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이포대교 둔치, 대형 애드벌룬 밑에는 "경축 한강살리기 희망선포식" 현수막이 휘날렸다. 한강에 건설될 3개 보 가운데 이포보 건설지인 둔치에는 4대강 정비사업을 환영하는 만장들이 들어섰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2일 영산강·금강 착공식에 이어 이날 이포보 건설예정지에서 한강 수계 착공식을 열었다.
이 행사장이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는 '4대강 죽이기 저지 및 생명의 강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80여 명이 "4대강 사업 멈춰"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은 행사 시작 10분 전부터 4대강 정비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우선 이날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착공식의 규모를 짐작케 했다. 경찰과 행사 진행 요원들이 있는 거대 아치 입구를 지나 만나는 임시 주차장에는 대형 관광버스 20여 대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각각의 버스 앞에는 경기 광주시, 경기 남양주시 등 '초청 내빈'들이 온 지역이 적혀 있었다. 내빈들은 행사장 입장에 앞서 4대강 정비사업 홍보 팸플릿과 '대림산업', '삼성물산', '현대건설' 3개 시공사의 이름이 박힌 무릎담요를 기념품으로 받았다.
1천여 명의 내빈들의 앞에는 정운찬 국무총리,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정부와 한나라당 이범관, 정병국 의원, 그리고 경기도 지방자치단체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다.
정운찬 총리 "4대강은 생명수로 다시 태어나고, 번영의 물길로 다시 흐를 것"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는 그동안 세계 최대의 상수원인 팔당댐의 맑은 물을 위해 많은 희생을 겪었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경기도민을 포함한 수도권 주민들이 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며 "홍수 때만 되면 항상 이곳(이포대교 지역)이 물이 넘을까 불안했는데 이제 그럴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 도지사는 이어, "남한강 유역에는 나루터 등 100개가 넘는 문화유적이 있다"며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아름답고 역사가 흐르는 한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분들의 숙원인 여주군의 여주시 승격이 이뤄질 것 같지 않냐"고 말해 참여한 시민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금강, 영산강에 이어 한강 착공식으로 4대강 살리기의 대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이포보가 들어서면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4대강 사업의 목표는 죽어가는 강을 살아숨쉬고 활력이 넘치는 강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어느 곳에서든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4대강 사업은 유엔에서도 모범사례라 평가한 사업"이라며 "정부는 2012년까지 15조 4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4대강을 더욱 풍요롭고 친숙한 삶의 터전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총리는 "4대강 사업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자, 미래를 위해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며 "4대강은 생명수로 다시 태어나고 번영의 물길로 다시 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식순으로 정 총리와 김 도지사, 경기도 지자체장들이 함께 이포보 건설 공사 시작을 알리는 발파 버튼을 눌렀다. 빨강, 파랑, 노랑 색색의 축포와 함께 수백여 개의 풍선이 하늘 위로 올라갔다. 종이로 만든 꽃가루도 행사장 바깥에 뿌려졌다.
행사 관계자는 "특별히 인공적인 화약을 배제하고 친환경적인, 물에 녹는 꽃가루를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4대강 사업 저지 범대위, "오늘 정권에 부화뇌동하는 이들을 똑똑히 기억할 것"
한편, '4대강 죽이기 저지 및 생명의 강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현장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면서 집회를 열었다.
범대위는 "우리는 오늘, 한강 죽이기 기공식에 참석해 정권에 부화뇌동하는 이들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며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망국적 '토건교'를 위해 강죽이기 전도에 적극 나선 인사"들이라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이어, "우리는 국민과 자연에 대한 이들의 오만과 어리석음을 분명히 기록해 역사에 죄를 물을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와 이후 선거를 통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섭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는 지난 1993년 4대강 수질 대책을 수립한 이래 60조 원을 투자해놓고 3년 안에 3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더 투자하겠다고 한다"며 "6m~13m 높이의 보는 사실상 댐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가물막이(보 건설을 위해 일시적으로 강물을 막는 공사)를 한다고 해서 강이 거꾸로 흐르진 않는다"며 "강을 지키고 우리가 다시 건강한 강 생태계와 만나는 그날까지 끈기 있고 자신감 있게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인어공주가 거품이 되어 사라지듯 착공식 때 하늘 위로 날아가는 풍선들을 보며 거품처럼 사그러지고 있는 강의 생명들을 생각했다"며 "예전에 이곳에 날아오던 고니가 지금은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
▲ 강 살린다면서 무릎담요로 건설사 홍보?
|
ⓒ 박정호 |
관련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