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낫의 리더 주몽(본명 전상규)씨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 공동작곡가 김도훈·이상호씨를 상대로 법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표절로 인해 저작자로서의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주몽씨는 지난 1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가요계에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번 소송이 음악을 만드는 사람, 제작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가 발표되자 누리꾼들은 이 곡이 지난 2008년 발매된 와이낫의 앨범에 수록된 곡 '파랑새'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씨엔블루 소속사 대표는 "만약 표절하려 했다면 외국의 더 좋은 곡을 했을 것"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외톨이야'의 공동작곡가 중 한 명인 김도훈씨의 지난 '표절 의혹 곡'들이 재조명되면서 <다음> 아고라에서는 '김도훈 퇴출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지난 7일 가수 신해철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씨엔블루가 진짜 밴드면 내가 은퇴한다, 그 노래가 표절이 아니면 표절은 세상에서 사라진다"라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도훈씨도 반박에 나섰다. 그는 지난 8일 오후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 "와이낫의 '파랑새'와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는 정확히 단 한 마디만이 유사하다"며 "코드진행이 같지도 않고 인트로 부분은 아예 비슷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비슷한 장르에 한 마디가 비슷한 노래는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며 "외국 유명한 곡들 또한 장르적 특성상 한 두 마디 정도가 비슷한 음악은 많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가요계에서 수없이 많은 표절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전문가들의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고 시비가 가려져야 될 일이지, 표절 논란이 이슈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 되어 정확한 근거 없는 인터넷 여론만으로 작곡가를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동영상을 제작해 두 곡의 유사성을 부인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16일 오전 12시 현재 약 6만 4천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김씨와 함께 '외톨이야' 표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와이낫의 리더이자 '파랑새'의 작곡가인 주몽씨를 지난 12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주몽씨와의 일문일답.
"'파랑새' 틀어놓으니까 9살 난 아들이 '외톨이야' 부르더라"
- 소송을 제기한다고 했는데?"지난 1일 소속사와 작곡가 두 분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씨엔블루 소속사 대표에게는 '공개사과를 하셨으면 한다', 작곡가 두 분에게는 '작곡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공식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라고. 그러자 곧바로 내용증명이 다시 왔다. 소속사 대표는 직접 '미안하다'라고 한 건 아니지만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했고, 작곡가들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과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다른 노래다.', '똑같은 멜로디가 있긴 있는데 그 멜로디는 ('파랑새'뿐만 아니라) 다른 노래에도 있다.'
지금 사안이 두 가지다. 표절이냐, 아니냐와 소속사 대표의 발언. 소속사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는 건 말꼬투리 하나 잡아서 늘어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중요한 건 '노래가 비슷하냐, 아니냐'다. 김도훈 작곡가가 얘기하고 있는 논지(한 두 마디의 유사성)에 입각해서는 전 세계에 표절인 곡이 단 하나도 없다. 이 논란을 처음 제기한 건 내가 아니라 네티즌들이다. 사람들의 귀는 상당히 보편적이다. 들으면 안다."
- '표절이다, 아니다'의 근거로 김도훈 작곡가는 악보나 코드 하나하나를 비교하는 반면 주몽씨는 '들으면 안다'는 식의 표현을 쓰고 있는데? "<네이버> 지식인 답변에 이런 게 있더라. "나는 '외톨이야'도 모르고 '파랑새'도 몰랐는데 '파랑새'를 틀어놓으니까 9살 난 아들이 '외톨이야'를 부르더라.", "'외톨이야'가 보편적이고 직관적인 기준에서 표절"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모호하다'거나 '명확히 손에 잡히는 기준이 없다'는 게 아니다. 9살짜리 애도 들으면 안다는 거다. 김도훈씨는 비슷한 부분이 한 마디라고 하는데 그 한 마디가 '외톨이야'의 핵심적인 부분인데다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따라서 '외톨이야'를 들으면 '파랑새'가, 파랑새를 들으면 외톨이야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코드, 멜로디, 비트는 한 곡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이 요소들이 쌓여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곡이 완성된다. 하지만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코드, 멜로디, 비트를 분리해서 듣지는 않는다. 완성된 건물이 비슷한데 벽돌과 목재와 시멘트가 다르다고 해서 김도훈씨 말처럼 다른 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표절은 친고죄... 소송 제기하면 돈·시간 잃고, 열만 받아" - 표절의 기준은 뭔가. 소송을 통해 표절 여부를 알 수 있나. "명확한 기준이 없다. 사실 법원이 판단한다는 것도 굉장히 웃기다. 판사가 음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소송을 하는 것은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표절의 기준에 대해 "예전에는 4마디 이상이면 침해다, 아니다를 결정했는데 지금은 곡의 전체적인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판단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왜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을까? 표절은 친고죄다. 내가 만약 2년 동안 남태평양에 가서 농사짓다 온다면 내 노래가 표절된 것도 모를 수 있다. 특히 해외곡을 표절했을 경우, 그 곡의 저작권을 가진 작곡자나 퍼블리셔(음반발매사)가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게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다.
해외의 경우, 어떤 예술작품이 표절이라고 밝혀지면 표절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판에서 나오는 죄과보다 더 큰 벌금이나 처벌을 받는다. 국내는 어떤가?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의 경우, 소송 결과 더더의 '이츠유'를 표절했으니 원작자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그런데 원작자는 그 소송을 진행하는데 그보다 많은 돈이 들었다. 명예는 되찾았을지 모르지만 시간들이고 열정들이고 열 받고 돈만 잃었다."
- 노래는 빠르게 히트하고 사라지는 데 비해 판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1년 정도 걸린다. 소송이 걸리면 '이겼다' 혹은 '졌다'하더라도 대중들의 관심은 이미 사라진 상황이다. 악순환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자정작용이 무디어졌다는 것이다. '표절 하면 어때. 노래 좋으면 되는 거 아냐'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면 표절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작곡가들이 곡을 만드는 작업 자체도 옛날이랑 많이 달라졌다. 만화가들 보면 문하생들이 다 그리고 이름 있는 만화가들이 마무리를 하듯이, 곡을 만드는 것도 도제식이 되었다. 소수의 작곡가가 너무나 많은 노래를 쏟아낸다. 자기 노래가 마음이 들지 않으면 계속해서 작업을 해야 할 텐데 시간 맞춰서 '납품'을 해야 하니까 당연히 혼자 다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또 제작자 입장에서는 곡이 떠야 하니까 유명 작곡가에게 작업을 맡긴다. 결국 표절은 작곡가, 제작자, 음악을 듣는 사람이 연관된 전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도 결론이 나지 않으니까, '뭐 어때'라고 생각하게 된다."
"표절은 작곡가 '자존심'의 문제, 창피하다"
- '더 이상 새로운 노래가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럼 지금 나오는 좋은 음악들은 뭔가. 그건 음악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망하지 않는 한 좋은 음악은 나올 수밖에 없다. 12개밖에 안 되는 음으로 음악을 만든다고? 남성정장을 생각해보자. 윗도리, 아랫도리, 와이셔츠, 넥타이를 가지고도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수많은 남성정장 브랜드가 존재한다. 러브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독창적이고 새로운 노래는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 팬 카페에 '나는 피해자인데 왜 내가 힘들어야 하나'라는 내용의 '넋두리'를 올렸다. "주위에서는 이야깃거리, 이슈가 되는데, 정작 당사자는 힘들다. 법정에 가는 것도 그 무게가 크다.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돈도 없고. 근본적으로 힘든 건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창피하다는 거다. 예전에 룰라나 김민종 표절 논란 있었을 때 생각해봐라. 이효리의 경우에도 활동을 바로 접었다. 그런데 지금은 '뭐 어때. 나만 해?'하면서 창피해 하지 않는다. 표절논란이 났으면 유감의 뜻을 표명하는 게 순서인데,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한 일인 것 같다.
김도훈 작곡가는 '파랑새'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의도했든 안했든 중요한 건 결과물이다.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이 표절 시비에 휩싸였을 때 그는 끝까지 논란이 된 원곡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표절 판정을 내렸다. 이건 작곡가의 자존심의 문제다."
"'파랑새를 1위로', 네티즌 다시 봤다" - 누리꾼들 사이에서 '파랑새 1위 만들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알고 있나. "2009년 12월에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 그 때 진짜 관심 있게 봤다. 감동적인 일이다. 한 쪽은 영국에서 4년 연속 크리스마스 1위곡을 배출한 프로그램의 싱글곡. 한 쪽은 10년도 더 전에 발표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싱글곡. 너무 뜬금없잖아. 게다가 영국밴드도 아니고 미국밴드라니. 결국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 1위를 했다.
굉장히 관심 있게 봤고 박수를 쳤다. 와이낫이라는 밴드가 연관돼 있지 않았더라도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다. 네티즌들의 의식을 보여준다. 어제 경록이(크라잉넛의 한경록) 생일잔치에서도 다들 그 얘기를 많이 했다. 이번 논란을 계속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네티즌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논거를 가지고 이야기 하고 그것에 대한 신념도 있다."
- 순위는 체크하고 있나. "처음에는 봤는데 요즘에는 인터뷰도 해야 하고 소송 준비도 해야 하고 보도자료도 써야 해서 물리적인 시간이 없다. 그래도 주위에서 계속 이야기해준다."
- 씨엔블루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했는데. "정용화군 같은 경우에는 89년생이다. 지미 핸드릭스는 그 나이에 세상을 바꿨지만 아직 커가는 새싹이다. 그 친구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엔싱크로 나왔을 때, 로비 윌리암스가 테이크 댓에 있었을 때 이렇게까지 훌륭한 뮤지션이 될 줄 알았나. 이번 논란 때문에 씨엔블루의 멤버들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나 의지가 꺾이면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씨엔블루에게 손가락질 할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다."
"표절에 경종 울릴 수 있는 계기 되었으면" - 인디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인디밴드 권리장전'이라는 공연을 준비 중인 걸로 안다. 공연준비는 잘 돼 가나. "공연은 지난 13년 동안 800회 이상했다. 공연은 우리의 일상이다. 이번 공연은 무시를 당했기 때문에 하는 공연이 아니라, 밴드를 하는 사람들이 어찌 보면 이런 문제에 대해 무방비한 상태이고 경각심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도 정신을 차려야 하지 않느냐 하는 측면이 있다. 무료로 할 거고 홍대씬 밴드들이 맥주 한 잔 정도 출연료에 나와 주기로 했다. 사람들이 와서 그동안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가 밴드들이 좀 더 각성하고 뭉칠 수 있는 계기,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제작하는 사람들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는데 우리가 일조할 수 있다면 이 스트레스, 받겠다. 너무 길지만 않아진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