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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의료생협 조합원들이 크게 화났다.

일상생활에 바쁜 조합원들과 현장에서 주민 건강 지킴이로 실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직접 행동을 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 들었다. 이명박 정부와 자본이 하반기 정기국회를 맞아 의료 민영화를 본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조합원들의 힘찬 외침은 중랑천의 잔잔한 물결을 타고 멀리 멀리 울려 퍼졌다.

"더 많은 공공의료 기관의 건설!"
"더 질 높은 공공의료 서비스의 확충!"
"더욱 강화된 건강보험의 보장!"

 개회식이 진행되고 있다.
 개회식이 진행되고 있다.
ⓒ 노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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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전국의 의료생활협동조합 (아래 의료생협) 조합원들이 모여 의료 민영화 저지, 공공의료 체계 강화를 외치며 걷기 대회를 열었다.

행사 시작과 함께 '모든 이에게 건강을!'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주도에 영리 법인 설립을 이미 허가한 이명박 정부의 의료 민영화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개회식이 진행되는 동안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개회식이 진행되는 동안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노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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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에서 '양질의 공공 서비스'이어야 할 의료를 '자본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만드는 게 영리법인화의 본질임을 밝혔다.

영리 법인화는 결국 '건강 보험의 당연 지정제'를 없애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의료 자본의 천국'이자 '서민 의료의 죽음'을 가져온 미국식 의료체계를 빼닮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에 속한 지역 의료생협 조합원들과 시민들 100여 명은 창동교를 출발점으로 서울의 중랑천을 따라 7 킬로미터 행진을 벌였다. 

 어린이들도 함께 걷고 있다.
 어린이들도 함께 걷고 있다.
ⓒ 노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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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을 맞잡고 걷는 사람,
땀을 흘리며 햇살을 손으로 가리고 걷는 사람, 
가을의 정취가 묻어나는 코스모스의 아름다움에 잠시 취해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사람,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천천히 걷는 아빠,
마치 신나는 놀이터에 온 것처럼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걷고 또 걸었다.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은 여느 사람과 다름없어 보였지만 이들의 외참은 "안돼! 안돼! 의료 민영화 절대 안돼!" 가 선명하게 찍힌 몸자보가 말해 주듯이 외마디 절규처럼 들렸다.

11시 행사 시작과 함께 가볍게 몸풀기를 하고 이어 격려 발언이 이어지고 곧바로 걷기 행진이 진행되었다. 반환점에서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고 이어서 "의료 민영화 관련 오, 엑스(O, X) 퀴즈" 시간을 가졌다.

 의료생협 조합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의료생협 조합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노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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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격려 발언에 나선 민주당의 전혜숙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이 속해 있는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 차원에서 '영리병원 도입 공청회'를 열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밝히고 앞으로 의료 민영화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여러 의원들과 함께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격려사를 한 '행동하는 의사회' 임석영 대표는 보건의료를 걱정하는 뜻있는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의미를 특별히 강조하면서 '오늘을 시작으로 하반기 본격화될 의료 민영화 움직임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말했다.

임 대표는 국민 다수가 공공의료 강화와 민영화 저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임 대표는 또 의원들을 일대 일로 만나보면 의료 민영화를 우려하면서도 막상 투표에서는 당론에 이끌려 다른 결정을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면서 정치인들에게 말과 행동의 일치를 주문했다.

전주 의료생협의 조합원인 고선미씨는 전주에서  걷기 대회 날 있는 수십 년 지기의 결혼식 참석을 마다하고 연대 행동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이 너무 놀라워했단다. 미안한 마음을 꾹꾹 누르고 4시 30분에 일어나 6시차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행한 것이다.

고선미씨  전주에서 결혼식 참석도 마다하고 올라온 고선미씨
▲ 고선미씨 전주에서 결혼식 참석도 마다하고 올라온 고선미씨
ⓒ 노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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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미씨는 "의료 민영화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에서도 나오듯이 서민에게 좋은 공공의료는 없어지고, 있는 사람 중심의 의료 체계를 만들 것이다" 고 하면서 크게 걱정했다.

"작은 저이지만 막아내는데 힘을 보태고 싶어 올라 왔고", "여럿이 함께 하면 결국 민영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 민영화 저지"는 '전국적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 의료생협에 속해 있는 신민욱씨는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수익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미국처럼 "수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어도 문제지만 영국처럼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그것대로 문제"라는 것이다. 90 퍼센트 정도 공공성이 보장될 때에만 여유로운 사람들의 의료 민영화는 명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료 생협 조합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왼쪽이 맨 신민욱씨
 서울의료 생협 조합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왼쪽이 맨 신민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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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의료생협에서 가정간호사로 일하는 김영아씨는 오늘의 걷기 대회는 의료생협 조합원들이 전국에서 함께 모여 의료 공공성, 의료 민영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안성 의료생협 김영아씨
 안성 의료생협 김영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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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방문하는 장기 요양 기관에서 활동 하면서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일이 취약계층, 소외계층이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점이라고 했다.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는 ?
12개 지역 의료생협이 가입되어 있는 연대단체이다. 조합원은 모두 1만 5000명에 이른다. 의료생협은 의료,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의료인들이 함께 하는 협동조합이다. 주민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조합원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기초생활 수급권자는 의료 관련 전액 보조가 이루어져서 다행이지만 이른바 '차상위 계층'은 보조도 안되고 실질적인 보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빨리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의료 민영화 저지를 위한 연대 행동으로 지난 9월 30일 의료 민영화 관련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지금 '의료 민영화 저지 천만인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11월 12일 국회 청원을 낼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대자보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의료 공공성 #의료 민영화 #의료생협 #의료 협동조합#영리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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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창우입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뜨겁습니다. 옳은 일이랄까 상식이랄까 나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때론 슬퍼하고 때론 즐거워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 여인의 남편이고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노원구 상계동에서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난 때문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 눈감지 않고 할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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