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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청진 태생이산가족 우리 어머니나 어릴 적 두 갈래 머리를 묶는 거유독 싫어하셨지사과 따위를 쫙 둘로 갈라 나누어 먹는 것도끔찍히 싫어하셨지 나라의 몸이 두 동강 난 마당에너가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아무 것도 모르는 동생들까지 싸잡아 회초리 때리며 나무라셨지.자나깨나 통일을 기다리다돌아가신 어머니도 한번 와보지 못한,북한 땅이 코 앞인 노동당사에 혼자 와서 생각한다는 것이,저 북녘땅에서 비행기 조정사로 일하고 있다는 외삼촌에게 보낼 수 없는 길고 긴 편지를 쓰게 한다. 북한(北韓)이라고 한문으로 써진 팻말과코리아(KOREA)라고 영문으로 써진 저 두 팻말 사이는고작 얼마의 거리가 될까.물밀듯이 뒤로 뒤로 후퇴하는백마고지 전사들의 피비린내가아직도 물씬 풍겨오는 철원, 초토의 노동당사 !나는 그 노동당사 앞에흐드러지게 피어있는무궁화 꽃 한송이 들고유리창 하나 없는노동당사 3층 창가에 선다.연필에 침을 묻혀 꼭꼭 어머니 태산 같은 고향의 그리움을 보낼 수 없는 편지지에,평생 성경처럼 옮겨 적듯이…북녘 하늘 환히 보이는 앙상한 뼈대만 남은 노동당사, 하늘 창문에다 보고 싶다...보고싶다... 쓴다. 보낼 수 없는 편지의 우표는,저 쿡쿡 태극 마킹 찍힌태극가창오리 떼들의 소나기처럼 시원한 군무 ! 군무 !까맣게 하늘에다 통일의 해원굿을 한판 펼친 태극 가창오리떼들 시퍼렇게 녹이 슨 가시철책을 콕콕 매서운 부리로 끊어 먹으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아직도 한민족 형제가총뿌리를 겨누고 있는,저 경계 없는 넓고 푸른 하늘 속으로 수천 수만의 태극가창오리떼들,월드컵 그날처럼 함성의 스크럼 짜며 일렬횡대로 일제히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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