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북 음성군 금왕농협미곡처리장(RPC) 앞에서 19일 오전 음성군 쌀값보장대책위원회(쌀대책위) 주관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기자회견문을 듣고 있다.
 충북 음성군 금왕농협미곡처리장(RPC) 앞에서 19일 오전 음성군 쌀값보장대책위원회(쌀대책위) 주관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기자회견문을 듣고 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천덕꾸러기 쌀 때문에 정말 아까운 사람이 죽었어…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쌀값만 제대로 보장 받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생산을 안 해서 없어져야 귀한 줄을 알지."

19일 오전 충북 음성 금왕농협미곡처리장(RPC) 앞에서 주름이 깊이 팬 농민들이 한 농민의 씁쓸한 주검을 떠올리며 혀를 찾다. 이날은 음성군 쌀값보장대책위원회(쌀대책위) 주관으로 지역 농민들이 쌀값 폭락에 항의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 자리였다.

 박용우(53) 쌀전업농음성군연합회장
 박용우(53) 쌀전업농음성군연합회장
ⓒ 음성군

관련사진보기

죽은 이는 박용우(53) 쌀전업농음성군연합회장으로 최근 폭락한 쌀값 탓에 구성된 음성군쌀값보장대책위원회(쌀대책위) 공동대표도 맡아 왔다.

박 회장은 지난 16일 오후 4시경 벼 수확을 위해 콤바인을 운전하다 기계가 넘어지면서 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에 대해 이상정 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에 쌀 대책위 회의가 있어 참석을 위해 급히 서두르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지난 9일 농협과 쌀대책위 주관으로 음성군청에서 열린 '쌀값 보장을 위한 토론회' 대회사를 통해 "농협에서 벼 수매 품종을 추청만 고집하지 말고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 달라"며 "농협에서 농민들이 수확한 타 품종의 벼를 사주지 않으면 팔아먹을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박 회장은 이어 "농민들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이 농협이 아니냐"며 "농협의 주인은 조합장이나 그 직원들이 아니고 농민 전체"라고 꼬집기도 했다.

쌀대책위 측은 토론회에서 음성군에 쌀값 포대당 3000원 지원을, 농협에는 수매가 5만7000원 유지, 선지급금 4만7000원, 추청 외에 다른 품종도 수매 등을 요구했지만 군과 농협 측은 어렵다고만 해 토론회는 아무런 소득 없이 마쳤다.

정부가 하지 않으면 농민이 나선다

 농기계를 이용해 벼를 아스팔트 위에 뿌리고 있는 가운데 한 농민이 낫으로 포대를 찢고 있다.
 농기계를 이용해 벼를 아스팔트 위에 뿌리고 있는 가운데 한 농민이 낫으로 포대를 찢고 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쌀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 이후 해마다 40~50만t의 쌀 대북지원이 중단되자 쌀이 남아돌아 쌀값을 떨어뜨려 쌀 대란이 현실이 됐다"며 "쌀값은 떨어지는 반면 생산원가는 두세배가 치솟아 어느 해보다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농사 열심히 지어 풍년으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풍년은 우리 농민들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 기업을 우선시하고 농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은 결과"라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음성지역 농협 통합RPC는 쌀의 가치를 올리고 농민의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었지만 본래 취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추청 쌀도 계약물량만 선별적으로 받아 남는 벼가 개인도정공장으로 몰리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나마 농협에서 받은 벼는 선지급금 4만원으로 충북도내에서 최저 가격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 측은 음성농협이 결정한 2009년산 조곡 40㎏들이 벼 매입가격은 4만원으로 도내 4만2000~4만5000원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음성군쌀대책위 관계자가 금왕농협미곡처리장 이름 위에 붉은 색 페인트로 X표시를 하고있다.
 음성군쌀대책위 관계자가 금왕농협미곡처리장 이름 위에 붉은 색 페인트로 X표시를 하고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대책위는 "농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벼 베기보다 중요한 것이 쌀값 폭락을 막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토론회도 가졌지만 농협은 대책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해 일주일새 포대 당 3~4천원이 하락했다"고 질타했다.

대책위는 농협 측에 ▲계약물량만 받는 것을 즉시 취소하고, 추청은 전량 수매 ▲선지급금 4만7000원으로 인상 ▲추청 외 타 품종을 가격 차이를 두고서라도 수매 등 3가지 긴급한 선결조건을 제시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또한 정부와 음성군에 ▲ 쌀 40만t 대북지원 ▲ 쌀 대북지원 법제화 ▲ 포대당 3000원 지원  ▲ 공공비축미 수매 대폭 확대 등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벼 베기로 바빠야 할 시간에 자식 같은 벼를 아스팔트 바닥에 벼를 뿌려야 하느냐"며 "농민들은 쌀값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수준인 5만7000원을 유지시켜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협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달초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농협 RPC 입구 좌측에 1.2kg들이 14포대를 야적하고 항의의 뜻으로 이 위원장과 반선환 쌀전업농음성군연합회 부회장이 삭발했다. 또한 RPC 앞 도로에 벼를 뿌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종률(증평·진천·괴산·음성)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오는 28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자 6명 중 민주노동당 박기수 후보만 유일하게 참석했다.

 아스팔트 위에 뿌려진 벼를 바라보며 농민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아스팔트 위에 뿌려진 벼를 바라보며 농민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들이 '쌀 값 보장'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들이 '쌀 값 보장'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쌀 대책위 관계자들과 농민들이 '쌀 값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쌀 대책위 관계자들과 농민들이 '쌀 값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농민들이 쌀 값 폭락 항의의 뜻으로 벼를 야적하고 있다.
 농민들이 쌀 값 폭락 항의의 뜻으로 벼를 야적하고 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 6명의 후보자 중 유일하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박기수 후보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 6명의 후보자 중 유일하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박기수 후보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쌀 값 폭락 항의의 뜻으로 이상정 쌀대책위 집행위원장과 반선환 쌀전업농음성군연합회 부회장이 삭발했다.
 쌀 값 폭락 항의의 뜻으로 이상정 쌀대책위 집행위원장과 반선환 쌀전업농음성군연합회 부회장이 삭발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아스팔트 위에 뿌려진 벼를 차량이 밝고 지나고 있다. 차량 전면에 쓰인 문구처럼 쌀값 폭락이 농심을 '위험' 수위로까지 치닫게 하고 있다.
 아스팔트 위에 뿌려진 벼를 차량이 밝고 지나고 있다. 차량 전면에 쓰인 문구처럼 쌀값 폭락이 농심을 '위험' 수위로까지 치닫게 하고 있다.
ⓒ 이화영

관련사진보기



#쌀 값 폭락#음성군 쌀대책위#박기수#민주노동당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