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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방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니, 그들이 테러리스트이든 누구든 상관없다.'

 

테러리스트 혐의를 받는 외국 국적(대부분 아랍계)의 용의자들이 재판도 없이 무기한으로 수감되어 있는 쿠바 관타나모에 위치한 수용시설은 미 정부에 의해 운영되지만 미국땅이 아니기에 미국사법권의 영향 밖에 있다. 고문을 비롯한 각종 불법 행위들이 빈번히 일어나지만 제지할 방법이 딱히 없는 까닭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그곳에 수감되어 있는 테러 용의 수감자들을 일리노이주 미시시피강 인근 작은 마을 톰슨소재의 교도소로 이송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에 대부분 주민들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마을 대표인 제리 헤블러(Jerry Hebeler)는 <시카고 트리뷴> 인터뷰에서 '마을주민에 대한 안전만 보장된다면 반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며, '일부 주민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귀를 귀울이기엔 마을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반대하기 너무나 아까운 계획'임을 강조했다.

 

총인구 550명의 톰슨의 현재 실업률은 12%에 육박하고 있어 미국 내에서도 높은 축에 속하는데, 주민들은 그 원인 중의 하나로 텅 비어 있는 주립 교도소를 꼽는다. 2001년 완공된 첨단경비시설의 주립 교도소는 감방만 1600개에 달하는데 주정부의 예산부족으로 거의 가동되고 있지 않아 우리 돈으로 1200억 원에 달하는 건설비용만 고스란히 허공에 날린 채 8년째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교도소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경제 역시 추락했기 때문이다.

 

주민들 외에 민주당 인사들이 대부분인 일리노이 주정부측에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미 본토 이송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이들을 수감하기로 선정된 교도소들은 연방정부에서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어 있어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주정부로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함께 '처치 곤란' 상태의 교도소를 매각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수 있기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 소속인 일리노이 주지사 팻 퀸(Pat Quinn)은 일요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대단한 기회'라고 평했으며, 같은 민주당 소속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딕 더빈(Dick Durbin) 역시 '3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며 높은 기대를 나타냈는데, 특히 퀸 주지사는 '이미 일리노이주에는 35명의 테러용의자가 안전하게 수감되어 있으며, 단 한 건의 탈주시도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언급하며 주민들의 불안심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인사들은 한결같이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계획'이라 주장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마크 커크(Mark Kirk)는 '미국 최고층 건물이 지척간인 이곳에 그들을 불러들여 일리노이를 알 카에다의 타겟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으며 피터 로스캠(Peter Roskam)은 '오바마 행정부의 일자리 창출 능력 부족이 위험한 테러용의자들을 이곳에 불러들이고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자행되는 수감자들에 대한 가혹 행위와 불법 심문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1년 내에 수감시설의 폐쇄'를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그로부터 1년이 다 되어가는 현 시점의 상황은 전 부시행정부와 그리 다르지 않다.

 

현실적으로 관타나모를 대체할 시설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공화당측이 시설 폐쇄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인데, 이번 미 본토 이송 계획 역시 의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어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존재한다.

 

취임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해 국제사회에 떳떳이 설 수 있는 미국을 만들어 낼지 아니면 반대 세력에 발목 잡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살인자든 테러범이든 아무나 와서 우리 지역 경제를 살려달라고 할 정도로 피폐해진 자국민들의 민심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리더십이 아닐까.


#관타나모#일리노이#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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