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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개혁 야5당은 연합정치에 동의했다. 그러나 방법론에선 제각각 입장이 달랐다. 이제 그 다른 입장들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남았다. 곧 선거연합의 결과로 후보단일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오마이뉴스>는 헌정사상 최초로 가치와 정책에 기반한 선거연합의 현실을 상세히 보도한다. 이 논쟁은 선거연합 과정에서 필요한 주의와 주장을 연속적으로 펴나갈 계획이다. 연합정치 가능성을 묻는 논쟁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김종법 서울대 EU센터 교수의 이탈리아 연합정치 사례를 싣는다. [편집자말]
 지난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진보 정치참여 단체인 '희망과 대안'의 주최로 열린 '가치와 정책에 기반한 2010 지방선거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지방선거연합을 위한 정책 방향과 선거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지난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진보 정치참여 단체인 '희망과 대안'의 주최로 열린 '가치와 정책에 기반한 2010 지방선거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지방선거연합을 위한 정책 방향과 선거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지역구 주민들이 원하는 입후보자를 추대한다. 정책을 통해 연대한다. 좌파와 우파에 대한 분명한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따라 연대 틀을 결정한다. 시민사회나 노동운동을 통해 검증받은 능력 있고 참신한 입후보자를 결정한다. 당선인에 대한 최대한의 정책과 업무연대, 협조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탈리아 연합정치의 5가지 원칙이다. 이 중 한국적 현실에 대입해볼 것은 없을까.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정치에 새롭게 등장한 덧셈 공식 같은 숫자가 요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5+4가 그것이다. 1, 2, 3이라는 아라비아 단독 숫자에 익숙한 우리 국민들에게 5+4는 마치 어려운 수학공식 같다.

답은 뻔히 보이는 단순한 덧셈 놀이지만, 내용을 보면 우리 정치사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많은 함의를 담고 있는 것이 5+4 공식이다. 정당과 시민단체를 합한 연대와 연합의 정치를 위한 절대절명의 공식이다.

덧셈보다 뺄셈의 정치에 익숙한 우리에게 새로운 덧셈정치의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하는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 모두를 아우르는 공식이기도 하다.

한국정치에서는 아주 힘들고 어려운 덧셈공식이지만, 외국의 몇몇 국가에서는 아주 쉽게 답을 제시하고 해결하기도 한다. 아마도 가장 쉬운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와 한국 정치, 같은 점과 다른 점

이탈리아와 한국의 정치 지형, 역사적 배경은 여러 모로 유사한 측면이 많다. '남부문제'라고 불리는 ▲지역문제의 고착화 ▲파시즘의 잔재와 청산되지 못한 역사 ▲정치적 비효율성과 부패한 정치구조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가톨릭의 존재와 생활 윤리 규범으로서 종교의 역할이 존재하고 있는 점 등은 정치문화적 측면에서 유사성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그런데 이탈리아 정치에서 최근 가장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가 바로 정당 간 연합을 통한 정치세력연대의 정치이다. 단순 다수 소선거구제(75%)와 비례대표제(25%)를 혼합하고 있는 정치권력구조에서 좌파나 우파 모두 정치적 승리를 위한 최상의 선택으로 연합과 단결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

1992년 부패한 정치자금 수사 사건으로 '깨끗한 손'으로 해석되는 "마니 풀리테(Mani Pulite)" 이후 이탈리아는 새로운 정치구조를 만들어냈는데, 이 시기 이후 이탈리아의 집권 세력들은 이러한 연합의 정치를 여야 모두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현대 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베를루스코니 현 총리를 등장시킨 시점도 이 시기였고, 베를루스코니의 대항마로 뚜렷이 부각된 프로디 전 총리 역시 이 시기를 대표하는 정치가들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이탈리아의 정당연합정치는 선거구나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추대 방식을 통해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방식에 의해 치러진 1994년 선거 이후 반복적인 정권교체가 있었다.

1994년 베를루스코니 우파 정부, 1996년 프로디의 중도좌파 정부, 2001년 베를루스코니 우파 정부의 재집권, 2006년 프로디 중도좌파 정부의 재집권, 다시 2008년 베를루스코니 우파 정부의 세 번째 집권은 연합정치의 이탈리아적 특징과 교훈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희망과 대안>과 <민주넷> 공동주최 "2010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김서진 창조한국당 비대위 상임위원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희망과 대안>과 <민주넷> 공동주최 "2010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김서진 창조한국당 비대위 상임위원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 유성호

베를루스코니가 주축이 되고 있는 우파 연합은 북부 분리주의자 극우 정치세력인 '북부연맹(Lega Nord)'과 남부에 기반하고 있는 신파시스트 정당의 성격을 갖는 '민족동맹(Alleanza Nazionale)'이며, 프로디를 중심으로 하는 중도좌파 연합은 진보적 중도정당 성향의 '마르게리타(Margherita)'와 '가치이탈리아당(Italia dei Valori)', 중도좌파 정당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Partito Democratico)', 순수좌파 정당이라 할 수 있는 '공산주의재건당(Rifondazione Communista)' 등이다.(정당 명칭은 가장 대표적인 시기를 설정하여 제시한 것임) 

1993년 이후 이탈리아에서 우파와 좌파 정부 모두가 연속적인 재집권에 성공하지 못했던 원인에 대한 분석이야말로 이탈리아 연합정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한국식 연합정치의 교훈이자 원칙일 것이다.

1994년 베를루스코니 연정이 실패하고 다시 총선을 치르게 된 결정적 원인은 연합정치의 한 축이었던 북부연맹의 이탈이었다. 베를루스코니에 의해 제기되었던 연금법안을 북부연맹이 의회 내에서 반대하면서 불신임을 받은 베를루스코니의 연정이 깨지면서 의회가 해산되었던 것이다.

1996년 전후 50여년 만에 정권을 처음으로 창출한 프로디의 중도좌파연정은 앞서 대립과 경쟁관계에 있던 좌파 정당들이 모두 연합하여 지역구의 특성에 맞는 후보를 연합 공천하여 승리할 수 있었다.

야합 아닌 연대와 단결의 원칙, 공정한 규칙만이 성공의 지름길

2001년 총선에서는 다시 베를루스코니가 재집권하였는데, 우파 연합정치의 승리 요인은 내부적이라기보다는 외부적인 것이었다.

특히 상대방의 연합정치가 분열과 갈등으로 인해 깨지면서 손쉬운 승리를 쟁취하였다. 공산주의재건당이 좌파연합에서 이탈해 독자적인 후보를 내세우면서 좌파의 연합정치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베를루스코니를 주축으로 재결집된 우파 연합에 패배하고 말았다.

2006년 총선에서는 다시 프로디가 집권하였는데, 지난 총선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공산주의재건당이 좌파연정에 결합하면서 25만여 표 차이로 승리할 수 있었다. 2008년에는 다시 한 번 공산주의재건당이 떨어져 나가 당명까지 '좌파무지개연합'당으로 개명했지만, 비례대표 배분을 받을 수 있는 4%에도 못 미치면서 원외정당이라는 전대미문의 역사적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연합정치의 의미는 야합이 아닌 연대와 단결의 원칙과 공정한 규칙을 지키는 것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정당 간 연합에 의해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입후보자를 결정할 때에는 몇 가지 원칙과 기준을 갖고 선택한다.

첫째는 지역구 주민들이 원하는 입후보자를 추대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책을 통해 연대한다는 점이다. 셋째는 좌파와 우파에 대한 분명한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따라 연대의 틀을 결정한다. 넷째는 경험이나 경륜을 중시하기도 하지만, 정치적 역량과 정치적 자질 등을 시민사회나 노동운동을 통해 검증받은 능력 있고 참신한 입후보자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다섯째는 당선인에 대한 최대한의 정책과 업무적인 연대와 협조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사실이다.

5+4, 승리의 1이 되기 위해서는?

 <희망과 대안>과 <민주넷> 공동주최 "2010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진보신당 원내대표인 조승수 의원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희망과 대안>과 <민주넷> 공동주최 "2010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진보신당 원내대표인 조승수 의원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 진보매체 합동방송 사진공동취재단

연합정치를 위한 조정과 합의의 정치협약 전통은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지켜왔던 공정한 전통이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진 거대정당과 비교적 약자인 소수당과의 연합과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은 이미 상식만이 아닌 실제 선택과정에서 충분히 발생가능한 일이다.

지역과 정책에 따라 기득권을 포기하거나 소수의 양보를 통해 경쟁력과 검증된 입후보자의 결정은 적절한 원칙과 선출과정의 투명성 아래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방식이며, 집권과 선거 승리의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이러한 원칙과 내용을 통해 이탈리아에서의 연합정치는 1993년 이래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조건이 이탈리아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연합정치의 방식과 기준이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정당 간 연합정치 방식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정당과 시민사회의 연대와 연합이라는 점도 분명히 다른 방식과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만한 투명한 선출방식과 기준을 만들어낸다면, 선거 승리와 최선의 정책, 최상의 정치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유권자들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는 점이다.

5+4라는 덧셈정치의 결과가 개별적인 9개의 정당과 단체들의 수만을 나타낼 수도, 혹은 새로운 단결과 통합의 상징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9개의 장단점을 합하여 만들어진 강력한 1라는 거대한 수가 될지는 5+4의 이해 당사자들의 양보와 합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날 5+4의 결과가 '9'가 될지 아니면 '승리의 1'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탈리아 연합정치#좌파무지개연합당#베를루스코니#마니 플리테#신파시스트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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