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엄중한 심정으로 의원 선서를 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습니다."

의원 선서를 하자마자 의원이 된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한 당돌한(?) 초선의원이 탄생했다. 헌법재판소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승계 금지 위헌 결정에 따라 지난 3일 정국교 전 의원의 자리를 승계한 김진애(56, 민주당) 의원이 그이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의사당 연단에서 의원 선서를 한 직후에 가진 인사말에서 그 이유를 "지금의 국회는 '묻지마 통법부'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본회의장에 만장하신 동료-선배 의원들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국회가 지금 제 기능을 하고 있습니까?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있습니까?"

"MB 정부의 온갖 '삽질 정책'에 결연히 맞서고자 한다"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의에 앞서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의에 앞서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초선 의원이 첫 인사말에서부터 동료-선배 의원들을 질타하는 것은 '좋은 게 좋은' 우리의 정치문화 풍토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낯선 풍경이다. 그런데 이 겁 없는 초선은 MB(이명박)와도 '맞짱' 뜰 것을 선언했다. 도시건축 전문가인 그는 이날 "이명박 정부의 온갖 삽질 정책에 결연히 맞서고자 한다"고 국민 앞에서 선언했다.

그러면서 세 곳의 전선(戰線)을 적시했다. 첫째, 4대강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둘째, 세종시, 국가가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셋째, 용산 참사와 뉴타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같이 MB 정부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야당 의원들은 '잘~했어'라고 환대했지만, 여당의 동료-선배 의원들은 격려의 박수 대신 야유로 이 겁 없는 초선 의원을 냉대했다. 특히 세종시 원안 수정과 관련, 그가 "절차가 비겁하고 미숙하기 짝이 없다"면서 "적어도 노무현 대통령은 정정당당하게 추진했다"고 말한 부분에서 그랬다.

그는 등원후 첫 인사말에서부터 동료의원들의 야유를 받은 기록을 세웠다. 유시민 전 의원도 지난 2003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어 캐주얼(평상복) 차림으로 의원선서를 하려다 동료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선서를 거부당한 일이 있지만, '튀는 복장' 때문이었지 '튀는 말' 때문에 그러지는 않았다.

그도 첫 등원 인사말을 한 이날 오후에 의원회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그렇게 얘기 하고나서 (금방) 관련된 뉴스도 뜨고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한다고 한 것이 심상치는 않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계 입문한 것도 MB의 '삽질 정책'에 한이 맺혀서

그러나 그는 곧바로 "나는 당연히 할 말을 했고 내가 가진 전공을 봐서라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 일들에 대해 내가 여태까지 해온 말들인데 그 정도 얘길 못하면 어떡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글의 힘도 놀랍지만 말의 힘도 있는 것 아니겠나.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죽~ MB에게 약이 되는 할 말을 하겠다는 얘기다.

사실 MB의 삽질 정책에 대한 그의 비판은 '유서'가 깊다. 그는 MB가 서울시장을 할 때부터 그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어였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인물과 사상> 등에 기고한 공간정치에 대한 연재에서 MB를 적나라하게 비판해왔다. 외국인들이 '원더풀'을 연발한 청계천도, UNEP(유엔환경계획)가 '녹색성장정책의 선구자'라고 칭찬한 4대강 사업도 그의 입을 거치면 '묵사발'이 된다.


"그런데 그런 보도에 나갈 때마다 언론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으로 나를 접촉해서 등장시킨다. 이를테면 '이명박 시장은 이렇고 이렇게 했는데, 그러나 도시건축가 김진애는 이렇게 비판했다', 이렇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아서 (MB한테서) 미움을 많이 샀다."


도시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은 그가 정치에 발을 내딛은 것도 "나름대로 정책제안을 아무리 해도 정치권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고, 이명박 시장 같은 사람이 와서 흔들어 버리면 모든 것이 엉망이 돼 버리고 하는 게 한이 되"어서이다.

서울에 대해 할 말이 너무 많은 그의 눈에 '끊임없이 화장만 하는' 것으로 비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 한심해 보인다. 오 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 르네상스와 관련,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도 뭔가 처음에 시작한, 창업자 같은 맛이라도 있는데 오세훈 시장은 완전 재벌 2세식이라고나 할까"라면서 "오 시장은 '여린 재벌 2세', '스몰 이명박'이다"고 혹평했다.

그는 세종시 수정 방침을 밝힌 정운찬 총리에 대해서도 "행정복합도시 기본 개발계획을 세워서 받는 데까지 2년이 걸렸는데, 내년 1월에 대안 발표해서 하자는 게 말이나 되는 것인가"라면서 "정 총리가 내 클래스(학급)에 들어오면 그냥 가는 거지. 학습태도와 사전 자료 준비도 안돼 있고, 숙제도 안해오고 그럴 것 같아"라고 일축했다.

"예산 확보 안됐는데 공사 발주하는 것은 탈법"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계 입문한 것도 MB의 '삽질 정책'에 한이 맺혀서 정치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정계 입문한 것도 MB의 '삽질 정책'에 한이 맺혀서 정치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그뿐이 아니다. 이 '여장부'는 국회의사당 연단에 처음 선 소감을 묻자 대뜸 "의장석도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높지 않고, 몸싸움 할 때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몸싸움을 하게 될 때는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몸을 던져서라도 MB 악법을 막겠다는 것이다.

서울공대 800명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다는 김진애 의원. 그는 4대강 사업과 관련 "검증되지 않은 방식을 쓸 때는 테스트를 먼저 해서 결과가 '할 수 있다'고 나올 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임기 3년 내에 한다는 것은 국토와 역사와 미래세대에 대한 죄악이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산도 확보 안됐는데 공사가 발주되는 것은 탈법으로 정부의 정도가 아니다"면서 "예전에는 그렇게 하면 다 감옥 갔다, 공무원들은 잘리고"라고 덧붙였다. 그가 어떤 분야에 주안점을 두는 의원이 될 것인지를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초선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여럿 낼 만큼 '내공'이 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장을 끝까지 지킨 '눈 밝은'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에 일당백의 걸출한 인물이 들어왔다"고 반색했다.

그는 "국회는 국정에 대한 견제가 기본인데 그 기능이 지나치게 약화돼 있고 퇴화돼 있다"면서 "이것은 문제가 있고 모욕적인 것"이라고 했다. 3권분립이라는 제도 자체가 국가기관간의 대립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특히 정부-국회 관계가 "일종의 이해 파트너십의 관계이거나 공포의 파트너십이거나 탐욕의 파트너십이거나 그런 것"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 초청강연에서 자신을 소개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이 '가끔씩 세상을 좀 재미있게 해 드릴께요'"라면서 "세상을 좀더 재미있게, 좀더 유쾌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솔직히 국회의원 배지 다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혼잣말처럼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가 '이해와 공포 그리고 탐욕의 정글'에서 오래오래 살아남아 '유쾌한 반란'을 일으켜주길 기대할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이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의원회관에 오늘(5일) 입주하신 것인가.
"그저께 저녁에 선관위 통지서 이른바 당선증을 받고, 어제 아침에 국회에 신고하고, 오늘 들어왔다."

- 건축가로서 국회 조경이나 풍경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노 코멘트다. 다만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에 내 생각이 함축돼 있다.

대학 들어오기 전 얘긴데, 정인국 교수님 등 여러 선배 건축가들이 팀을 만들어서 국회의사당 설계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안이 하루아침에 폐기되고 돔이 들어왔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데, 그때 그런 프로젝트는 JP가 좌지우지 했다고 한다. 원래의 안을 하루아침에 돔으로 바꾼 것이다. 돔 건축에 구멍 빵빵 뚫어서 개집처럼 만들고, 이게 뭐냐면 그리스식 열주를 따오고 그 위에 돔을 얹었다. 열주와 돔의 상징을 조합한 것이다. 처음 설계에 착수했던 건축가들은 국회의 여러 가지 위상 등을 건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이 필요한 것은 돔과 열주의 이미지였을 뿐이었을 것이고, 그런 공간이 만든 그런 식의 정치라고나 할까.

베를린 통합 의회가 굉장히 인상적인데, 예전엔 베를린 장벽 옆에 있었다. 통합되면서 일대 지역을 의회와 정부 기관으로 만들었는데, 위의 돔을 완전히 리노베이션 해서 유리로 만들었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의사당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국민들이 의회를 감시한다는, 국민들은 위에 있다는 그런 개념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 자체에 상징과 개념을 잡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의원 선서후 첫 인사말이 인상적이었다. 첫 인사말에 의원들이 야유를 했다. 유시민 전 의원도 의원선서 당시 평상복 복장 때문에 야유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인사말 때문에 그러지는 않았다.
"그거야 (유시민 전 장관이) 백바지 입고 나왔으니까, 나라도 그랬을 거야. 근데 나 같으면 '멋지다 유시민!' 그랬겠죠.

그런 자리는 중요하니까 어제 좀 생각을 하고 길이 조정 때문에 숙고를 좀 했지만,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한 것뿐이다, 발언대에 올라갈 수 있는 때가 한 일년쯤 걸리지 않을까. 내년 2월까지 대정부 질문이 더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 다음에는 지방선거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 포지션을 명확히 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얘기 하고나서 관련된 뉴스도 뜨고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한다고 한 것이 심상치는 않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연히 할 말을 했고 내가 가진 전공을 봐서라도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 일들에 대해 내가 여태까지 해온 말들인데 그 정도 얘길 못하면 어떡하나. 당연히 내 포지션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좌진들에게 야단을 좀 많이 맞았다. 남편도 금방 전화해서 뭐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나는 노는 세계가 다르니까 뭐라고 하지 말라. 우리의 반대 방식은 다르다'고 했다."

"인사말은 작심하고 한 것...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 오늘 인사말 내용은 작심하고 얘기한 건가.
"그렇다. 후배들한테, 특히 여성 후배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는데, 어느 자리에 가서 말을 한 마디도 안하고 오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 그건 엄청 후회되는 일이다. 말을 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말을 하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말할 준비는 하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오늘 말을 안했다면, 다른 방식으로 블로그에 글을 쓴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했을 테지만, 글의 힘도 놀랍지만 말의 힘도 있는 것 아니겠나.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처음 선 소감은 어떤가.
"본회의장에 들어간 것이 처음인데, 굉장히 아늑했다. TV로 본회의장에서 몸싸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굉장히 커 보이는데, 실제로 보니 팔을 뻗으면 닿을 듯 굉장히 가까운 거리이고 포근한 거리였다, 위압감을 느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늘 보고 놀란 게, 다른 의원들도 다들 릴렉스하고 있더라. 생각보다 긴장되진 않았다. 의장석도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높지 않고, 몸싸움 할 때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키와 의장석 높이를 재보기도 하고 그랬다.

공간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믿고 있는데, 내가 굉장히 부러워하는 것이 미국의 의회 회의장이다. 대통령이 거기서 시정연설 할 때의 분위기가 항상 부러웠다. 화면에 나올 때도 바로 옆에서 붙들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의회의 분위기를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본회의장이 작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뒤에 앉으면 어떨지 모르겠다. 앉은 자리는 굉장히 불편했고 옆 사람하고도 교류가 일어나기가 어렵다는 걸 느꼈다."

- 앞으로 몸싸움도 할 건가.
"몸싸움을 하게 될 때는 하는 것 아니겠나."

- 주변에서 '여장부'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가.
"나는 남들이 내게 어떤 꼬리표를 붙이고 어떻게 부르는 것에 대해 구애받지 받지 않게 된 것은 굉장히 오래된 얘기다."

- 그러면 혹시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가.
"누구도 나에게 페미니스트라고 부른 적이 없다. 여성운동권에 적극 참여한 바도 없는데 남성들이 나를 공격할 때 그렇게 부를 뿐이다. 그런대 나는 휴머니스트이고 휴머니스트라면 페미니스트가 아닐 리 없는 것 아닌가. 여성의 경우엔 근본적으로 사회의 마이너리티다. 마이너리티로서 갖는 한과 마이너리티로서의 체험이란 게 있다. 사회적 배경이 아무리 좋은 여성이라도 그렇고, 여성이라면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을 안가진다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닌가. 그러나 나는 남성들이 여성을 치장품 쯤으로 여기는 것도 못 참지만, 여성이 남성을 부와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 그것도 상당히 못참는다."

"여당 의원님들조차 지금의 국회의 위상에 대해 모욕감 느낄 것"

- 국회 첫인사에서 '국회는 국회다워야 한다'고 했는데 '국회다운 국회'는 어떻게 묘사할 수 있나.
"국회의 기본은, 행정·사법·입법의 삼위일체 중에 하나 아니겠나. 그 한팀이 각각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국회는 국정에 대한 견제가 기본 아니겠나. 그런데 그 기능이 지나치게 약화돼 있고 퇴화돼 있다. 이것은 문제가 있고 모욕적인 것이다. 여당 의원님들조차 지금의 국회의 위상에 대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한 지는 한참 됐고, 국회가 정부로부터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고, 사법부로부터도 전혀 존중 못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일종의 이해 파트너십의 관계이거나 공포의 파트너십이거나 탐욕의 파트너십이거나 그런 것인데, 국회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없는데 누구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겠는가. 각자의 기능과 역할 성찰과 개선점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야 하는데, 사법부는 가끔가다 괜찮은 판결을 내리기도 하는데, 국회는 그런 결정을 못내리니까 국회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솔직히 참 이 국회의원 배지 다는 것이 부끄럽다. 아까 인사말에서 빈말로 한 게 아니다. 국회에 대해, 특히 요즘 국회에 대해서는 더 부끄럽다.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 MB의 '삽질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는데….
"세게 한 것 아니다. 보좌관이 원고에서 빼고 또 빼고 해서 그 정도다. 예전에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공간정치에 대한 연재와. <인물과 사상>에 했던 연재에서는 굉장히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그 비판은 정치인들이 입에 발린 것, 키워드를 잡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인으로써 뼈저리게 느끼고 팩트를 담아서 얘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MB 입장에서는) 더 밉고 얄미운 것 아니겠는가. 아까 (인사말 할 때) 여당 의원들이 째려보고 난리났다."

- 그런데 2007년에 <타임>지가 청계천 복원과 버스 체계 개편 등을 이유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환경영웅'으로 지정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외국에서 주목받으려면 막후 로비가 상당히 들어간다. 서울시에서도 상당히 많은 외국 언론인들을 데려와 홍보하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특혜도 준다. 외국 언론인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괜찮은 아이템으로 먼저 치고 온다, 그러면 기사화하기 참 좋은 것 아니겠는가. 이명박 시장팀에서 그런 면을 굉장히 잘 활용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홍보는 행정을 하면서 필요한 부분인데, 다만 그걸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써먹으니까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도 한나라당 의원들도 요즘 만날 얘기하는 것이 UNEP(유엔환경계획)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정책의 선구자'라고 칭찬한다는 건데, 특히 서양에선 이쪽에서 그쪽에 뭘 지원해주거나 하는 상황에선 자기들과 특별히 연관된 것이 아니면 나쁜 얘기 잘 안하려고 한다. 그런 것을 대단한 것처럼 인용하고 있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그런 보도에 나갈 때마다 언론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으로 나를 접촉해서 등장시킨다. 이를테면 '이명박 시장은 이렇고 이렇게 했는데, 그러나 도시건축가 김진애는 이렇게 비판했다', 이렇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아서 (MB한테서) 미움을 많이 샀다."

"4대강 국민여론은 판가름 났다... 문제는 '이명박 세대'다"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국토를 절단하고 먹는 물을 썩게 만들고 국가재정을 파탄내는 망국 프로젝트"라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정반대 논리다. 국민 입장에선 양쪽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들여다 보지 않으면 헷갈린다. 
"국민여론은 이미 판가름 났다고 본다. 70%가 반대하고 있다. 반대하는 이유는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많이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 20조, 아마 30조 규모로 커질 것인데, 선진국에선 이런 규모를 3년 안에 끝내서 중요한 강을 바꾸고, 더구나 댐식으로 다 바꾼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환경영향평가 등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 국민들도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70%다.

문제는 '이명박 세대'다. 이 세대는 예전에 지하철 1호선을 개통하고 나서 '너무 잘 지었다' 그랬던 세대다. 청계천의 경우엔 외국 사람들이 보면 콘크리트로 하천을 바른 것을 보고 왜 이런 짓을 했느냐고 하는데도 그게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명박 세대'다.

4대강을 한강처럼 더 이쁘게 해서 자전거 타고 주르르 달리고 사진 찍고 그런 것을 좋다고 생각한다. 즉 손을 대고 가꿔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가꾸지 않은 상태의 생명력 메커니즘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장기적인 시각으로 봐선 어떤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아까 대정부질문에서 이한성 의원이 안동 하회댐 얘길 했는데 정말 의석에서 손을 들고 얘길 해주고 싶었다. 이 의원이 얘기하는 것은 안동에서 낙동강이 둘러가는 백사장에 쌓여 있는 퇴적물이 쓸데 없이 퇴적돼 있다는 것이고, 예전엔 안그랬기 때문에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건기가 생기고 하면서 자연이 적응해나가는 흔적이 지금의 땅의 모습이고 강의 모습이다. 그것을 그대로 못놔두겠다는 것이다. 손을 대서 가꿔놔야 일을 했다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 얘기하기가 힘들다.

25~28% 정도는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고 지지를 하는데 그분들은 정치적 지지자들이라고 생각한다. 4대강을 살리는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 말고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상류쪽 천변이 훨씬 큰 문제다. 4대강 자체는 홍수와 같은 피해도 별로 없고 별로 관리해야 할 것이 없다. 오히려 4대강 사업이라고 해서 손을 대는 것이 관리하는 데에 돈이 많이 들게끔 만드는 것이다. 그게 무서운 일이다.

나도 이공계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방식을 쓸 때는 테스트를 먼저 해서 결과가 '할 수 있다'고 나올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공계 사람들이 근본 윤리이고 기술윤리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은 그런 방식이 아니라는 거다. 어디 한군데만 테스트를 해도 좋다. 보를 했을 때 물이 썩느냐 안썩느냐, 지금까지는 당연히 썩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두 개 먼저 해보고 전체적으로 다 해도 되는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임기 3년 내에 한다는 것은 국토와 역사와 미래세대에 대한 죄악이다. 가장 큰 것은 거기에 사는 뭇 생명들에 대한 죄악이기도 하다.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 추진의 편법과 위법, 그리고 경제성 체크나 환경영향평가가 안된 것들이 다 드러났다. 사업비가 앞으로 더 들어야 하는데 숨겨져 있는 것들과 비용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것, 수자원공사에 떠넘기는 것이 다 드러났다. 이번에 국회예산처에서 4대강 예산 4조 5000억 원을 감액해야 한다고 한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또 예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 예산도 확보 안됐는데 공사가 발주되는 것이다. 이것은 탈법으로 정부의 정도가 아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하면 다 감옥 갔다, 공무원들은 잘리고."

"오세훈 시장은 '여린 재벌 2세', '스몰 이명박'... 박근혜는 정직할 것"


-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이 하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도 뭔가 처음에 시작한, 창업자 같은 맛이라도 있는데 오세훈 시장은 완전 재벌 2세식이라고나 할까. 창업자들은 터프하다. '정말로 이것이 나에게 정치적인 효과가 있는 것인가'라는 것을 잘 잘 따진다. 그러나 재벌 2세는 황금 자체의 가치보다도 황금이 내는 휘황한 빛에 현혹되기 쉽다. 오세훈 시장이 하는 게 끊임없이 화장하는 것이다. 디자인의 핵심, 정말 좋은 디자인이란 것은 삶의 본질을 건드리는 것인데 오 시장은 그런 것을 못하지 않나. 오 시장은 '여린 재벌 2세', '스몰 이명박'이라고 나는 이야기한다.

서울에 대해, 도시에 대해 할 말은 너무 많은데, 내가 정치권에 들어온 이유는, 전문계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내가 나름대로 정책제안을 아무리 해도 정치권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게 안되더라는 것이다. 이명박 시장 같은 사람이 와서 흔들어 버리면 모든 것이 엉망이 돼 버리고 하는 게 한이 되니까, 한번 해보자고 해서 하는 것이다.

지금 정치적으로 이미지로 떠 있는 오 시장의 문제는, 자꾸 단편적, 단기적으로만 생각하고 포장을 생각하고 사진 한 컷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핵심과 본질에 대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삶에 관계된 사회복지나 교육이나 생활에 관계된 것뿐 아니라, 도시의 구조도 굉장히 많이 변혁시켜야 할 그런 시점에 와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바꾸느냐 하는 핵심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피해가고 계속해서 이뻐보이는 것만 하려는 것이다. 이러니까 진정한 변혁이 안되는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표도 같은 이공계 출신인데 같은 연배인가.
"나는 71학번이고 박 전 대표는 전자공학과 70학번인데, 나는 이공계 출신을 높이 사는 편이다. 우리는 합리적, 구체적, 논리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직성이다. 이공계 출신에게는 기술가치에 대한 정직성이란 것, 근거를 갖고 얘기해야 하는 정직성이 근본적으로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박근혜 대표도 그런 게 있을지 모르겠다. 건축이나 도시계획 분야는 훨씬 융통성이 넓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처럼 어디 가서 팩트를 왜곡해가면서 '안동 하회댐이 어떻다' 이런 소리를 못한다. 이공계 출신은 근거나 논거를 확실히 따져보고 나서 얘기하고 남들보다 더 준비하는 면은 있다."

- 박 전 대표와의 교류는 있었나.
"정치권 들어오기 전에 딱 한번 만나본 적 있다. 한 신문 기자가 박근혜 전 대표를 인터뷰하고 토론하는데 내가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해서 여럿이 만나는데 같이 저녁 먹으면서 있었던 적이 있다. 그때 딱 한 시간 정도 만났고, 그 이후로 만난 적은 없다."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도시전문가로서 행정복합도시에 대한 견해는?
"행정복합도시 과정에 쭉 참여했다. 기본 개발계획 세워서 받는 데까지 2년이 걸렸다, 2년도 꽤 짧게 걸려서 한 것이다. 굉장히 어려운 것을 아는데, 정운찬 총리는 1월에 대안 발표해서 하자고 하는데, 말이나 되는 것인가. (웃으며) 정 총리가 내 클래스(학급)에 들어오면 그냥 가는 거지. 학습태도와 사전 자료 준비도 안돼 있고, 숙제도 안해오고 그럴 것 같아.

내가 최근에 쓴 <도시 읽는 CEO> 책의 한 꼭지가 임시행정수도와 행정복합도시다. 내가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박정희 정권 때의 임시행정수도에 참여하게 되면서다. 당시 건축설계사무소에 다니다가, 우연히 픽업이 되서 임시행정수도기획단에서 일을 하게 됐다, 그때 도시에 대한 매력을 많이 느꼈고 유학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박정희 정권이 끝나면서 그 계획이 다 죽어버렸는데, 만약 그때 임시행정수도를 했었더라면 우리나라의 도시 체계라든가 지방과 수도권의 관계가 어떻게 됐을까가 항상 머리를 땡기던 의문이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서도 굉장히 위험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그 문제를 심사숙고하고 거기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정정당당히 내놓고 그랬다. 그러면서 사회 논쟁의 수준도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스타일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다. 오늘 인사말에서 그 부분(노 전 대통령은 세종시를 정정당당하게 추진했다)을 얘길 하니까 의원들이 소리를 치고 난리를 치더구만."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문제 접근은 초등학생 수준"

- 기획단에서 일한 것은 언제였나.
"78~79년이다. 77년부터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나는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그때 지도교수님이 기획단에서 일을 하셨다. 그때 처음으로 스카우트라는 걸 당해봤다. 당시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소셜 믹스'(다양한 사회 계층이 한 동네에 어울려 사는 거주형태)를 주제로 논문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배가 전화를 해서 다음날 바로 포트폴리오를 갖고 오라고 했다. 인생에 여러 가지 계기들이 있는데, 그것이 도시 건축에 대한 눈을 트이게 한 프로젝트였다."

- 세종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솔직히 정치적인 해석을 먼저 해야겠다. 근본적으로 정운찬 총리가 처음에 이 문제를 들고 나올 때 나는 우스워했다. '박근혜 대표가 절대 OK 안할 것을 왜 들고 나올까', 이렇게 생각했다. 박 전 대표도 당시에 굉장히 많은 고민을 거쳐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와 관련해 특히 높이 평가하는 게 그런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당시 한나라당에서 반대가 굉장히 많았음에도 합의를 끌어낸 것은 대단한 것이다. 원래 좋은 정책이란 것은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정 총리가 자족도시, 행정효율성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초등학생이 하는 얘기인 것 같아서 굉장히 답답하다. 행정복합도시가 안된다고 하면서 인구가 50만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인구 50만은 2030년까지의 목표다. 보통 도시 하나가 형성되는데 20년이 걸린다. 기본적으로 확실하게 30%를 확보하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돼 있다고 얘기한다.

행정복합도시의 경우, 20만은 무난하다, 나머지는 이 도시가 얼마만큼 잘하느냐에 따라 빨리될 수도 있고 좀 늦게 될 수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50만 이상으로 될 가능성 높다. 행정복합도시가 성공적으로 되면 계획보다 커질 수도 있다. 여태까지의 도시 개발에서는 항상 계획보다 커지는 것이 문제였다. 세종시가 그렇게 될 핵심기능을 갖고 있느냐인데 나는 세종시가 이미 그 기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족기능이 6~7% 밖에 안된다, 이런 바보 같은 얘길 하는데, 토지의 6~7%만 산업기능, 즉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기능이 뭐냐면 업무지역이라든가 상업지역이라고 하는 것이다. 너무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그곳이 녹지가 많아서 한 50% 정도 된다. 통상적으로 녹지는 12% 정도이고 12%면 절대 작지 않은 수치다. 행정복합도시는 가능하면 혼합형으로 하려고 한 것이다. 주거지구에서도 주상복합처럼 업무와 주택이 같이 들어오는 게 좋다 해서 주거지구에서도 업무가 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용도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숨어있는 퍼센트(%)가 상당하다.

토지 용도가 복합적으로 돼 있는 이런 것은 앞으로의 도시 모델이 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이, 이런 개념을 전혀 모르니까, 산업단지, 의료단지, 이런 것만 얘기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저렇게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 도시 운운하면서 포항이나 울산처럼 기업이 가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지금 어느 기업인들 모가지를 비틀어서 세종시에 가게 할 수 있겠나.

교육기관이라고 하면, 그때 세종시에 가겠다고 MOU(양해각서)를 맺은 곳이 고려대와 KAIST다. 그 나머지 큰 대학 중에서도 내려오고 싶은 곳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에서 그냥 내려가라고 할 수 있나. 또 9부 2처 2청뿐 아니라 수많은 공공기관이 가게끔 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총리가 아마추어처럼 얘기하고 있다. 총리가 되니까, 이제는 아는 척해야 하는 딜레탕트(예술이나 학문 따위를 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취미 삼아 하는 사람-편집자)가 돼버렸다. 너무 심하게 얘기했나."

"용산참사 푸는 방법은 '사바사바' 아닌 공공적인 차원의 것이어야"

- 예전에 용산이 지역구였는데.
"작년에 비례대표하면서 지역위원장을 관뒀다. 4년 동안 지역위원장 했다. 용산은 과거와 미래의 문제, 8도의 문제가 다 있는 곳이라고 내가 항상 얘기한다. 용산의 문제를 잘 풀면 서울도, 대한민국도 잘 풀린다는 얘기다. 용산에서 그런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도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용산참사 문제가 청와대와 총리실, 서울시가 모두 관련된 복합적인 문제인데 서로 조금씩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쓸데없이 정 총리가 나와서 (해결이) 더 안되는 꼴이다. (정 총리가 개입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오세훈 시장과 샅바싸움 하는 게 있다. 그래서 오세훈도 하는 척했다가 총리가 나오니 물러나 있고 그런 모양이다.

공직 자체에 앉아 있다보면 거기서 하는 행위가 그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치는 영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사람들에게 임시상가를 해주면 그 전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오세훈 시장 논리도 맞다. 하지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총리도 마찬가지다. 국가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면 공공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개인적 경험을 얘기하면, 고건 서울시장 때, 매달 한 번씩 토요일에 민원데이트란 게 있었다. 누구든지 피켓 들면 불러들인다. 그러면 항상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온다. 그러면 시에서 시청이 할 것과 구청이 할 것, 민간회사에서 할 것, 이런 것에 대해 원칙을 조정해줬다. 지금은 전혀 그런 것에 대한 신뢰를 다 잃은 것이다. 시장이나 총리나 다 공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다 잃은 것이다. 그 와중에 법원 판결까지 나버려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해결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한다. 민원데이트 당시 나는 민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는데, 판관으로 앉아 있다가 현장에 가서 욕도 먹고 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싸우더라도 그 앞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비례대표를 승계한 김진애 민주당 의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공개적으로 정공법으로 접근해 풀어야 한다는 생각인가.
"용산참사를 푸는 방법은 공공적인 차원의 것이어야 한다. 나는 서울시도 그렇고, 총리실도 '사바사바'(뒷거래를 통해 은밀히-편집자) 해결하고 싶어한다고 본다. 보상금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민원 현장에서 항상 모욕적으로 느껴지는 것인데 관에서 나온 사람들은 사람들이 피켓을 들면 '보상금 더 받기 위한 것'으로 치부한다. 그런 태도로 나가면 용산참사 문제는 안풀린다. 생명과 자존심과 미래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공적인 절차로 얘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 이 문제는 제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오 시장이 나쁜 사람이 아니고 단지 좀 약한 사람인데, 누가 뭐라고 얘길 하면 뭐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뉴타운 자체의 문제도 있고 재개발제도의 문제도 있으니까 공공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터트려는 놨는데 액션은 없는 것이다. 뉴타운 관련 제도, 재개발 재건축 제도, 상가와 관련된 제도, 기존 집을 갖고 있던 주민들의 생활권 있던 사람들의 생활권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정동영 의원 주최로 용산참사 재발방지법에 대한 토론회도 하고 했는데, 국회에 대해 내가 화가 나는 것은 지난 1월에 사건이 터졌는데 각종 제도 개선을 할 것처럼 해놓고 지금까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나도 초짜의원으로서 한다고 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국회가 안하고 있는 것은 참 화가 난다. 국회에 특별위원회도 만들자는 말도 많았지만 결국 안했다."

- 17대 때는 서울 용산에서 출마했는데, 18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나온 것은 자의인가.
"이건 완전히 자의다. 4년 동안 지역위원장했고 18대에 예비후보로도 등록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되니 주변에서 '이제 비례대표 해도 된다' '비례대표 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말을 했다.

나는 솔직히 집권당의 비례대표는 별로라고 생각했다. 여당 비례대표로서는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그동안 확실히 맞서왔던 것도 있고, 뉴타운 때문에도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 용산은 뉴타운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고, 역세권 개발과 관련해서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이다. 그때 당시 분위기에선 뭐든지 해주겠다는 식으로 공약을 짜지 않으면 당선이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드는데, 문제는 공약들을 만들다가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내가 다 해주겠다고 말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비례대표 쪽으로 틀었다. 비례 순번이 17번인데 여기 들어올 수 있을지 상상이나 했겠나."


#김진애#삽질정책#4대강#세종시#용산참사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