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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7시 12분. 뉴스전문 채널 YTN은 "경찰이 민주노동당 서버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간 민주노동당 서버가 있는 경기도 성남의 서버관리회사 현장에 있던 장우식 민주노동당 홍보부장은 트위터를 통해 "오후 1시부터 지금 이 시간(오후 7시경)까지 경찰은 현장에 오지도 않았다"라고 상반된 소식을 전했다.

 

실제로 이날 경찰은 아무런 추가 압수수색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YTN을 비롯한 몇몇 언론에는 마치 경찰이 추가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된 것이다. 어째서 이런 보도가 나왔을지에 대해서는 전날인 4일 상황을 보면 추측할 수 있다. 

 

지난 2월 4일, 경찰은 정식으로 영장을 발부 받아 민주노동당 서버를 압수수색했다. 명목은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불법적인 정치활동을 조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저녁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압수수색이 진행 중이던 오후 7시, 압수수색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연합뉴스, 노컷뉴스 등의 일부 언론들이 잇달아 "전교조 및 공무원 노조 조합원 120여명 민주노동당 입당 확인"이라는 보도를 낸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에 즉각 반발하며 "경찰이 무분별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이상 수사에 협조할 수 없다"며 경찰의 압수수색을 중단시켰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반드시 민주노동당 관계자가 입회한 조건에서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튿날인 5일, 경찰은 오후 1시경 다시 압수수색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전날 수사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정희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서버관리 회사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오겠다는 경찰은 저녁이 늦도록 서버관리 회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전날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YTN을 비롯한 일부 언론에 마치 추가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듯이 보도가 나간 것이다. 아무런 증거확보를 하지 못한 경찰이 압수수색없이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는 의혹이 다시 한번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 추가 압수수색 시도"라는 언론보도가 나간 뒤 1시간이 지난 오후 8시 15분경이 되서야 현장에 영등포경찰서 지능 3팀의 형사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완강한 수색 불협조에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사상 초유의 야당 서버 압수수색은 아무런 증거도 잡지 못한 채 경찰의 실패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최근 시국 사건에 대한 무리한 기소로 인해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가운데, 경찰마저도 '정치경찰'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으로 가득찬 지난 이틀. 경찰의 언론플레이에 창당 10주년을 맞은 민주노동당은 다시 한번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서버#압수수색#언론플레이#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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