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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기억하는 크리스마스 풍경의 모든 것을 말하게 하는 '음악'
우리가 기억하는 크리스마스 풍경의 모든 것을 말하게 하는 '음악' ⓒ 문종성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찾아옵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죠. 그리고 그 당연한 사실과 더불어 그 날이 되면 대게 비슷한 광경이 우리들의 기억 속엔 떠오릅니다.

눈 내리는 거리. 그 거리를 걷은 같은 목도리의 연인들. 선물을 들고 즐겁게 웃는 아이들. 빨간색 콜라 캔을 닮은 산타클로스와 구세군 냄비. 아울러 양키들 명절 챙기는 것이 무엇이 대수냐며 그날도 궂은일 마다않는 우리 내 이웃들까지.

그러한 빨간색 십자가 아래 다양한 풍경 속에도 그 날이 되면 우리의 귓가를 울리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음악'입니다. 그것이 어린 날에 즐거운 기억이든 청년의 가슴 뜨거웠던 사랑이든, 혹은 중년들의 추억의 반추이든 간에 그 음악만은 그 모든 기억들을 꿰뚫어버립니다. 음악을 듣는 동안은 우릴 그때 그 시절로 돌려보내는 것이죠. 음악의 힘이란 이럴 때 참 대단하다고 저는 늘 생각합니다.

그런 기억 속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음악을 떠올리십니까. 여기 기억을 상기해줄, 혹은 또 다른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갈 음반들이 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와는 때놓을 수 없는 부드러운 재즈와 관련한 몇 개의 음반을 지금 소개할까 합니다. 부디 그 축복받은 날, 그러한 각자의 기쁨이 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멜 토메(Mel Torme)의 <16 Most Requested Songs (1993)>

 멜 토메의 [16 Most Requested Songs]
멜 토메의 [16 Most Requested Songs] ⓒ Columbia
멜 토메의 목소리는 여타의 재즈 보컬리스트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목소리가 우렁차고도 온건한 보수주의자의 목소리, 빙 크로스비(Bing Crosby)는 왠지 모를 화려한 쇼 비즈니스적인 목소리를 자랑한다고 한다면, 멜 토메는 그야말로 유쾌하게 캐럴을 노래하는 거리 멋쟁이 악사의 목소리를 닮았습니다.

물론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측면에선 멜 토메 말고도 겹치는 몇몇 보컬리스트들의 이름이 당장 떠오르긴 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이 첨가된 가수를 뽑으라면 사실 멜 토메 만한 사람이 없죠.

특히 이 음반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The Christmas Song'을, 21살의 나이에 직접 써 내렸던 원곡자인 그가 직접 불러 보일 때는 어떠한 경건함 마저 전해옵니다.

그래서 그 곡이 실린 음반가운데 그의 1960년대 중반, 그가 전성기 시절에 부른 그의 히트곡들을 모은 <16 Most Requested Songs>라는 음반은, 컴필레이션 그리고 콜롬비아 레코드의 시리즈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마니아나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는 음반입니다. 음반 전체적으로는 크리스마스를 노리고 만든 음반은 아니기에 그다지 화려한 소리를 내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청자에게 온전히 전해줍니다.

아울러 기타리스트 바니 케슬(Barney Kessel)의 버전으로도 유명한 'That's All'을 비롯하여, 지극히 미국적인 틴 팬 앨리(Tin Pan Alley) 작곡가들이 만들어낸 주옥같은 스탠더드 곡들의 향연은 굳이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도 언제든지 좋다는 기분입니다. 더 사실을 말하자면 전 이제껏 그처럼 부드러운 감성으로 노래하는 사람을 1999년 그의 죽음 이후에 다시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빈스 과랄디(Vince Guaraldi)의 <A Charlie Brown Christmas (1965)>

 빈스 과랄디의 [A Charlie Brown Christmas]
빈스 과랄디의 [A Charlie Brown Christmas] ⓒ Fantasy
다음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캐럴 음반인 빈스 과랄디가 트리오 구성으로 녹음했던 <A Charlie Brown Christmas>입니다. 사실 이 음반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유명한 음반이기에 선정할 때 고민을 좀 했습니다만, 이 음반을 빼놓고 크리스마스 음반을 말하기엔 역시 무리였습니다.

또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작가 찰스 슐츠(Charles Schulz)의 '피너츠'(Peanuts)의 TV 스페셜 사운드 트랙의 성격을 지닌 이 음반은, 제가 만일 아이가 있다면 크리스마스에 꼭 함께 듣고 싶은 음반이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사실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위시한 피너츠와 관련한 음반이라 한다면, 데이빗 베누와(David Benoit)나 사이러스 체스트넛(Cyrus Chestnut)이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 하지만 진짜 원조는 예의 그 멋진 수염을 자랑하며 트리오의 구성으로 멋지게 피아노를 치던 빈스 과랄디라고 저는 언제나 생각합니다.

이 음반에 실린 12곡의 트랙들은 이 음반의 성격만큼이나 캐럴음반의 구성을 충실히 따릅니다. 대부분 빈스 과랄디, 프레드 마샬(Fred Marshall), 제리 그라넬리(Jerry Granelli)의 피아노, 베이스, 드럼 구성의 연주곡들 위주로 이루어져 있지만, 크리스마스 음반인 만큼 그다지 어렵게 곡을 연주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 음반에 실린 'My Little Drum', 'Christmas Time Here', 'Christmas is Coming'과 같은 빈스 과랄디의 곡들은, 알다시피 그 후에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로부터 그들 캐럴음반에 모셔질 정도로 유명한 곡들입니다.

특히나 이 음반에 또 다른 백미인 찰리 브라운과 그 친구들이 목소리로 참여하는 그 보컬 트랙들은 너무나 아름답고도 경건합니다. 그 어떤 미사곡들도 이들의 음악보다 더 훌륭하지는 못할 것이란 불경한 생각마저 들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러니 만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 위대한 스테디셀러를 아직 들어보지 못하신 분이 계시다면 이번 기회에 꼭 한번 들어보시기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칼라 블레이(Carla Bley)의 <Carla's Christmas Carols (2009)>

 칼라 블레이의 [Carla's Christmas Carols]
칼라 블레이의 [Carla's Christmas Carols] ⓒ ECM
마지막으로는 국내 재즈 팬들에게는 꽤 난해한 이미지로 존재하는 칼라 블레이의 신보입니다. 물론 국내에선 몇 년 전, 앤디 쉐퍼드(Andy Sheppard)와 함께 국내 공연을 했던 것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 시절부터 그녀의 음악적 행보는 <Sextet>의 음반과 같은 국내의 대중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 근본은 언제나 진지하고도 실험적인 뮤지션의 전형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방가르드, 빅 밴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이미지로 그녀가 기억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올해 발매된 그녀의 신보인 <Carla's Christmas Carols> 역시, 음악을 듣다보면 그러한 실험성이 감지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첫 트랙부터 시작되는 에디 파르티카 브라스 퀸텟의 교차하는 음들의 나열, 특히 기존의 캐럴음악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그녀의 위트 넘치는 해석은 분명히 그러한 점이 도드라집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스스로의 평정을 이 음반에서 잡아냅니다. 이 음반이 크리스마스 앨범이라는 대전제를 연주 내내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팬들은 그녀의 음악에 배신당하지 아니하고, 그녀를 모르는 청자들은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에 배신당하지 아니하는 소리들로 이 앨범의 음악들은 존재합니다.

저는 이러한 개념이 응축되어 모아져 있는 지점을 그녀의 창작곡들이자 이 음반에 백미인 'Hell's Bell'과 'Jesus Maria'라는 트랙에 녹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곡 해석에 있어서의 그녀의 실험성은 자연스레 배제되고, 그녀가 생각하는 크리스마스 본연의 감성만이 오롯이 남아 빛을 발하는 곡들입니다.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음악일지도 모르지만,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음악에 한번쯤 도전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음반 리뷰#크리스마스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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