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로 접어드는 낙안, 벌교들판의 풍경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누런 황금색을 자랑하던 들판은 벼를 베고 나니 밑동지만 남아 차가운 초겨울 바람에 꽁꽁 언 듯 뻣뻣하다. 하지만 주민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황금색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술렁임의 시발점은 최근 주민 발의로 논의가 시작된 야생화단지 조성 프로젝트와 낙안천과 벌교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고 그곳에 자전거 길을 만들자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의견은 그동안 지역에 흩어져 있던 관광자원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감까지 가세했다.
옛 낙안군 지역인 낙안과 벌교는 하송에서 진석까지 하천이 흐르면서 그 주위로 낙안읍성, 내동, 이곡 한옥마을, 배꽃 피는 테마마을, 태백산맥문학관과 홍교를 비롯한 문학로, 진석갯벌체험장 등이 있다. 하지만 개별로 운영되고 또 지역적 문제로 연계되지 않아 관광객 입장에서는 효율이 떨어졌던 지역이었다.
만약, 주민들의 주장대로 낙안천과 벌교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고 양 옆으로 걷기길과 자전거 길을 만들고 하천 길을 따라서 약 14킬로미터의 구간 주변에 일정면적의 땅을 확보, 야생화단지를 조성하면 이 모든 개별 관광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돼 종합관광지로 변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가 지자체가 다르다는 이유인데 모 행정가는 좀 더 높은 기관인 전라남도를 지목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현재의 여건상 순천시나 보성군에서 각각 지원해 공동으로 생태하천을 만들고 자전거 길과 야생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한 뒤 도 차원에서 결심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을 남겼다.
물론, 주민들은 양 지자체의 순조로운 협조로 이어져 명실상부한 종합관광 프로그램이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특성상 그것이 무리라면 이미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낙안읍성의 손님을 주변 한옥마을이나 테마마을로 유도하기 위해 순천지역만이라도 낙안천을 생태하천과 자전거 길로 만들고 주변에 야생화단지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렇게 된다면 낙안읍성을 관람한 관광객들이 낙안천 생태하천길을 따라 야생화 들판을 걷거나 자전거로 여행하고 그 끝머리에 있는 이곡 배꽃 피는 마을에서 체험프로그램을 마친 후 다시 길을 따라 내동의 한옥마을속의 시골마을 풍경을 감상한 후 낙안읍성으로 돌아오면 약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새로운 연계 프로그램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순천시 이곡, 신기, 노암 등지의 배 밭이 하얀 배꽃을 피운지가 100년에 가깝고 수년전부터는 배꽃 축제까지 벌이는 테마마을이며 내동마을은 마을 자체가 골목골목으로 이어져 시골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한옥마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에 주민들의 황금빛 바람인 낙안천 생태하천 야생화단지 자전거 길 조성에 행정에서는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할 듯 보인다.
낙안군과 낙안군 폐군(廢郡) |
현재의 순천시 외서면을 비롯해 낙안면, 별량면 일부, 보성군 벌교읍 그리고 고흥군 동강면, 대서면 일부의 땅은 옛 낙안군이었다. 하지만 101년 전인 지난 1908년 10월 15일, 일제는 항일투쟁무력화, 동학혁명진원지분산, 침략거점도시화를 위해 낙안군 자체를 없애버리고 주민들을 인근 지역 세 곳으로 강제 편입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