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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당적 변경이 부쩍 심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당적 변경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새로운 정당을 선택하면서 정치적 신념이나 명분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득이 최우선 고려사항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에서 '평생 하나의 정당만을 선택한다'는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특히 충청권 정치인들의 당적 변경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지난 총선에서 당적을 옮겼다가 낙선한 뒤 지금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정치인을 최근에 만났는데 그의 푸념 아닌 푸념이 뇌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분 왈, "제가 공천을 준 사람들은 저와 정치적 행동을 같이 해줄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 많이 속상했어요, 세상에 신의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저 사람들이 원래 신의가 있었는데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신의 같은 건 없는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지역정당, 정치 철새의 온상

 

충청권 정치인들의 당적 변경이 잦은 이유는 바로 '지역 정당'의 존재에 기인한다.

 

경상도에서는 한나라당이 전라도에서는 민주당이 패권정당이기 때문에 경상도에서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의 당적 변경은 많지 않다. 물론, 전라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이들 지역에서 당적을 변경해 정치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흔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충청도만은 자민련-> 국민중심당-> 선진당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지역정당이 정치인들의 당적 세탁을 용이하게 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정권 당시 충청도에서 '한나라당 -> 열린우리당' 또는 '열린우리당 ->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꾼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4년 전 5.31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공천이 여의치 않자 탈당한 뒤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장우 동구청장이 유일할까?

 

하지만 '여당 -> 지역정당' '야당 -> 지역정당'으로 변신을 시도한 정치인은 너무나 많다.

 

특히 충청권 주요 정당 특히 한나라당 인사들 중 자민련 소속이었던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지역 MB계 인사의 대표 격인 김칠환 전 의원이나 친박계의 강창희 전 최고위원 이완구 전 충남지사도 자민련 출신이다.

 

또한 민주당 출신 인사들도 공천을 받지 못하자 자민련의 후예인 선진당으로 말을 갈아탄 게 불과 몇 해 전이다.

 

이렇듯 보수성향인 지역정당의 존재는 여야 정치인 모두로부터 일시적인 피난처가 되는 동시에 여에서 야로 야에서 여로 넘어갔다(?)는 부담감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배짱'도 이런 정치구도에 기인한다는 색다른 분석이 있다.

 

향후 있을지도 모를 '친박계 공천학살'로 인해 충청권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해도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선진당을 끌어들이면 된다는 '간단한' 논리다.

 

또 일부 선진당 인사들 중에는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주문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니 필자부터 지역정당의 폐해를 지적하며 '차라리 한나라당과 합당하라'는 주문을 선진당 지도부에 수차례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이런 정치적 유전 때문일까.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탈당한 지방의회 의원들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하거나 또는 소리 소문도 없이 선진당으로.. 선진당으로 향하고 있다.

 

정치와 정치인을 굳이 희화화하고 싶진 않지만 양지만을 쫓는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마음이 어떠할지 헤아려 보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러 저리 정당을 옮겨 다선 의원이 되는 것보다 내가 처음 선택한 정당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후배들에게 자식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순 없는 걸까? 꼭 당선만이 정치적 성공일까?

 

물론, 이런 일들이 가능한 건 미련한 국민, 미련한 유권자가 있기 가능한 일이고 국민들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앞으로 두세 달 동안 얼마나 더 많은 철새들의 향연을 지켜봐야 하는지 미리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이와 함께 지방선거가 끝난 뒤 지역 정당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펼쳐질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아, 충청도여..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전뉴스 (www.daejeon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지역정당, #선진당,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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