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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쨍쨍 땡볕이 내려쬐는 오후 세시,
칠십의 노모와 오십의 아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방금 내려온 낡은 돌계단을 뒤돌아보며
검은 선글라스 낀 오십의 아들이
노모의 지팡이를 빌려 함께 손 잡고 어렵게 내려 온,
낡은 풍금 같은 돌계단을 자꾸 뒤돌아보며
초등학생처럼, 노모의 손을 꼭 잡고, 
아름다운 지느러미 같은 그림자를 이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느릿느릿 아무 바쁠 것도 없이,
더러 땀이 나서 미끄러운 손을 놓칠 때마다
"야, 야,  절대 이 어미 손 놓으면 안된다 알것제... "
"걱정 마이소. 어무이나 내 손 놓지 마이소."
바쁜 사람들 다 지나가도록 길을 비켜주면서 
느릿느릿 오후의 긴 그림자를 이끌고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 아름다운 뒷모습에 취해 자석처럼 이끌려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언제 저 아름다운 뒷모습을, 나를 통해 거울처럼 보여줄 수 있나.
와우산 어귀. 프레존 피잣집 지나
빨래들 바람에 사지를 맡기고 춤추는 파란 세탁소 지나
아이 소리 왁자한 동백초등학교 담벼락 지나,    
투명한 어항 속에서 노니는 금붕어들처럼
오후의 긴 그림자 지느러미처럼 느릿느릿 흔들며…
 

[시작메모] 지난 여름이었다. 길을 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뒷모습 만났다. 칠십은 넘어 보이는 노모와 오십쯤 되어보이는 아들이, 갓 초등학교 입학한 엄마와 아들처럼 초등학교를 지나 건널목을 지나, 낡은 계단을 지나 앞장 서서 느릿느릿 물고기들이 지느러미 흔들듯이 앞장 서서 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반해 더 느릿느릿 걸음의 속도를 늦추어 J 지하철역까지 한 시간 정도 따라갔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뒷모습이 있다니,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아들의 나이가 육십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잘 알 수 있었다. 정말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어머니#아들#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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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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