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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집에 엄마가 없을 때 참 불편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집안 일거리가 넘친다는 겁니다. 아이들 밥 차려 줘야지, 설거지 해야지, 빨래 개야지, 집 청소해야지,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때론 귀찮습니다.

 

이럴 때 써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겁니다. 이도 간혹 해야 군소리 없이 잘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을 잘 안 듣거든요. 말을 듣지 않을 땐 또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시킬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너희들 이것 좀 할래?"

 

이렇게 하면 아이들 입이 대번에 튀어 나옵니다. 아빠가 집안일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에는 일회용으로 끝납니다. 아무리 제 자식이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마는. 약발이 오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빠가 인심 썼다. 특별 용돈 쏜다."

 

초등학교 4, 5학년인 아이들 어르고 달래기도 쉽지 않더군요.

 

"너, 돈으로 누나 매수하면 못 쓴다."

 

 설거지 장난 아닙니다.
설거지 장난 아닙니다. ⓒ 임현철

 

식사 후 설거지,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때론 일이 밀려 설거지를 미룹니다. 이땐 아이들 힘을 빌립니다. 지난 금요일, 아내가 출장이라 식사 후 아이들에게 설거지를 요청했습니다.

 

"오늘은 너희들 설거지 좀 해라."

 

연년생이라 티격태격 난립니다. 꼭 '누가'라고 지정해줘야 뒤끝이 없습니다. 아들에게 설거지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 자신에게 할당된 일을 누나에게 천원 주고 아르바이트를 시키더군요. 그래 못을 박았습니다.

 

"너, 누나 돈으로 매수(?)하면 못 쓴다. 오늘 설거지는 네가 직접 해라."

"알았어요. 용돈이 거의 떨어져 아깝기도 해요."

 

이러고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상상도 못했던 반응이 딸에게서 나왔습니다.

 

아빠, 아이 일자리 빼앗은 악덕 기업주 되다?

 

"아빠, 왜 그러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막아요. 아르바이트는 제 일자리라고요, 일자리."

 

헉. 그러면서 나쁜(?) 아빠라는 겁니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해 비정규직 88만원 세대. 아르바이트 44만원 세대는 들어봤어도, 초등생 일자리란 말은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아빠가 아이들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주가 된 것입니다. 가만있을 순 없었지요.

 

"집안 일 엄마만 하란 법 없고, 또 아빠만 하란 법도 없다. 집안일을 온 식구가 함께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도 특별 용돈을 주는 건 너희들도 즐기면서 집안일을 하라는 의미야. 알겠니?"

 

아이들은 "아, 녜~녜~"합니다. 알았으니 그만하라는 게지요. 이쯤에서 그만둬야지 더 나갔다가는 역효과입니다. 어쨌든 아이들도 집안일을 하면서 엄마를 이해하며 소중함을 알아 갑니다. 덤으로 아빠와 아이들 간 대화 기회도 주어졌지요.

 

때론 엄마의 부재도 필요하나 봅니다.

 

 아들은 누나에게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맞겼습니다.
아들은 누나에게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맞겼습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아르바이트#설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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