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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조강 생산 능력을 보유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그러나 광양만은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 60일 전 발생한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는 인재였다. 쪽빛 바다를 흑빛으로 만든 폐기물 침출수는 환경 대재앙의 서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로 광양제철소 동호안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 원인과 대책을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말]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위에서 바라본 슬래그 처리장과 공장들. 동호안에 대한 환경오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염저감 노력 없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 지자체와 지역 환경청의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위에서 바라본 슬래그 처리장과 공장들. 동호안에 대한 환경오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염저감 노력 없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 지자체와 지역 환경청의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 최경준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취임과 함께 '친환경 녹색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환경오염을 낮추기 위한 조치보다는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녹색'은 없고, '경영'만 있는 셈이다.

특히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변경하면서 자체 수질오염 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포스코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도·광양시 등 지자체는 지난 20년간 동호안 제방도로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뻔뻔한' 포스코의 '든든한' 배경은 지자체와 지역 환경청?

 정준양 포스코 회장. (자료 사진)
정준양 포스코 회장. (자료 사진)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동호안에 합성천연가스(SNG)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광양항 원료부두 6선석 신설사업에 따른 준설토(원래 위치로부터 제거된 진흙이나 흙)를 동호안 슬래그(제강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처리장에 매립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시민단체는 동호안 준설토 투기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준설토 투기에 따른 구체적인 해충방제 대책을 수립해 해충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 시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원료부두 6선석 신설사업에 대해 '사전환경성검토'를 실시, 지난 8월 12일 영산강유역환경청(이하 영산강청)에 협의 요청했다.

그런데 포스코는 같은 달 23일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열흘 뒤인 9월 4일 갑자기 영산강청에 낸 협의 요청을 자진 취하했다. "조강 능력 증대와 물동량 증가" 등의 이유로 6선석 신설사업이 절박했던 포스코가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앞두고 멈칫거린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현 광양어민회 위원장은 "광양항 원료부두에는 5선석까지 들어와 있는데, 포스코가 6선석을 지으려고 한다"며 "그러나 이미 5선석 등에서 원료를 하역하면서 떨어뜨리는 석탄이나 철광석 등이 바다를 시커멓게 물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료부두 해안 바닥에 있는 진흙과 모래는 원료 조업 과정에서 나오는 철광석 등이 퇴적돼 이미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는 말이다.

국회 환노위의 한 관계자는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6선석 신설사업에까지 불똥이 튈까봐, 사전환경성검토 내용을 보강하기 위해 철회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포스코는 영산강청과의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거쳐, 6선석 신설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영산강청은 이미 5차례나 동호안 슬래그 처리장에 대한 포스코측의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에 동의해줬고, 전남도도 이를 허가해 준 바 있다.

하지만 포스코 스스로 6선석 신설사업장에서 나오는 준설토를 동호안 슬래그 처리장에 매립할 경우 수질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준설토를 동호안에 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류수 부유물질(SS) 기준을 현재 10ppm에서 80ppm으로 완화해 줄 것을 광양시에 요구해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포스코가 이처럼 오염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동호안에 매립하면서 동시에 방류수의 배출 기준까지 완화해 달라고 '뻔뻔하게' 요구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공교롭게도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지역 환경청과 지자체의 암묵적인 '봐주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 후 환경오염 조사 전무

포스코는 지난 1989년 5월 광양제철소 동호안 슬래그 처리장을 조성하기 위해 당시 환경청(현 환경부)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 당시 환경청은 포스코측에 '광양제철소 슬래그 처리장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회신'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면서 "사업수행 과정에서 필히 이행되어야 할" 협의 조건을 제시했다.

협의 조건 중 '폐기물' 항목은 "슬래그 처리장에는 해양에 투기하여도 생물체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명된 슬래그 이외의 폐기물은 일체 투기되는 일이 없도록 폐기물 관리 계획을 수립 시행하여야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지난해까지 동호안 슬래그 처리장은 전체 면적 7618만㎡(230만 평) 가운데 3495만㎡(45.9%)에 대해 매립을 완료했다. 그러나 동호안에는 슬래그만 매립 돼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슬래그보다 다른 매립재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슬래그가 저가 등의 이유로 건축 및 토목공사 등에 재활용률이 높은 점을 감안, 슬래그 매립량을 줄이고, 대신 고형화벽돌과 폐연와를 매립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지난 1998년 2월 영산강청과 환경영향평가 매립재 변경 협의를 거쳐, 전남도로부터 고형화벽돌 등을 매립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포스코는 내친 김에 동호안 남측에 위치한 LNG터미널 준공에 따른 준설토 매립에 대해서도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영산강청과 전남도는 매립재 변경에 따른 슬래그 처리장의 수질오염 조사를 실시조차 하지 않았다. 영산강청의 한 관계자는 "폐기물 관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매립재이기 때문에 환경적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영산강청이 20년 전 포스코측과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이후 슬래그 처리장에 대한 자체 환경오염 조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산강청측은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된 '사후 환경영향 조사 계획'에 따라 광양제철에서 주기적으로 슬래그 처리장 수질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산강청측은 또 "기업의 자체 오염조사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업의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믿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지난 2003년 시안(청산)과 크롬 등 유해화학물질을 포함한 폐수 11만 톤을 불법 방류했다가 적발된 바 있다.    

게다가 전남도와 영산강청은 고형화벽돌 등을 매립재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슬래그 처리장의 매립 기간을 당초 2050년에서 2076년까지 무려 26년이나 연장시켜줬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확장부지 위성사진. 지난 8월23일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로 300m 가량 길이의 도로가 4m가량 해안쪽으로 밀려나면서 동호안 오폐수를 비롯, 인접해 있는 폐기물 매립장 침출수까지 광양만으로 흘러들어갔다. (사진 포스코 제공)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확장부지 위성사진. 지난 8월23일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로 300m 가량 길이의 도로가 4m가량 해안쪽으로 밀려나면서 동호안 오폐수를 비롯, 인접해 있는 폐기물 매립장 침출수까지 광양만으로 흘러들어갔다. (사진 포스코 제공) ⓒ

"제방 안전진단 했나?"... "한 번도 안 했다" 당당한 지자체

영산강청과 지자체의 '포스코 봐주기'는 지난 19일 영산강청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환노위 소속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시민단체들이 동호안 제방 곳곳에서 침출수가 나오고 있다고 10여 년 전부터 지적했는데, 전남도와 영산강청은 구체적으로 무슨 조치를 취했느냐"고 추궁했다. 특히 '제방 안전진단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인준 전남도 해양수산환경국장은 당연하다는 듯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정회석 영산강유역환경청장장은 아예 "침출수가 나온다는 지적은 없었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주식 광양신문 편집국장이 "동호안 (슬러그 처리장) 물이 바다로 샌 것은 수년간 있어온 사실"이라며 "이와 관련 영산강청이나 전남도, 포스코에서 취한 조치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제야 정회석 청장은 "현재 (동호안 제방은) 광양시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책임을 미뤘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도 "2005년 환경영향평가 변경 협의 내용을 보면, 슬래그 처리장의 유출수 농도를 저감하기 위해 COD, SS는 각 10㎎/L 이하, PH 6.5~8.5로 처리후 방류하도록 돼 있는데, 협의 이후 방류수의 수질조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정회석 청장은 "슬래그 처리장의 방류 시설 자체가 매일 흘러나가는 게 아니다"며 "저희들이 갔을 때 (방류 시점을 맞추지 못해) 시료 채취를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포스코측은 지난 9월 말 이전까지 슬래그 처리장에서 매일 2만 톤의 물을 방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선택 의원은 22일 환경부 국감에서도 "이번 국감을 통해 환경부가 환경적 측면보다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규제개혁관련 법률개정안에 대한 환경부의 검토의견 상당부분이 환경적 측면을 고려하기보다는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권 의원에 따르면 영산강청은 지난 2007년 6월 11일 광양제철소에 비점오염원 설치신고를 권고했다. 광양제철소는 비점오염원제도 시행 이전에 설립된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설치신고 의무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광양제철소는 2007년 7월까지 설치신고를 하겠다고 영산강청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확인결과 포스코는 현재까지 비점오염원 설치신고를 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영산강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광양만 오염총량제 도입 회의적... 포스코 때문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현장을 방문, 갈라진 도로 틈새로 동호안 유출수가 흐르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19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동호안 제방 붕괴 사고 현장을 방문, 갈라진 도로 틈새로 동호안 유출수가 흐르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 최경준
특히 추미애 국회 환노위원장은 "광양만의 환경오염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며 "지난 17대 국회에서 (당시 광양제철소장이었던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상대로) 국회의원들이 굉장히 많은 문제를 지적했고, 그 때 이미 광양만 오염총량제를 하겠다고 했는데, (포스코가) 실천을 안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오염총량제는 지자체별로 목표 수질을 정한 뒤, 이를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오염물질의 배출 총량을 관리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자체가 배출 총량을 정해 환경부에 시행계획서를 제출하면, 환경부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동호안 일대에서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 입장에서 오염총량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3월 니켈을 제련하는 SNNC페로니켈제조 공장을 동호안에 준공한 것을 시작으로 후판공장과 5소결공장, 5코크스 공장, 회전로(RHF)공장, 부생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여기에 망간제련소와 6선석 부두신설, 합성천연가스 공장 건설 계획도 갖고 있다.

대부분 지역 환경오염을 더욱 배가시킬 우려가 있는 공장과 시설이지만, 특히 소결공장의 다이옥신이나 코크스 공장의 살인적인 유독물질인 COE 등은 치명적인 환경오염원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광양만에 오염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포스코의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 앞장서야 할 지자체와 지역 환경청이 정작 광양만 오염총량제 도입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추미애 위원장이 국감에서 여러 차례 오염총량제 도입을 촉구했지만, 정회석 청장은 끝내 "검토해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지자체와 지역 환경청의 '포스코 봐주기'가 도를 넘어, 환경재앙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정준양 포스코 회장#영산강유역환경청#환경영향평가#광양만 오염총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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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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