심을 믿고 신뢰할 것이며 우리나라 경제도 살아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공식 논평입니다.


#이명박#보금자리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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