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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여론을 잡기 위해 설 연휴 동안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설 특별연설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치를 위한 세종시가 결코 아니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세종시"라고 말해 세종시 수정안 포기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대통령 의지가 이렇게 확고하니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강력한 의지 때문에 무리수가 따른다는 점이다. '세종시 총리'로 불리는 정운찬 총리는 지난 11일 세종시가 들어 설 충남 연기군 각 가정마다 A4용지 2매 분량 편지글을 보냈다.

 

충남 연기 지역 인터네 매체인 <세종뉴스>는 정 총리가 지난 11일 연기군의 가정마다 보낸 편지글에서 "등 따시고 배부른 게 제일"이라며 "뭐가 됐든 싸게 싸게 만들라"고 당부하신 고향 어른들을 뵈면서 저는 세상을 뜨시기 전 "책 속에 밥이 있다"며 아홉 살 어린 아들의 등을 두드리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등 따시고 배부른 게 제일"이라는 말 참 오래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만큼 인민의 사람됨을 파괴하는 논리도 없다. 강자가 약자를 영원한 약자로 만들기 위한 논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등 따시고 배부르 게 해줄 것이니 너는 더 이상 불만 갖지 말라는 것이다.

 

군사독재정권은 이것을 끊임없이 강조했고, 사람들은 세뇌 당했다. 이 세뇌는 지금까지 배를 부르게 해주었다는 이유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훼손했는데도 찬양하고 있다. 인민을 우매하게 만드는 논리가 21세기 세종시 수정안 때문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비극이다. 민주 시민을 우매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등 따시고 배부른 게 제일"이라는 논리임을 사람들은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종뉴스>는 또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를 설계하는 동안 '백성에게는 밥이 하늘'이라는 세종대황의 가르침을 저는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라며 "기업과 교육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백성에게 밥이 하늘이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밥만 먹게 해주면 다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이는 왕조시대 논리일 뿐이다. 사람은 밥으로만 살 수 없다. 세종대왕이 아무리 백성을 돌아보는 성군이었지만 세종대왕 역시 왕조 시대의 왕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에게 민주공화국과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니 밥이 하늘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는 밥이 하늘이 될 수 없다.

 

정운찬 총리 편지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세종시는 밥 먹게 해주는 도시이지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가 편지를 보냈다면 철도공사(코레일)은 세종시와 4대강 홍보에 나섰다. 13일 MBC<뉴스데스크>는 9번째 기사에서 "철도공사에서 귀성길에 오르 시민들에게 세종시와 4대강을 홍보하는 유인물을 나눠줬다"고 보도했다.

 

 13일 <뉴스데스크>가 코레일이 세종시 홍보를 했다고 보도한 화면
13일 <뉴스데스크>가 코레일이 세종시 홍보를 했다고 보도한 화면 ⓒ 뉴스데스크

 

<뉴스데스크>는 13일 오전 서울 용산역 개찰구에서 코레일 직원들이 세종시와 4대강사업 홍보책자를 나눠주었는데 홍보물에는 "세종시 수정안의 장점과 4대강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이었다고 보도했다.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역무실에는 한 상자에 1300장씩 모두1만장이 있었고 '세종시정부지원협의회'측의 요청으로 어제부터 나눠줬다고 한다. 이에 대해 코레일에 홍보를 요청한 공공기관은 인터뷰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서 홍보를 같이 하는데 뭐가 그렇게 문제죠"라고 따져 물었다.

 

세종시 수정안 홍보가 아무리 중요해도 아직 통과도  되지 않는 법안을 홍보하고, 그것도 세종시와 4대강과는 별 관계도 없는 코레일을 동원하여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코레일을 통해 홍보한 이유는 설날 귀성객 때문일 것이다.

 

한편 <뉴스데스크>는 "문제가 없다던 코레일 측은 갑자기 홍보물 배포를 중단하고 홍보 부스를 치웠다"고 보도했다. 세종시 수정안때문에 총리는 우매한 시민을 만들기 위해 편지 보내고, 코레일은 자기가 할 일이 아닌 것을 홍보하느라 열심이었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 더 이상 하지 마시라.


#세종시#코레일#홍보#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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