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인허가의 전제요건인 '입목축적조사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국감 증인으로 나선 박한규 천안부시장은 "사소한 문제는 있어도 큰 문제는 없다"며 "재조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산림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9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가운데, 박한규 천안부시장이 천안 북면 골프장 인허가 과정 및 불법 입목축적조사와 관련한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부시장은 당초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요구한 성무용 천안시장이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하자 성 시장을 대신해 출석한 것.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천안시장이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말로 질의를 시작했다.
강 의원은 박 부시장은 상대로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입목축적조사서'가 조작됐다는 의혹과 재조사할 의향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집중 추궁했다.
강 의원과 박 부시장의 대화를 잠시 들어 보면,
강기갑 : 입목축적조사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있다. 그래서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현장검증을 했다. 또 우리 의원실에서도 현장에 나가서 조사를 했다. 그런 내용 보고 받았습니까?
박한규 부시장 : 보고 받지는 못했고, 알고는 있습니다.
강기갑 : 수직투영면적도 반영하지 않고 나무수도 축소하고 나무 직경도 축소하고, 이런 내용이 공동조사에서 드러났는데 이런 부분도 알고 있습니까?
박한규 부시장 : (이낙연)위원장님에게 질문하겠습니다. 강 의원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지금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데 답변해도 괜찮습니까?
이낙연 위원장 : 재판이나 국감이건 간에 진실을 알자는 것이기에 진실이라면 답변하십시오.
강기갑 : 부시장님, 재판하고 무슨 상관 있습니까? 이미 드러난 부분, 직경축소나 수지투영면적 미반영 등 공동조사결과 드러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느냐고 묻는데...
박한규 부시장 : 들었습니다.
강기갑 : 공동조사에서 표준지를 재조사한 값이 평균 27.5%가 높게 나왔어요. 이 정도는 오차가 아니고, 조사 자체가 조작됐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천안시와 주민대책위가 공동조사를 통해 현장을 재검증하자고 하는데 합의했습니까?
박한규 부시장 : 안했습니다.
강기갑 : 이렇게 많은 의혹이 증폭되고 있고 주민갈등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응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법원에 계류 중이라고 하지만 오늘도 주민들이 여기에 와서 이렇게 집회를 하고 하는데... 천안시는 지금도 그러한 (의혹에 대한) 의구심이 없습니까?
박한규 부시장 : 그런 생각(재조사 할 생각)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일부에서는 그런 주장이 있지만, 입목축적조사는 사업자가 자격 있는 자로 하여금 정식으로 조사해서 보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처럼 박 부시장은 대책위의 의혹제기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또한 강 의원의 주민대책위와의 공동 재조사 요구에 대해서도 "재조사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잔뜩 화가 난 강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 한 번 재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 부시장은 흔들림 없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자.
강기갑 :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법에 조사가 잘못됐다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또 주민 갈등과 민원이 이렇게 많이 제기되는데 다시 해 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천안시장과 우리 의원실과는 그런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아는데...
박한규 부시장 : 비슷한 취지로 대책위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충남도지사가 현장조사를 포함한 서류조사를 실시했는데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조사를 다시 하는 것은 구속력 문제도 있고, 손해가 발생할 경우 누군가 책임져야 하고 여러 가지 결과에 대해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기갑 : 이렇게 문제가 있는데 책임질 수 없다고 재조사할 수 없다는 게 관이 민원인에 할 수 있는 태도입니까?
박한규 부시장 : 그래서 사법부가 그 문제에 대해 판단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강기갑 : 허가를 취소시키든지 재조사를 실시하든지 해야 합니다. 알았어요?
박한규 부시장 : ...
이처럼 박 부시장은 어떤 의혹이 제기돼도 결코 재조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정광수 산림청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강 의원은 "그 동안 골프 사업자들이 보면 입목축적 비율을 조작하기 위해 사전에 나무도 베어 버린 사안이 전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며 "그러한 조사를 사업자가 지정한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국회에서도 검토하겠지만, 청장님이 검토해서 (입목축적조사를) 산림청에서 주최되어 하든지 공동조사를 하든지 하는 방식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민원 과 편법이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검토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장은 "그러한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될 개연성이 있어서 현재 산지관리법을 개정, 산지전용타당성조사 제도를 도입하려고 검토 중에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전문기관에서 이런 문제를 핸들링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천안시는 올해 2월과 7월 각기 다른 민간 사업자가 추진 중인 북면 납안리 산 11번지 일대 마론 골프장(102만7365㎡.18홀)과 명덕리 산8-1번지 일원에 청한골프장(41만9211㎡.9홀)의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했지만, 입목축적조사서 조작 등 인허가 과정의 불법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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