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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만 가는 길은 갯벌의 질펀함이 있다.
순천만 가는 길은 갯벌의 질펀함이 있다. ⓒ 서정일

낙안읍성에서 순천만에 갈 때 오봉산과 제석산 골짜기 사이로 난 구룡마을 가는 길을 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그 길은 필자 같은 바이크 올레꾼의 차지가 되는 것이다. 왜 꼭 바이크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답이 바로 이런 것이다. 가지 않는 길이거나 갈 수 없는 길.

구룡마을 가는 길은 분명 순천만으로 갈 수 있는 길인데도 편하지 않아서 포기하고 멀어서 포기하는 길이다. 물론 돌아서 간다면 모든 길은 통하기 때문에 어디로 간들 순천만으로 가지 못할 길은 없겠지만 사람들이 이 길을 택하지 않는 것만은 사실이다.

낙안읍성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와 같은 곳으로 빠져나가는 길 여섯 군데 중에서 벌교쪽을 향하는 두 개를 빼고 송광사 가는 길, 선암사 가는 길, 순천만 가는 길, 동화사와 화포 가는 길 등 네 곳은 출발에서부터 산을 오르게 돼 있다.

 낙안읍성에서 순천만까지 더 쉽게 가는 길은 있다. 하지만 그 길이 여행자들에게 주는 느낌은 거의 없다. 그에 반해 해안선 길에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낙안읍성에서 순천만까지 더 쉽게 가는 길은 있다. 하지만 그 길이 여행자들에게 주는 느낌은 거의 없다. 그에 반해 해안선 길에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 서정일

이 길은 낙안 동쪽에 있는 오봉산과 동남쪽에 있는 제석산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길이며 낙안분지를 볼 수 있는 으뜸 길 중에 하나다. 골짜기 중간쯤 오르다 뒤돌아보면 왜 이곳이 즐거울 樂 편안한 安자를 쓰는 낙안 즉, 파라다이스(Paradise)인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길은 골짜기를 타고 넘어가 개령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고들빼기김치로 특화마을을 이룬 곳인데 이 마을은 골짜기 하나를 두고 동화사와 마주한다. 옛날 앞산 구름이 열린다는 뜻으로 개운산이라고 했던 것을 상기하면 이 마을도 구름이 열리는 마을 정도 될 듯하다.

마을을 지나 길을 따라 가다보면 구룡마을이 나오는데 그냥 지나쳐도 되지만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와도 괜찮다. 갯벌을 만날 수 있고 특이하게 용머리가 옆으로 누워 흡사 죽은 듯한 모양을 한 바위가 마을 중앙에 있는데 일제강점기때 철길을 놓으면서 산언저리를 잘라놓아 죽었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용머리 바위다.

 지금은 폐쇄된 원창역, 근대문화유산으로 순천만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우리의 과거 이야기다
지금은 폐쇄된 원창역, 근대문화유산으로 순천만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우리의 과거 이야기다 ⓒ 서정일

순천만에 가기 위해서는 구룡마을앞에 난 길을 따라서 바닷가 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된다. 가는 길에는 근대문화유산인 원창역을 볼 수 있는데 우리네 과거 이야기다. 보성 녹차밭 가는 길에서 만났던 해안가 도로가 동해안 분위기를 풍긴다면 이곳은 전형적인 남해안 갯벌 바다의 모습이며 삶의 이야기가 있다.

가는 길 내내 갯벌과 갈대는 신물 나게 보게 된다. 하지만 질리도록 보게 되는 그것이지만 결코 물리지 않는 것은 신기할 따름이다. 단지 서운한 것은 이런 멋진 갯벌과 갈대길이 해안선을 따라 순천만까지 이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점이다. 중간 중간 끊겨 우회해야 하는 것에서 오는 아쉬움이 크다.

길은 일출과 일몰로 유명한 화포마을로 이어진다. 이 마을도 구룡마을처럼 구경을 하고 일어서는 것이 좋다. 이 마을은 매년 정월에 해맞이 행사를 하는 곳으로 길 위에서 보는 마을 풍경도 멋지지만 포구에서 느껴보는 느낌도 정겹다.

 짱뚱어 식당에서 바라보는 순천만
짱뚱어 식당에서 바라보는 순천만 ⓒ 서정일

 순천만과 벌교 일대에서 유명한 짱뚱어탕
순천만과 벌교 일대에서 유명한 짱뚱어탕 ⓒ 서정일

화포마을을 지나면 곧바로 짱뚱어탕 요리로 유명한 식당들이 나온다. 이곳은 순천만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식사를 마친 후 풍광을 감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음식 맛은 이미 정평이 나 있어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이 음식점들을 시작으로 순천만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갈대가 온 천지를 뒤 덮은 듯 마을 앞, 집 앞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사이 사이로 게와 짱뚱어가 노닐고 수많은 철새들도 군무를 이뤄 가히 여기가 순천만이구나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순천만 자체에 대한 글과 사진은 차후로 미루기로 한다. 순천만 가는 길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순천만에서 일반적인 관광코스가 대대포구에서 갈대밭 사이로 난 나무데크를 통해 용산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필자는 외곽으로 돌아 해창마을을 지나 여수 가는 옛길을 따라가다가 와온마을에서 갈대밭을 느껴보려 한다.

 와온마을쪽으로 가 보면 남도삼백리 갈대길이 조성돼 있다.
와온마을쪽으로 가 보면 남도삼백리 갈대길이 조성돼 있다. ⓒ 서정일

 해질 무렵 순천만 사진에 등장하는 일명 애기섬의 모습
해질 무렵 순천만 사진에 등장하는 일명 애기섬의 모습 ⓒ 서정일

이곳은 남도삼백리 갈대길이 있고 갯벌에 나 있는 물길의 모양이 순천만을 닮아 작은 순천만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또한, 해 떨어지는 풍경 속에 항상 등장하는 일명 애기섬도 구경할 수 있다.

오늘 달려본 길은 전형적인 질펀한 남해안의 풍광을 선물하고 있다. 좀 더 가슴속에 갯벌 냄새를 담아가고 싶으면 고흥 동강쪽부터 시작해서 벌교를 지나 순천만까지 와 봐야 하지만 적어도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다는 화포마을에서 작은 순천만이라는 와온마을까지만 돌아봐도 충분하다.

지난주에 소개해 드렸던 녹차밭 가는 길과 분명한 대조를 이루며 이어져있기에 만약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갯벌의 상징 순천만의 와온마을에서 초록의 녹차밭까지 해안선을 따라 약 90여 킬로미터의 길을 달려보기를 권한다. 저절로 시가 읊어지고 마음속에 아름다운 수채화한 폭을 그리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바이크올레꾼#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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