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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조8000억 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2010년 정부 예산을 놓고 국회 안팎이 뜨겁다. 더 구체적인 예산안을 제출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글씨만 '깨알같이' 적어냈다는 4대강 예산이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내년 예산이 삭감된 교육, 복지, 의료, 민생 분야의 관계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고용창출을 2010년 예산의 1순위로

 

당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가? 개인적으로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겠지만 꾹 참고 나라를 위해서 한 번 고민해보자. 291조 8000억 원의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좋을까? 이는 결국 내년에 우리 사회가 가장 중점을 두고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같다.

 

2009년 10월 기준 공식 실업자는 약 80만 명, 그러나 실질 실업자는 약 400만 명, 특히 청년실업률은 약 7.5퍼센트에 달한다. 2008년 말 전년대비 매월 10만 명씩 곤두박질치던 취업자 수가 올해 들어서는 정부의 희망근로 사업 덕분에 주춤하고 있지만 30, 40대 취업자는 줄고 50, 60대 취업자만 늘어났을 뿐이다. 고용이 불안정하면 근로소득이 불안정하고, 소비도 줄고, 경기회복이 일어날 수도 없기에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인 고용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이자 예산 편성의 1순위는 고용 창출이 되어야 한다.

 

고용 예산, 노동부 예산 모두 감소

 

그런데 정부가 제출한 2010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고용 예산은 2009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의 분석을 살펴보자.

 

우선 고용 예산 총액이 2009년 12조 1000억 원에서 2010년 8조 8000억 원으로 3조 3000억 원, 약 27퍼센트가 줄어들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고용창출 예산이 25.3퍼센트(4조 7000억 원→ 3조 5000억 원) 삭감되었고, 고용유지 예산은 80.8퍼센트(6000억 원→ 1000억 원)나 삭감되었다. 실업급여 등이 포함되는 고용촉진 예산은 26.3퍼센트(5조 3000억 원→ 3조 9000억 원)가 삭감되었고, 교육훈련 예산도 14.2퍼센트(1조 5000억 원→ 1조 3000억 원)가 삭감되었다.

 

 

예산이 줄어든 만큼 청년인턴과 희망근로 등의 공공부문 일자리도 80만 개에서 55만 개로 25만 개가 축소되었다. 청년 일자리가 약 5만 개(13만 개→ 8만 개)로 줄어들었으며, 중장년 일자리는 약 17만 개(46만 개→ 29만 개)가 줄었다. 노인과 장애인의 일자리도 2만 개(20만 개→ 18만 개)로 줄었다.

 

 

또한 노동부 일반회계 역시 1조 2800억 원에서 1조 900억 원으로 줄었다.  줄어든 예산은 고용창출사업 966억 원과 직업능력개발사업 864억 원이다. 한편 노동부 예산에는 고용보험기금도 들어있는데, 이는 사업자와 노동자들의 보험료가 대부분이며 정부 재정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약 0.25퍼센트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2007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적자 금액만 3조 158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4년 누적적립금은 0원이 된단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없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을 늘리는 것이 답

 

고용 문제에 있어서 정부의 발상전환이 절박하다. 이미 시민사회단체들은 교육, 의료, 복지 등에서 공공서비스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며, 이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복지와 고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해왔다. 희망근로나 행정인턴 같은 단기 일자리 창출로는 장기화될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규직을 채용할 돈이 없어서 문제라고? 정확히 말하면 4대강 사업에 총 22조 원이나 들어가니까 돈이 없는 것일 테다. 그 돈이면 연봉 2500만 원 받는 공공부문 직장인 30만 명을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내내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 채용된 30만 명은 더 이상 고용보험기금 필요로 하지 않을 테고, 세금을 내고 소비를 할 것이다. 그 결과는 국가의 재정과 기업의 수익으로 이어지면서도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4대강 사업에 예산 투자해서 일자리 만든다고?

 

그러면 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4대강 사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정부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을 빌려 4대강 사업이 35만 67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 말한다. 이는 2005년 건설업 취업유발계수가 16.6이라는 것을 활용한 계산방식이다.

 

즉, 건설업에서 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 16.6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계산이다. 취업유발계수는 현재와 과거의 고용창출력을 비교하는데 사용해야지 미래의 순고용효과를 추정하는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취업유발계수는 기본적으로 '규모에 대한 수익불변'을 가정하고 있다. 즉, 0원에서 10억으로 매출이 늘어날 때나 9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늘어날 때나 고용효과는 동일하다는 것을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현실의 많은 산업에서는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 매출당 종사자수가 감소한다. '규모에 대한 수익감소'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식의 계산은 취업유발계수를 잘못 이해하고 계산한 셈이다.

 

4대강 사업은 일용직 일자리도 늘리지 못해

 

"잠수복 착용하고 삽질할 자신이 있는 인간있냐?"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아이디 '힘내라'님이 4대강 사업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에 대해 남긴 글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1979년대식의 일종의 노가다 사업" 이라고 표현했다. 4대강 사업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단기적인 건설 일용직 일자리일 뿐이라는 비판들이다. 그런데 사실 최근의 건설업은 일용직 일자리조차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며, 나쁜 일자리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올해 초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포함한 SOC 사업에 예산을 대규모 투입하면서 임기 내 9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공공부문의 토목건설 지출은 급팽창하였고, 9월까지 전년 대비 평균 20퍼센트 이상의 공공부문 건설 기성액이 증가하여 전체 건설기성액 증가를 선도했다.

 

하지만  통계청 '고용동향'에 의하면 건설부문 취업자 수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0월 들어서는 전년대비 14만 명이 줄었다. 일용직 근로자 역시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10월 들어서 전년대비 -11.7퍼센트나 줄어들었다. 물론 계절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재정과 고용이 세계 경제의 화두 될 것

 

2007년 말부터 시작되어 2008년 폭발한 전세계 경제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각 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금융부문의 폭락은 막았지만 대신에 막대한 재정 적자를 안게 되었으며, 고용에 있어서는 국가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OECD 국가에서 250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며, 실업률 10퍼센트가 일상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회복한다 해도 고용상황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으리라는 비관적 전망이다.

 

하지만 고용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경기회복도 있을 수 없고, 경제위기 역시 끝날 수 없다. 고용을 통해 노동소득의 수준이 개선되고, 안정적으로 보장되어야만 소비가 회복될 수 있고, 전세계 소비가 회복되어야 경제위기가 종료될 수 있다. 이제 고용은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회복과 경제성장의 핵심 문제이다. 국가 차원에서 고용을 책임지고, 고용을 가장 중심에 두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예산을 심의할 때도 이 사업이 얼마나 많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그런 관점에서 4대강 사업은 영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수연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 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년 예산안#고용창출#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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