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9시쯤 귀가를 한 남편이 TV를 보다가 문득 "뭐 먹을 거 없어?"하고 묻는다. "저녁을 아직 안 먹은 거예요?"하고 묻자 "아니 저녁은 5시 반에 먹었는데... 출출하네~"한다. 평소 같으면 살이 찌네... 늦었네... 어쩌고 할 텐데 나도 약간 배가 고팠던지라 냉장고를 뒤졌다. 겨울 내 먹을 것 같았던 고구마 한 상자도 아이들 방학이라 다 떨어지고 마땅히 먹을 게 없었다.

 

냉장고를 한참 뒤적거리다 '아하 엄마가 주신 김장 김치가 있었지'하고는 제법 익어 맛이 든 김치를 꺼냈다. 김치전을 부치기 위해서다. 어릴 적 마땅히 먹을 것이 없던 때 김치전보다 더 좋은 간식이 어디 있었던가. 그때는 장독대에 묻어 둔 김치를 엄마가 추운 겨울날 호호 손 불어가며 그릇에 담아 오셨는데 그 김치를 손으로 찢어 주시면 꼬마 시식단이 되어 먹곤 했다. 그때 생각을 하니 침이 꼴깍  넘어갔다.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를 도마 위에 가지런히 올리고 썰었다. 부침가루를 물에 풀고 총총 썬 김치를 물기 짜서 넣고 계란도 한 개 넣었다. 기름을 넣고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반북을 올리고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온 집에서는 김치전 냄새가 진동이다. 그렇게 뚝딱 만들어진 김치전 하나와 지난 주 사둔 캔 맥주 한 잔! 남편은 천하를 얻은 듯 싱글벙글이었다. "아니 어느새 이걸 만들었어?"하며 연신 웃었다.

 

남편과 나는 어느새 친구가 되어 옛날 이야기며 친구들이야기 추억으로 화제의 꽃을 피우며 기나긴 겨울밤을 보냈다. 추운 겨울날 남편과 대화가 필요할 때, 오늘 저녁 김치전 하나면 맛있는 간식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없습니다. 


#김치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