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 적절한 시점에 '중대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져 세종시 원안에 대한 수정 여부가 '국민 투표'에 붙여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문제가 지금처럼 아무런 결론을 못 내리고 계속 흐지부지하면 세종시와 관련해 적절한 시점에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중대 결단을 내리게 되면 세종시 수정안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절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대 결단'에 대한 고려는 한나라당 중진협의체가 세종시 당론 결정과 관련한 결론을 내놓은 뒤에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중립 성향의 중진 의원들로 구성되는 중진협의체는 이번 주 중 구성돼 세종시 수정안 당론 결정 등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중진협의체 결론 못낼 가능성 높아
청와대의 이 같은 발언은 일단 한나라당 중진협의체 내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결론을 빨리 지으라는 '압력'으로 읽힌다. 즉 중진협의체 내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국민투표'를 다음 수순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인 셈이다.
이에 대해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세종시 수정안 처리가 안되면'을 전제로 했다"며 "중진협의회에 (세종시 수정안 당론 결정을) 넘겼지만 논의만 무성할 수 있으니 국회에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좀 더 빨리 수정안으로 처리해달라'는 요청으로 읽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진협의회에서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결론이 안 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친이-친박 모두 중진협의체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상당히 크다. 친이계는 중진협의체를 통해 수정안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선상에서의 절충점이 마련되길 바라는 데 반해 친박계는 절충안도 '수정안의 아류'라고 보는 인식이 강하다.
또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가장 협의하기 힘든 모임이 중진 의원간의 모임"이라며 "임기 2년차 여당에서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 모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난항'을 단언하기도 했다.
결국 중진협의체에서 결론을 못 내는 이상, 청와대가 세종시 원안 수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절차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미 지난 22~24일 사흘간 진행된 한나라당 세종시 의원총회에서도 심재철, 김재경, 임동규 등 친이계 일부 의원은 '국민투표'를 해법으로 공개 제안했다.
이와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26일 친이(친이명박) 직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세종시 문제 해법으로 '국민투표'를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건강한 토론마저 거부되고 있고 국회가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직접 국민의 뜻을 물어보는 방법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를 절반 이상 쪼개어 이전한다는 것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20일만에 다시 불 붙은 '세종시 국민투표' 논란
결국 불과 20일만에 세종시 원안 수정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2월 초 제기돼 논란을 야기했던 세종시 국민투표 문제는 청와대측이 "국민투표를 검토한 적 없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던 바 있다.
당시 민주당 등 야당은 "세종시 문제는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요건에 해당하지 못한다"고 반대 입장을 명백히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세종시 문제는 사실상 행정부처의 2/3가 내려가는 수도 분할인 만큼 국가 안위의 문제로 국민 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행정수도 논란 당시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지만 부처 이전에 대해선 수도 분할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며 "국민투표 주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국민투표 주장에 대해 총의가 모아지지 않고 있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 세종시 의총에서 제기된 '국민투표' 주장에 대해 "국회를 포기하는 것", "국론이 심각하게 분열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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