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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10년을 시작으로 바이크 올레꾼을 자처하면서 낙안읍성을 중심으로 송광사, 선암사, 녹차밭, 순천만 가는 길 등을 돌아보고 있다. 연재의 궁극적인 목적이 이 지역의 마을과 마을을 돌아보며 가치를 발견하는 것에 있지만 그 이전에 먼저 마을들을 연결하고 있는 길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필자의 낡은 바이크를 보면서 혹자는 "왜 자동차로 다니지 않고 바이크(오토바이)로 다니냐?"며 이상하다는 듯 쳐다볼 때가 있다. 자동차가 훨씬 더 편할 텐데 일부로 바이크를 마련해 추운 날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가 뭐냐는 눈치다.

 

하지만 그것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자동차로 다니면 절대 보지 못할 풍광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샛길에서 발견하게 되는 아름다움은 그저 목적지에서 목적지로만 향하는 자동차로는 거의 불가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24일) 달려 본 송광사 가는 길은 왕복 60여km로 솔직히 고백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길에 비해 밋밋한 것은 분명하다. 선암사 가는 길이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의 길이며, 보성 녹차밭 가는 길이 푸른 해안선을 따라가는 싱그러운 길이며, 순천만 가는 길이 갈대와 갯벌의 향연임을 감안하면 송광사 가는 길은 특징이 부족하다.

 

그런 길임에도 불구하고 외서면에서 만나게 되는 메타세콰이어, 쌍향수로 이름난 이읍마을과 구석기 유적지인 외서면 월평마을 등은 길 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손꼽을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외서면에서 길 따라 흐르고 있는 실개천은 억새와 함께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사진의 소재로 카메라에 담기 좋다.

 

 

필자는 아침 일찍 이구동성 밋밋하다고 하는 그 송광사 가는 길을 가보기 위해 짐을 꾸렸다. 평소 보다 더 느긋하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간식거리도 충분히 챙기고 연료도 가득 채웠다. 정말 밋밋한가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기분을 달리할 겸해서 바이크 의자 커버도 새롭게 만들어봤다. 출발은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낙안읍성을 한 바퀴 돌아보고 외서 방향으로 산등성이를 오르기 시작했다. 송광사 가는 길은 백이산 옆으로 난 빈계재를 넘어가야 된다.

 

그런데 이 빈계재는 길이 좀 험하다. 더구나 외서면이 낙안면과는 불과 5k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온도차가 커 눈이 녹지 않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등성이를 오르는 길에는 염화칼슘과 모래가 많이 뿌려져있어 바이크맨들에겐 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될 구간이었다.

 

 

고개를 넘어서면 외서면의 메타세콰이어와 만나게 되는데 한 여름철이면 곧게 뻗어 청록을 자랑하던 나무가 겨울철이라 볼품은 덜하지만 약 1km 정도 시원스럽게 도열해있는데 다소 아쉬운 것은 새롭게 길이 뚫리면서 여러 구간의 나무가 잘려있어 안타까움이 더했다.

 

그리고 곧바로 구석기 유적지인 월평유적지를 들러봤지만 그 의미에 비해 아직까지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아 서운했다. 하지만 외서면을 따라 흐르는 작은 시냇물은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했다. 여행이 휴식이라면 그 어느 곳보다 이곳 자그마한 시냇가는 더 없이 좋은 휴식의 장소라 생각됐다.

 

이후, 송광면을 들어서는 입구에 자리한 이읍마을은 천연기념물 제88호인 쌍향수를 품고 있는 마을인데 쌍향수를 보기위해서는 상당히 긴 거리를 산 쪽으로 올라가야 하기에 아쉽지만 나중에 들르기로 했다. 먼 곳에서 온 관광객이라면 이곳을 빼 먹지 말고 들르기를 권한다. 그만큼 투자를 해도 괜찮은 곳이다.

 

 

그런데 필자가 '송광사 가는 길이 밋밋하다고?'라는 제목을 당당하게 달아놓은 배짱은 송광면에 있는 산척마을 때문이다. 결코 외부로 요란스럽게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마을에 가 보면 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만들어 놓은 논과 밭이 그림처럼 층층을 이루고 있고 그 사이를 휘돌아 가는 길이 더 없이 아름답다. 전국의 사진인들이 남모르게 다녀가는 마을로도 유명하기에 밋밋하다고 느끼는 관광객은 이 마을을 꼭 방문해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목적지에서 목적지로 축지법을 쓰듯 달려가는 여행자들에게 이 길은 분명 심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맛이 있는 길이 송광사 가는 길이다. 글을 쓰면서 다소 미안한 것은 소개한 샛길과 마을들이 바이크로는 쉽게 접근이 가능한데 자동차로는 다소 무리한 곳도 있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송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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