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밀어 붙이기에 맞선 대전·충남 민주당 시·도당의 눈물겨운 '원안사수 투쟁'이 지속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5일 '단식'과 '삼보일배', '삭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의 열기를 끓어 올리고 있는 이들을 찾아 격려하고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선병렬 대전시당위원장, 대전역광장에서 '단식농성' 5일째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던 날, 민주당 선병렬 대전시당위원장은 대전역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가 계속됐지만, 선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칼바람이 부는 허허벌판 대전역광장에서 벌써 5일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선 위원장이 천막을 치고 자리를 잡으면서 대전역 광장은 '원안사수 투쟁의 홍보 본부'가 되고 있다. 민주당 당원들은 연일 이 곳을 찾아 선 위원장을 위로하고, '수정안의 허구성'을 알리는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선 위원장은 "7년 가까운 논의와 국민적 합의, 국회에서의 여야합의를 통한 법제정,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등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재벌에게 특혜를 주는 '수정안'으로 행복도시를 변질시키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면서 "엄동설한이지만 목숨을 내걸고 원안을 지키기 위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웅 전 의원, 5일 동안 '삼보일배' 고난의 행군
김원웅 전 국회의원은 단식농성 못지 않은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지난 13일부터 '세종시 수정안 저지 침묵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것.
강추위로 얼어붙은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짚으면서 절을 올리는 김 전 의원은 "제대로 못해 부끄럽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삼보일배'를 시작하면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 이런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준 우리의 잘못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잘못을 반성하는 뜻을 담은 침묵의 삼보일배를 시작한다"고 밝혔었다.
김 전 의원은 5일 동안 대전역에서 출발, 으능정이 거리와 충남도청, 대전시청, 유성 리베라 호텔, 중리시장, 신탄진역, 조치원역 등을 거쳐 '연기군청'에 도착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의원의 행진에는 코스마다 당원들이 찾아와 김 전 의원을 위로하는 동시에, 삼보일배를 같이 하거나, 피켓을 들고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세종시 원안사수'를 외치고 있다.
양승조 충남도당위원장, 10명 단체 '삭발'·'단식농성'
양승조 충남도당위원장은 머리를 밀어버렸다. 혼자서도 아니다. 양 위원장은 15일 오후 천안에서 열린 '행복도시 수정안 결사반대 및 이명박 정권 규탄대회'에서 10명의 지역위원장 및 지방의원, 당원 등과 함께 '삭발식'을 거행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안희정·김진표 최고위원, 박지원 정책위의장, 이미경 사무총장, 박병석·홍재형 의원, 당원 등 1000여명이 참석, 세종시 원안사수 투쟁의 의지를 다졌다.
양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20번이나 넘는 거짓말로 충청민을 우롱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양치기 대통령'"이라면서 "앞으로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그 어떤 말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저항의 표시로 '삭발'을 하고 오늘부터 국회에서 '단식'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충남도당은 이와 별도로 다음 주부터 안희정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2차 '행복도시 길거리 홍보단'을 구성, 충청권은 물론, 전국의 혁신도시를 돌면서 '행복도시 원안사수' 및 '이명박 정권 심판'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대표, 위로 방문... "'여론조작'에 '공작정치'까지, 책임 묻고 심판해야"
한편,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5일 이 같은 대전·충남 민주당 시·도당의 '세종시 원안사수 투쟁' 현장을 찾아가 위로했다.
정 대표는 우선 이날 오후 천안에서 열린 민주당충남도당에서 개최한 '행복도시 수정안 결사반대 및 이명박 정권 규탄대회'에 참석한 뒤, 대전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대전역에 내려 광장에 마련된 선병렬 대전시당위원장의 단식농성장을 찾은데 이어,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김원웅 전 의원을 행렬을 대전 서구 갤러리아타임월드 앞까지 찾아가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이 정권은 '불법'·'편법'·'탈법'을 자행하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 붙이고 있다"며 "특히, 요즘에는 '여론몰이'를 넘어 '여론조작'에 '공작정치'까지 서슴지 않는 등 별의별 일을 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예전에는 아무리 다수당이고 집권세력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룰은 지켰는데, 이명박 정권은 그런 것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며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투쟁의 의지를 북돋았다.
정 대표는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청와대 및 한나라당 인사들의 잇따른 충청권 방문에 대해 "총리나 장관 등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근무지를 이탈해서 엉뚱한 일만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임 건의안'을 낼 수밖에 없다"면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또 시민들이 심판해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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