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야가라 폭포'가 걸린 낙타표 성냥갑 같이 생긴
모텔 선인장엔 언제나 폭포처럼 비가 내렸다
사막에 비가 오면 연인들은 낙타처럼
낙타가시풀 뜯어 먹으며 뒹굴었다.
라스베가스처럼 불빛 환한 사막에서 만난 이들은
몸은 주어도 마음은 절대 주지 않았다.
온 몸이 가시였던 낙타가시풀 영혼을 가진
연인들은, 이따금 피 묻은 새가 되어 걸어 나왔다.
그래도 네 개의 벽이 모두 거울인 모텔 선인장은
항상 낙타가시풀 뜯어 먹는 연인들로 만원이었다.
포로노 비디오가 사철 내내 돌고 돌아도
가시의 영혼이 그리운 연인들은
서로의 벗은 몸에 무성한 가시풀을 보지 못하고,
오늘도 타박타박 영혼을 헐값에 팔아
낙타가시풀을 사가지고 와서 뜯다 돌아간다.
그들은 몸 속 깊이 박힌 가시를 보지 못하고,
항상 '두고 가는 것이 없나 살펴봐'
두고 가는 것도 없으면서
텅빈 사막 같은 거울 속의 몸 속을 서로 살폈다.
그들이 피빛 네온의 불빛 속으로
오래 돌아오지 않아도
낙타표 성냥갑 같이 생긴
'나이야가라 폭포'가 걸린 모텔 선인장엔
언제나 폭포처럼 비가 내렸다.
덧붙이는 글 | 1)낙타 가시풀; 거무죽죽하고 푸르스름한 가시로 된 풀이름. 낙타들이 사막을 행군할 때 이 가시를 입에 넣고 씹는다고 한다. 그러면 입안은 고인 제 피로 목을 축이는 셈이다. 이 풀에 마취 성분이 있어 입속을 찔려도 아픈 줄 모른다고 한다.
2)영화 <모텔 선인장>은 박기용 감독의 작품으로, 제2회 부산 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수상작. 여관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여러 유형의 사랑의 모습을 독특한 구성과 화면으로 담아내 주목받았다. 이 영화는 부산 국제영화제보다 일찍 개막한 밴쿠버 국제영화제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았다. 그리고 주로 아시아 영화들을 배급하는 Fortissimo Film Sales와 부산 국제영화제 기간 중 계약을 체결해, 전세계 배급에 나섰다. 한편 베를린 국제영화제 및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1997년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