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기념 특별기획으로 '유러피안 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중 연재한다. 그 첫번째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로 구성된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은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나'를 현지취재, 약 30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
취재정리 : 전진한 시민기자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파리의 에펠탑은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책을 읽는 사람, 인형 같이 생긴 아이와 샌드위치를 먹는 엄마,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들.
2월 26일 저녁, 나를 포함한 오마이뉴스의 <유러피언드림 취재팀> 4명은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프랑스인 30대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평범한 부부로부터 그들이 직접 체험하고 있는 프랑스의 출산-육아정책에 대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30대 아빠인 나는 그 부부를 통해 양국의 '육아부담지수'를 비교해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프랑스-한국 30대 아빠의 만남카페의 분위기를 막 파악하고 있을 즈음, 프랑스인 부부가 카페에 도착했다. 부부의 첫 인상은 매우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이들은 12년 동안 같이 살았고(6년 동거, 6년 결혼, 프랑스는 동거가 아주 일반적이다) 3살 된 남자 아이를 두고 있다.
남편 에릭(Eric, 34)씨는 아프리카 출신인데 선한 눈빛과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은행인 BNP Paribas에 다니고 있다. 부인 사만타(Samanta, 31)씨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외모였다. 헤어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다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한국에서 어릴 때 입양되어 온 한국 출신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의 친어머니를 찾아서 연락을 하고 지낸단다.
간단한 음식을 시켜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2시간 동안 계속된 이 대화의 곳곳에서 나는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맞벌이 부부가 이렇게 말한 대목에서였다.
"3년 동안 아이 키우는데 얼마나 들었냐고요? 거의 들지 않았어요."그러니까 정부의 지원정책 덕분에 이 맞벌이 부부의 소득이 육아비용으로 축나는 일이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나의 경우처럼 맞벌이부부일 때 한 쪽의 월급이 거의 고스란히 육아비용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이 부부가 말하는 임신-출산-육아 단계에서의 프랑스 정부 지원정책을 들어보자. 한국의 독자 여러분, 혹 당신도 나처럼 아이 키우는 데 등골 휘고 있는가?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느끼는가? 에펠탑 근처의 한 카페의 대화 자리에 당신을 초대한다(특별한 표시 없을 경우 인용문은 부부발언 종합).
임신 3개월부터 무료 진단· 제왕절개 출산도 무료
- 이야기를 임신 때부터 시작해보죠. 임신 직후에는 어떤 정부지원이 있나요."임신 3개월부터 병원에서 하는 모든 검사와 치료가 무료입니다. 이 비용들은 국가에서 모두 보조하는 것입니다."
시작부터 달랐다. 한국에서 나의 아내가 임신 중이었을 때 초음파 검사, 각종 진료비로 적지 않은 돈이 지출되었던 것에 대비되었다. 다행히 최근 고운맘 카드(20만원, 1회 한도 4만원, 2010년 4월부터 30만원으로 확대)를 지원하고 있어 둘째부터 나도 혜택을 받긴 했지만.
- 출산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어떻습니까? 한국도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많은 돈이 들지 않기는 하는데요."일반시민들은 대부분 국립병원에서 출산을 하는데 출산비용은 모두 무료입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해도 무료입니다. 물론 일부 부유층은 돈을 내고 좀 더 시설이 좋은 사립병원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런 이들은 소수이지요."
제왕절개까지 무료? 여기서도 한국-프랑스는 차이가 있었다. 우리의 두 아이는 모두 제왕절개로 출산했는데 한 명당 약 100만원쯤(의료보험 적용 후) 부담했다.
산후 조리사도 국가에서 지원그렇다면 아이를 낳은 직후부터는 어떤 지원정책이 있을까?
"출산 이후 본격적인 육아지원정책이 시작됩니다. 우선 출생 특별수당으로 800유로(1유로 1500원으로 계산, 약 120만원)를 받습니다. 우리 같은 중산층에게도 지급됩니다. 또 산후조리기간에는 산후조리사가 지원됩니다. 물론 산후조리사는 국가에서 월급을 지급하고 있어,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중산층에다 첫째 아이인데도 적지 않은 출생 특별수당을 지원받았다는 것도 부럽지만, 산후조리사를 국가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더욱 부러운 대목이다. 한국은 산후조리원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산모가 그곳에 들어가면 보통 2주 동안 최소 150만원 가량을 지출한다.(물론 우리나라도 지자체에 따라 저소득층의 경우 출산도우미가 지원되기도 한다)
부인 사만타씨는 출산 후 약 10주 동안의 의무휴가 기간 동안 국가가 지원한 산후조리사의 도움을 받았고, 그 덕분에 그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출근 때는 아내가, 퇴근 때는 남편이 아이 담당- 그러면 현재 일하는 동안 아이는 어디에다 맡기고 있습니까?"국가에서 내주는 자격증이 있는 보모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 보모가 세 아이를 돌봅니다. 매일 아침 아들을 보모가 있는 집에 데려다 주고 있습니다.
- 아이가 아플 때는 어떻게 합니까?"보모하고 계약을 할 때 만약에 아이가 아프면 보모가 부모를 대신해 병원에 데리고 가서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전염되는 병이나 심각한 것이 아니라면 보모가 알아서 합니다."
- 보모한테 아이를 몇 시에 맡기고 찾아옵니까. 부부간의 역할 분담은?"(부인) 저는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을 하고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서 8시30분에 보모에게 아이를 맡깁니다. 직장은 지하철로 40분 정도 걸리는데, 저녁 6시 30분에 퇴근하고 집에 가면 7시 20분 정도 됩니다. 남편은 오전 7시에 일어나서 8시에 일하러 가고 저녁 6시에 퇴근에서 아이를 찾아 옵니다."
- 남편께서 퇴근할 때 아이를 찾아온다고 하는데 매일매일 그렇게 합니까? 한국 회사에서는 저녁 약속 문화가 많아서 그러기 힘든데."(남편) 여기서는 저녁 약속 문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결혼 하지 않은 동료들은 가끔 저녁에 어울리기도 하지만 기혼자들이 퇴근 후 회사 업무 관련 약속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는 프랑스의 보편적인 문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문화이다보니 부인 사만타씨는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고 편하게 일터에서 일을 하고 퇴근할 수 있다는 거였다. 한국의 맞벌이 부부처럼 퇴근 때 누가 아이를 찾아올 것인가로 다투는 일은 거의 없는 듯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회사로부터 지원 받아- 보모 비용은 어느 정도 들어가는 거죠?"한 달에 672유로(100만원 가량)를 주고 있습니다."
-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네요. "그렇죠.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672유로를 보모에게 주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수당 등을 통해 비용을 보전해 줍니다."
프랑스 부부는 이 대목에서 미리 준비해온 서류를 테이블에 꺼냈다. 국가로부터 받은 각종 수당명세서였다. 그것을 하나하나 들춰가며 설명을 했다.
"저의 경우 아이를 출산하고 네 가지 종류의 수당을 국가로부터 받았습니다. 우선 기초수당(177유로), 어린아이를 위한 수당(278유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수당 (100유로), 보모를 이용하는 가족에게 시에서 주는 수당(164유로, 3개월마다)입니다. 게다가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아이의 먹을거리를 위해 수당(60유로)을 줍니다."
그러니까 보모에게 매달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 정도를 내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회사에서 받는 이런 저런 수당을 합하면 그 돈을 충분히 충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각종 수당의 지원은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계속되고, 만 3세 이후의 유치원 과정(학비무료)에서도 소득 정도에 따라 지원의 차이는 있지만, '육아부담 제로 수준'은 계속된다고 했다.
- 결론적으로 아이를 임신해서 낳고, 3살이 되도록 키울 때까지 돈이 거의 들지 않았다는 이야기인데요, 프랑스의 모든 가정이 그러한가요? "네 그렇습니다. 거의 돈이 들지 않았고 거의 대부분의 부부들이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상층에 속하는 우리들도 그런 혜택을 받습니다. 가난한 가정에게는 임신 6개월부터 출산 할 때까지 매월 800유로가 추가로 나옵니다."
나를 포함해 놀라운 눈을 하고 있는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취재팀>에게 이 프랑스부부는 웃으며 이렇게 농담을 한다.
"하하하, 부러우시면 파리에서 사세요."그들의 농담에 나도 웃었지만 속으로는 웃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집의 경우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계소득의 절반 정도를 육아비용으로 쓰고 있다. 첫째아이의 유치원 종일반 비용, 둘째아이를 고향에 계신 장모님에게 맡기는 비용(항상 최소 비용만 드려 너무나 죄송스럽다) 등을 포함, 이것저것 다 합쳐 보면 그렇다. 그러다가 너무 힘들어 둘째아이를 4월부터 서울 어린이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이제 갓 돌 넘은 막내에게 그저 미안하고 안쓰럽기만 하다.
"한국같은 상황이라면 1명 낳기에도 부담"나는 프랑스 부부에게 내 형편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이렇게 물어봤다.
- 당신들이 만약 나같은 처지로 한국에서 산다면 아이를 몇 명이나 낳겠는지요? "만약 우리가 그렇다면 아이를 낳지 않을 거 같아요. 만약 낳더라도 한 명쯤? 그것도 그전에 돈을 많이 모아놓아야 할 것 같네요. 첫 아이를 낳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거 같습니다."
출산율 2.0의 프랑스와 1.14의 대한민국. 그 격차의 비밀은 이 프랑스 30대부부의 말에 다 들어있었다. 이들 부부는 곧 둘째 아이를 가질 예정이란다.
인터뷰를 통해서 한국과 프랑스 육아 정책에 대해서 비교해 보았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여러 가지로 많은 비교가 되었다. 그러면 필자의 사례와 프랑스 부부를 비교해 국가의 지원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
구분 | 프랑스지원체계 (프랑스 에릭 사만타 부부) | 한국지원체계 (한국 전진한 부부) |
임신과정 | 3개월이후부터 모든 진료 무료 | 고운맘카드 20만원 지원 → 2010년 4월부터 30만원 지원 |
출산비용 | 무료(제왕절개포함) | 제왕절개 수술 100만원 개인부담 (의료보험혜택후) 출산비용 소득공제 |
출산직후 | 출생 특별수당 800유로(120만원) 가정방문 산후조리사 지원, 산후조리사들의 월급은 국가에서 부담 | 출생 특별수당 없음(일부 지자체 지급) 산후조리원 개인부담 2주 150만원 |
출산이후 수당 | 합계 719유로(약110만원) 기초수당((177유로) 어린아이를 위한 수당(278유로) 지방자치단체 수당(100유로) 석달마다 보모를 이용하는 가족에게 시에서 주는 수당(164유로)
| 소득공제 혜택(1인당 200만원가량) 소득에 따라 어린이집 일부 지원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오연호 대표(단장),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편집 자문위원), 손병관 남소연 앤드류 그루엔 (이상 상근기자) 전진한 안소민 김영숙 진민정(이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