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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2010년도 예산안의 복지분야 비중 증가를 강조하면서 '친서민 예산'을 외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건강권과 직접 관련되는 예산은 2009년에 비해 늘어나기는커녕 15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010년도 보건복지가족부 예산안 중 의료급여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의 의료이용 및 건강관리와 관련된 예산 항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결과적으로 건강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예산안"이라고 혹평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와 이재민, 국가유공자, 탈북자, 행려환자 등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예산의 경우, 정부는 2010년 예산으로 3조8041억원을 신청했다.

2009년 예산 지출 추정액 3조5106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로 보이지만, 정부는 이 중에서 3039억원을 재정절감하기로 했다. 따라서 실제 지출하기로 한 예산은 3조5002억원이고, 이는 2009년에 비해 0.3%, 104억원 감액된 액수다.

그러나 급여대상자는 크게 늘려 잡았다. 2010년 급여대상자는 174만5000명으로, 지난해의 137만8000명보다 크게 늘어났다. 돈을 덜 쓰기로 했는데 돈 쓸 곳은 늘어난 모순적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결국 의료급여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본진료비가 절감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의료급여 수급자 진료비에서 지출을 줄이라는 의미이고, 수급권자들의 진료 횟수나 약 먹는 횟수를 줄여 수급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    용
2009년(a)
(단위: 백만원)
2010년 예산안
증감(b-a)
(단위:백만원)
7월안
(복지부 원안)
10월안(b)
(정부 조정안)
의료급여
3,510,631
3,716,611
3,500,225
-10,406
의료급여 대불사업
26
0
0
-26
긴급복지
153,312
127,300
52,912
-100,400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사업
1,545
1,545
1,345
-197
저소득층 암 조기검진 및 의료비 지원
51,421
48,886
46,883
 -4,538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432
400
390
-42
보건소 방문건강관리, 재가암환자 관리
29,598
32,267
29,598
0
저소득층 장애인 의료비 지원
12,842
13,251
13,251
+409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3,360
3,360
3,360
0
차상위계층 의료지원
147,876
113,957
113,870
-34,006

3,913,052
4,059,594
3,761,844
-149,206

주소득자가 질병 등으로 갑작스럽게 소득을 상실해 위기 상황에 처한 가구에 생계와 의료, 주거, 연료비, 전기요금 등의 복지를 제공하는 긴급복지 지원 예산도 1004억원이나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을 포함한 2009년도 지출 추정액은 9만1000건에 1533억원이었고, 복지부는 1273억원(10만9000건)을 신청했으나, 정부 최종안은 529억원(5만4000건)으로 대폭 삭감됐다.

긴급복지 예산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의료안전망 구축 예산. 의료보험 급여에서 제외되는 희귀 난치성 질환 등 의료 사각지대에 장기간 노출되는 이들을 돕고 차상위계층에 대한 의료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에 새롭게 마련된 항목이다. 복지부는 622억원을 신청했으나, 정부 최종안에서는 0원으로 전액 삭감됐다.

희귀난치성 질환자, 차상위계층 만성질환자와 아동 및 청소년 26만1000명을 건강보험으로 자격전환하면서 이들에 대한 의료비 지원 예산도 2009년 1479억원에서 1139억원으로 340억원 감소했다. 당초 이들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정부가 담당하기로 돼 있었지만 결국 건강보험의 부담으로 넘겨졌다.

복지예산 6조4000억원 늘어나는데 실제 예산 줄어든 이유?
"2010년도 복지예산은 총지출 증가율 2.5%보다 3배 이상 높은 8.6% 수준으로 늘어난 81조 원으로 편성됐다."
"복지 지출의 총지출 대비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인 27.8%로 높아졌다."(이명박 대통령, 2010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 

정부와 한나라당에서는 야당에 2010년도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할 때마다 복지 예산의 확대를 강조하면서 '서민예산'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의료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과 관련된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예산을 분석한 결과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각 예산 항목을 살펴보면, 대부분 삭감됐고 새로운 의료복지 사업은 아예 예산을 배정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온다.

지난 13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복지부 예산안 전체에 대한 분석자료에서도 마찬가지 결론이다. 긴급복지, 한시생계구호, 저소득층에너지 보조금, 재산담보부 생계비 융자, 공공의료 확충, 결식아동 급식 지원, 노인요양시설 확충 등 서민과 관련된 주요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참여연대는 "명백한 감액예산"이라고 지적했다.

복지 예산은 확대됐는데 서민 복지와 관련된 세부 사업들 예산은 축소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는 '어쩔 수 없이 지출이 느는 부분'이 증가분 속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실업급여,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가입자 사업 등의 대상자가 확대되거나 급여 수준이 올라 관련된 예산도 크게 증가했다. 국민연금 2조2000억원, 실업급여 2000억원, 기초노령연금 3000억원, 건강보험2000억원 등 제도적 지출증가분이 3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투입되는 2조6000억원도 있다. 각종 연금 등의 자연증가분과 이를 합하면 5조6000억원 정도다. 결국 복지예산 총액은 6조4000억원이 늘었지만, 정부가 복지 수준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지출을 늘린 부분은 8000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예산#의료예산#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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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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