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 포스코 인사들을 국정감사 증인대에 세우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박영준 국무조정실 차장이 지난 1월 포스코 경영진 교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특히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6일 "포스코 회장 선출에 권력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한 국정감사 증인채택이 한나라당에 의해 조직적으로 방해받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회장 선출과 관련한 권력실세의 인사개입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며 정준양 회장 등의 증인 채택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근거 없이 민간기업 임원을 불러 정치공세를 펴려고 한다"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포스코 회장 인사에 대통령 형 연루 의혹 규명해야"민주당은 국정감사에 돌입하기 이전부터 포스코를 정조준했다. 지난 1월 이구택 전 회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불거진 '포스코 회장 교체 권력실세 개입' 의혹 때문이다. 특히 그 권력의 배후로 박영준 국무차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면서 포항이 지역구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지목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포스코는 포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라며 "포스코 회장 인사에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등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지난 8일 박영준 국무차장,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 윤석만 포스코건설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박원순-안철수 포스코 사외이사 등을 지식경제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당장 정무위에서부터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간에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민주당은 박영준 국무차장이 포스코 경영진 교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정준양 회장을 비롯,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과 윤석만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을 요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소관 상임위와 관련 없는 사람을 왜 불러야 하냐"며 완강하게 거부해 회의는 파행을 거듭했다.
이에 대해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증인신청이 아직까지 안 되고 있다"며 "증인신청이 합의단계에 이르렀지만, 갑자기 박영준 국무차장의 포스코 인사 개입설에 관한 증인 신청에서 몇 분을 합의해 줄 듯하다가 지금은 못해 주겠다고 한다"며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신 의원은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지난 10년 정부에서 정경분리한다는 원칙으로 철저히 차단시켰는데, 이 정부 들어서 정경유착 부활 의혹을 파헤치려는 야당의 노력을 여당이 방해하고 은폐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경유착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박영준 국무차장의 포스코 인사 개입설을 파헤칠 수 있는 증인 신청에 빨리 합의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김동철 의원도 "현 정권 핵심인 박영준 국무차장이 포스코의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권력형 비리 중 매우 중대한 사항"이라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국정감사 본연의 의무라면 관련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실관계를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무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은 "박 차장은 피감기관 관계자로 당연히 출석하겠지만 포스코 회장으로 이미 낙점돼 일하고 있는 정준양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의 반대로 정무위에서 증인 채택이 여의치 않자, 민주당은 지경위로 장소를 옮겨 싸움을 이어갔다. 정무위원장(김영선)은 한나라당 소속인 반면 지경위원장(정장선)은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승산이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지경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도 민주당의 요구를 정치공세로 규정하면서 증인 채택을 반대했다.
결국 김재균·노영민·우제창 등 지경위 소속 민주당 의원 7명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이 계속해서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방탄 국회를 조장하는 것이며,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직무유기에 다름없다"고 맹성토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왜 포스코 관련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피력했다. 이들은 "포스코는 국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며, 민영화되었지만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말 그대로 '국민의 기업'인 만큼 더욱 투명하고 깨끗한 인사 시스템 운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그럼에도 이 정부의 권력 실세가 인사에 개입해 권력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최고 경영자를 변경했다면, 이는 권력의 남용이며 나아가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는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영민 의원은 "불러만 준다면 국회에 참석해 직언하겠다는 분들도 있는데, 한나라당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경력한 항의를 표출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