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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뮤지컬 <청이야기> 프레스 리허설 및 배우, 연출 인터뷰 11월 14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서울예술단의 창작 뮤지컬 <청이야기>의 프레스 리허설 현장을 찾아 주요장면 및 배우, 연출 인터뷰를 영상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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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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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라도 '심청전' 하면 아마도 '다알지' 할 것이다. 기자 역시 그랬다. 대체 왜 뜬금없이 효녀 심청이 이야기를 뮤지컬을 만들어서 그것도 아예 서울예술단의 극단 레퍼토리화 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청' 하면 무엇보다 '효' 이미지가 가장 강하고 그런 유교적인 교훈이 주된 줄거리를 이루는 이야기가 과연 현대 뮤지컬에 어울릴 법이나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의문이 배우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첫날 공연을 보고서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은 심청은 심청이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는 것을. 왜 배우들이 그처럼 '다르다'. '새롭다'를 말했는지를.
지난 11월 14일 토요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청이야기>는 재해석을 넘어서 가히 '재창조'되었다라고 주장할만큼 기존의 '효녀 심청' 이야기의 큰 뼈대는 그대로 가지고 가되 원래 이야기와는 결과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전혀 새로운 시각, 현대적 감각으로 꾸며졌다.
'효녀 심청'에서 완전히 새로워진 '청이' 이야기
일단 무대부터가 그렇다. 서양인들과 달리 타고난 동양인인 우리들은 어렸을적부터 보아온 전통적인 것에 대해 대개 식상하고 고리타분 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편이기에 만일 <청이야기>의 무대를 원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고전적, 전통적인 것으로 만들었다면 아마도 그 첫 인상부터 '이 이야기는 재미없을 것'이란 단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이야기>의 무대는 거의 파격적이랄 정도로 단순화되어 있으면서도 상당히 기능적으로 작동한다. 라이브 밴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뮤지컬<시카고>와 마찬가지인데 반해 배우의 움직임을 고려한 다양한 높이의 단들과 시소형태로 제작된 2개의 모듈이 전환하면서 보다 역동적으로 연출되어지는 배의 형상과 움직임, 각각의 장면들은 기존 대형뮤지컬 등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분위기를 날려버리는 대신 오히려 관객의 머릿속에서 상상케 만든다. 색깔과 모양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탓에 더욱 환상의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이것이 어떤 관객에게는 상당히 불친절하거나 성의없이 보일 가능성은 있다.
주요 등장인물들, 그리고 등장인물의 성격 역시 꽤 달라졌다. 원본에는 아예 없던 희원이란 소년이 새롭게 추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주인공 청이와 함께 거진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효녀 심청이 운명에 순응하는 가련한 여인이었던데 반해 뮤지컬 <청이야기>의 소녀 청이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해나가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오히려 남자 주인공인 소년 희원은 어쩔 수없이 자신의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스스로 속박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청이의 능동적 선택과 그 결과는?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주된 줄거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효녀심청을 따라가지만 특히 2막부터는 왕과 왕자 희원의 갈등, 궁궐내에서의 반란이라는 전혀 새로운 사건 등이 등장하면서 결말에 이르러서는 실제 원작과는 전혀 다른 매듭을 짓게 된다. 아직 못 본 관객들을 위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결코 희극은 아니라는 점. 꼭 희극이냐 비극이냐과 결과적으로 중요한가 하는 것을 말해 주는 것처럼 마지막 곡명은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이다.
사실 그렇다. 주인공 청이가 아버지를 위하여 스스로 선택한 길, 인당수로 몸을 내던짐으로써 그것을 본 옥황상제가 지극한 감동을 받아 용왕에게 시켜 연꽃잎에 태워 다시 육지로 돌려 보내 왕비가 되고 궁중연희를 베풀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매우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 2막이 훨씬 더 실제 삶에 가까울 수 있는 내용, 납득가능한 장면들로 바뀌면서 이야기의 결론은 '지극한 효성'보다는 '여성 스스로의 능동적인 선택과 그 삶의 장면들'로 바뀌어져 있다.
그 삶의 장면은 실제 삶이 그렇듯 어떤 날은 비극이며 또 어떤 날은 희극일 수 있는 것이다. 순간 순간의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것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기쁘건 슬프건 이 뮤지컬의 마지막 곡명처럼 그래도 우리의 삶은 계속 되기 때문에.
뮤지컬 <청이야기>는 어쩌면 서울예술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작품일런지도 모른다. 가장 대중적인 쟝르인데다 젊은이들이 주로 보는 뮤지컬의 소재를 우리 전통의 것에서 찾은 점은 높이 사줄만 하다. 탄탄한 실력을 가진 배우들의 노래와 안무 등이 어우러져 역동적인 무대와 함께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 어쩌면 이야기의 주제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낯설음에 과연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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