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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지니(Karijini) 국립공원의 광활한 모습
카리지니(Karijini) 국립공원의 광활한 모습 ⓒ 이강진

 

지하자원이 풍부해 땅을 불도저로 긁어 수출하여 풍족하게 사는 광산의 도시 탐 프라이스(Tom Price)는 카리지니(Karijini) 국립공원에 들어서는 입구이기도 하다. 카리지니국립공원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웅장함은 먼 길을 찾아온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공원은 워낙 외진 곳에 있어 그런지 비포장도로이며 시설도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잘되어 있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취사 시설과 캐러밴이나 텐트를 가지고 와서 쉴 수 있는 장소는 마련되어 있다.

 

호주를 여행하다 보면 지명이 영어가 아닌 원주민 언어로 된 곳이 많다. 이렇게 외진 서부 호주의 조그만 동네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시드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이름도 파라마타(Parramatta) 즉 뱀장어라는 원주민 언어다. 분명히 카리지니(Karijini)라는 말도  원주민 언어에서 따온 말일 것이다. 

 

이 공원은 호주 원주민 소유이며 관리 또한 원주민들이 하고 있다. 공원 입구에 있는 특이하게 지어진 관광 안내소에는 공원과 관련된 정보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수준급 전시관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원주민이다. 다른 안내소와 다른 것은 철의 도시답게 커다란 철판에 관광 안내소 안내판을 만든 것이다.  

 

 철이 많은 동네임을 증명하듯이 관광 안내판도 거대한 철로 만들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철이 많은 동네임을 증명하듯이 관광 안내판도 거대한 철로 만들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 이강진

관광 안내소를 나와 자동차로 공원을 들어선다. 호주의 많은 공원이 그렇듯이 이곳에도 입장료를 자동차 번호와 함께 봉투에 넣어 옆에 설치된 나무상자에 넣으면 된다. 철저히 사람을 믿는 제도다. 심지어는 호주 시골을 다니다 보면 골프장에서도 요금 받는 사람이 없고 이곳처럼 골프 요금을 봉투에 넣어 상자에 넣는 곳이 있다.

   

자동차로 조금 들어서니 황량한 들판 곳곳에 깊은 계곡이 자리 잡고 있다. 건조기라 물을 보기 어려운 곳이지만 계곡 아래에는 물이 고여 있으며 심지어는 폭포도 흐르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사막 속의 오아시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국인에게 잘 알려진 엘리스 스프링(Alice Springs)이나 캐서린 계곡(Katherine Georger)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계곡의 돌은 얇게 썰어 놓은 한국 구들장과 같은 돌이 대부분이다. 철분을 많이 함유하여서인지 돌 하나하나가 꽤 무겁다.

 

더운 날씨이긴 하지만 폭포를 찾아 계곡을 내려가 본다.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말고는 다른 사람을 볼 수가 없다. 우리 둘 만 있으니 아내는 아예 웃통을 벗어젖히고 더위를 식힌다. 이곳저곳 계곡 사이도 다녀본다.

 

 깊은 계곡을 자랑하는 카리지니 국립공원
깊은 계곡을 자랑하는 카리지니 국립공원 ⓒ 이강진

 관광객이 계곡을 불 수 있도록 전망대도 설치한 카리지니 공원
관광객이 계곡을 불 수 있도록 전망대도 설치한 카리지니 공원 ⓒ 이강진

너무 많이 걸었더니 피곤하다. 야영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나 딱딱한 돌투성이인 땅에 사막의 열풍 속에서 텐트 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하룻밤 지내기를 포기하고 가장 가까운 해안 도시 포트 헤드랜드(Port Hedland)까지 가기로 여정을 바꾼다. 가깝다고 해도 3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조금 과속을 하며 열심히 운전을 한다. 주위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의 연속이다. 갈 길이 멀긴 해도 가끔 차를 세워 놓고 바쁘게 경치를 구경하며 길을 달린다. 내가 운전해본 도로 중 가장 아름답다. 호주 사람에게 잘 알려진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가 바다를 끼고 있는 경치 좋은 도로라면 이곳은 산과 협곡 사이를 지나는 내륙의 아름다운 도로다. 자동차는 계곡 사이를 지나가기도 하다가 끝없는 광야를 가기도 한다. 늦게 떠난 관계로 태양이 지평선으로 넘어가며,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내뱉는 비명 소리를 듣는 기회도 얻는다.

 

날이 어두워지고 운전에 지치기 시작할 무렵 멀리 보이는 포트 헤드랜드 항구의 불빛이 보인다. 반갑다. 캐러밴 파크를 찾아 들어선다. 늦은 저녁이라 주위 사람을 생각하며 조용히 텐트를 친다. 피곤하다. 텐트에 피곤한 몸을 누인다. 한 몸 누울 곳만 있어도 이렇게 행복한 것을...... 평범한 진리를 다시 되뇐다.  

 

 건기 임에도 불구하고 계곡에는 물이 있다.
건기 임에도 불구하고 계곡에는 물이 있다. ⓒ 이강진

 서부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개미집이 이곳에도 있다.
서부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개미집이 이곳에도 있다. ⓒ 이강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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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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