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쯤 귀가를 한 남편이 TV를 보다가 문득 "뭐 먹을 거 없어?"하고 묻는다. "저녁을 아직 안 먹은 거예요?"하고 묻자 "아니 저녁은 5시 반에 먹었는데... 출출하네~"한다. 평소 같으면 살이 찌네... 늦었네... 어쩌고 할 텐데 나도 약간 배가 고팠던지라 냉장고를 뒤졌다. 겨울 내 먹을 것 같았던 고구마 한 상자도 아이들 방학이라 다 떨어지고 마땅히 먹을 게 없었다.
냉장고를 한참 뒤적거리다 '아하 엄마가 주신 김장 김치가 있었지'하고는 제법 익어 맛이 든 김치를 꺼냈다. 김치전을 부치기 위해서다. 어릴 적 마땅히 먹을 것이 없던 때 김치전보다 더 좋은 간식이 어디 있었던가. 그때는 장독대에 묻어 둔 김치를 엄마가 추운 겨울날 호호 손 불어가며 그릇에 담아 오셨는데 그 김치를 손으로 찢어 주시면 꼬마 시식단이 되어 먹곤 했다. 그때 생각을 하니 침이 꼴깍 넘어갔다.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를 도마 위에 가지런히 올리고 썰었다. 부침가루를 물에 풀고 총총 썬 김치를 물기 짜서 넣고 계란도 한 개 넣었다. 기름을 넣고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반북을 올리고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온 집에서는 김치전 냄새가 진동이다. 그렇게 뚝딱 만들어진 김치전 하나와 지난 주 사둔 캔 맥주 한 잔! 남편은 천하를 얻은 듯 싱글벙글이었다. "아니 어느새 이걸 만들었어?"하며 연신 웃었다.
남편과 나는 어느새 친구가 되어 옛날 이야기며 친구들이야기 추억으로 화제의 꽃을 피우며 기나긴 겨울밤을 보냈다. 추운 겨울날 남편과 대화가 필요할 때, 오늘 저녁 김치전 하나면 맛있는 간식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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