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교감과 장학사 26명의 부정 승진 의혹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는 등 서울시교육청의 부정부패 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가운데, 교육계 비리척결 문제가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와 교육감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일 감사원에 따르면, 장아무개 전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은 2008년부터 2년 동안 교감, 장학사의 근무성적 평정을 담당하면서 심사 대상자들의 점수를 부정으로 매겨 장학사 등 두 명을 장학관으로, 중고교 교감 15명을 교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26명의 인사비리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 전 장학관은 자신이 심사하는 대상자들의 평가 항목에 '혁신성'이란 조항을 임의로 만들어 일부 사람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감사원은 "장 전 장학관은 염두에 둔 사람들이 승진후보자 명부의 승진 순위에 포함되지 않자, 없던 평가 항목을 새로 만들어 가산점을 준 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 전 장학관은 현직 교사들에게 "장학사 시험을 잘 보게 해주겠다"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월 중순 구속됐다.
감사원은 이런 문제가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것은 교육청 고위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으로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감사원은 비슷한 문제가 다른 지역에도 있을 것으로 보고, 올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지방교육청 감사를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매관매직 등 서울시교육청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일부 위원이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서울시교육청의 비리 의혹이 연일 터지면서 '교육계 부정부패 척결'은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서울시교육감 후보 예비 등록을 마친 박명기 서울시교육위원은 "교육계 비리 척결"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진보 진영은 교육감 선거를 교육청 관료 사회의 부정부패 일소 기회로 적극 활용할 태세다.
정부가 교육계 비리 문제를 먼저 수면 위로 제기한 이유도 지방선거를 고려한 것이라는 견해가 교육계에는 넓게 퍼져 있다. 지방선거가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계 비리를 그냥 두고 가면 교육감 선거에서 정부 쪽이 많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한때 '리틀 MB'로 불린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출국금지가 내려진 상태다. 또 교육과학기술부는 진보 쪽이 제기해 사회적으로 큰 관심 대상이 된 무상급식 대응책이 담긴 '학교급식 정책 및 현안사항'이란 문건을 한나라당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최근에는 자율형사립고 입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부정입학자 수가 25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부정부패 꼬리 자르기에 나섰지만, 부패 의혹은 정부를 더욱 괴롭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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