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전쟁 전후 국군·경찰 등에 의해 희생된 마산지역 민간인들을 위한 합동위령제가 59년 만에 열렸다. 그것도 1960년 10월 16일 한 차례 열린 뒤 5·16쿠데타 세력에 의해 중단되었다가 두 번째 위령제가 열린 것이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마산유족회'(회장 노치수)는 16일 오후 마산종합운동장 안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제59주기 제2차 마산지역 합동위령제 및 추모식"을 열었다.

 

유족회는 405명의 신위를 하얀색 종이에 빼곡히 적어 걸어 놓았다. 김태영 국방부장관 등이 보낸 조화가 제단 옆에 놓여 있었다. 이날 위령제는 서봉석 전 산청군의원의 사회로, 영상 상영과 전통살풀이 춤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노치수 회장을 초헌관으로 하는 전통제례에 이어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순서로 종교의식이 거행되었다. 뒤이어 추모식이 열렸다.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 윤성효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 윤성효

 

1961년 5·16군사쿠데타로 유족회 해산

 

마산지역 민간인 학살사건은 1959년 7~9월 사이 이승만정권의 군인과 경찰이 마산교도소에 불러 모았던 마산지역 민간인들을 상대로 몇 차례에 걸쳐 자행되었다.

 

마산유족회는 1960년 6월 5일 경남도지사실에서 당시 국회 '양민희생자조사특위'에 보고한 학살자 숫자는 1681명이라고 했다.

 

마산유족회는 1960년 6월 12일 마산상공회의소에서 노현섭, 한범석, 이병기, 김용국씨 등이 중심이 되어 결성되었으며, 그해 7월 27일 마산역 광장에서 '제1회 합동위령제'가 봉행되었다. 1961년 5·16군사쿠데타로 마산유족회는 해산되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올해 2월 "한국전쟁 전후 마산지역에서 희생 당한 358명이 '불법적인 학살'이라는 결정과 함께 '최소 717명 이상 학살 당했다'고 진실규명 결정"했다. 마산유족회는 지난 6월 재창립했으며, 이날 위령제를 지낸 것이다.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위령제에 참석한 유족들의 모습.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위령제에 참석한 유족들의 모습. ⓒ 윤성효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 윤성효

 

김태영 국방부 장관 '공식 사과문' 보내와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조화를 보내 제단 옆에 놓여 있는 모습.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조화를 보내 제단 옆에 놓여 있는 모습. ⓒ 윤성효

유족들은 축문을 통해 "어떠한 법적 절차 없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가두었고, 재판도 없이 불문곡직 산이나 계곡, 바다에 끌고 가 무참하게 학살 당했다"면서 "독재정권 하수인의 비인간적인 횡포에 원통하고 억울하게 가셨는데도, 지금까지 살아있는 유족들은 반세기가 넘는 긴 세월이 지나도록 임들의 죽음에 대해 올바른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해드리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유족들은 "지난 긴 세월 동안 저희들은 이승만 정권을 비롯해 독재정권의 억압에서 원통하고 억울함을 누구에게 호소할 길도 없이, 슬픔과 분노를 가슴에 품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그리움으로 많은 세월을 보냈다"면서 "여기 모인 불초 유족들은 생명이 다할 때까지 임들의 억울하고 원통함을 해원하고 나아가 완전 명예회복을 하는 날까지 분골쇄신할 것을 무릎 꿇고 다짐드린다"고 덧붙였다.

 

노치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차가운 골짜기 여기저기 집단으로 학살된 채 묻혀있는 유골들 뿐만 아니라 경남대 컨테이너 상자에 있는 유골들을 적당한 장소에 함께 모셔 죽어서나마 편이 잠들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마산지역의 일이요, 대한민국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김태영 국방부장관의 '공식사과문'이 발표되었다. 39사단 간부가 대신 읽었는데, 김 장관은 "당시의 사정과 사건의 본질이 여하하였든지 간에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으신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유감의 뜻을 담아 화환을 근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우리 군이 국가방위를 확고히 하여 적의 위협으로부터 영토와 주권을 수호할 때만이 이러한 비극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 군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킴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 윤성효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제단 위에 걸린 신위 모습.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제단 위에 걸린 신위 모습. ⓒ 윤성효

김 장관은 "6.15전쟁 와중에서 군·경에 의해 일어난 불행한 사건으로 인해 안타까운 희생을 당하신 영령들의 명복을 삼가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위번 추모위령제가 국민의 화합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초헌관인 노치수 회장이 축문을 읽는 동안 엎드려 있는 모습.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초헌관인 노치수 회장이 축문을 읽는 동안 엎드려 있는 모습. ⓒ 윤성효

황철곤 마산시장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 희생자들과 유가족 여러분들의 가슴 속에 맺힌 한이 풀어지길 기대하며,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불행했던 과거사를 모두 털고 다시 일어나 희망찬 미래를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국회의원(마산갑)은 추도사를 보내 "억울하고 한 서린 희생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넘어 고인들의 명예를 회복 시켜 드리는 것이 국회의원인 저의,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인 저의 의무"라며 "국회 내외에서 학살사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위령탑 건립과 보상금 문제 등 어렵게 되살린 이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진실의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안홍준 국회의원(마산을)도 추도사를 보내 "한국전쟁을 전후한 기간에 무구하게 희생되어 이 땅에서 해원하지 못한 억울한 죽음과 유족들의 가슴에는 아직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통한의 아픔을 간직한 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판식 마산시의회 의장은 "합동위령제가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의미 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는 유족회 회원들이 많이 참석했다. "당시 33살이던 아버지가 트럭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 유족인 김도곤(72)씨는 "정부가 희생자 유족들로부터 신청을 받을 때 기한을 몰라 하지 못했는데, 뒤에 뜻밖에도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연락이 와서 알게 되었다"면서 "진실화해위의 활동이 더 연장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유족들의 신청을 다시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제관들이 서 있는 모습.
마산유족회는 16일 오후 마산 올림픽기념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59주기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사진은 제관들이 서 있는 모습. ⓒ 윤성효

#민간인학살#마산유족회#진실화해위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