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3월 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3월 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제주의소리> 좌용철

성폭력 피해자는 두 번 폭행당한다고들 했습니다. 성폭행당할 때, 그리고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로 조사받을 때.

2002년, 이 사람 이후로 성폭력 피해자는 세 번 네 번씩 폭행당해야 했습니다. 법에 의해 보호받기는커녕, 가해자로부터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로 역고소당했기 때문입니다. 누구 하나 붙잡고 울 수도 없는 피해자를 위해 사실을 말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요구한 여성단체들도 고소당해야 했습니다. 피해자가 도리어 피의자가 되어 나는 죄가 없다고 부르짖어야만 했습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 피해자 두 번 세 번 죽인 우근민

이 사람, 2002년 2월, 도내 직능단체 회장을 룸싸롱도 노래방도 아닌 도지사실에서 성희롱한, 우근민 당시 제주도지사입니다.

우근민 지사는 당시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와 여성단체에 대해, 자신을 선거에서 떨어뜨리려는 중상모략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습니다. 그의 행동을 성희롱이라고 판정한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는 결정이 잘못되었다며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당시의 여성부 장관으로 남녀차별개선위원회 위원장이 바로 지금 민주당이 내세우는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입니다. 대법원까지 상고했으나 결국 성희롱 판정이 옳았다고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2006년까지, 무려 4년이나 걸렸습니다. 그때까지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은 과연 어느 정도였겠습니까?

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야당과 시민사회가 국민들과 힘을 합해 한나라당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여러 차례,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이 연합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 4일 야 5당이 함께 발표한 합의문에도, "5당은 선거에서 공동 승리가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고, 연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후보를 선정한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이 대표 이하 최고위원회가 의논해서 복당을 요청했다는 제주도지사 후보가 바로 이 사람입니다. 3월 7일, 민주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복당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성희롱 행위를 했다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든 사람, 우근민 전 지사에 대해서입니다. 당에 문서로 사과했고, 적절한 시점에 제주도민들을 상대로 사과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랍니다.

순간의 실수? 복당시킨 민주당도 후퇴했다

 3월 2일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 모여 민주당의 우근민 전 지사 영입 움직임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월 2일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 모여 민주당의 우근민 전 지사 영입 움직임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태욱

우근민 전 지사, 복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민주당 후보로 도지사 선거에 나가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답니다. 민주당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 우근민 전 지사가 지지율 1위라며 추켜올리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후보로 나오는 의원들도 기자회견에 같이 섰습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순간의 실수나 과오가 영원히 주홍글씨로 남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 "잘못은 잘못대로 판단할 것이고 제주도민들이나 국민들의 이해는 또 이해대로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피해자에게 사죄하기는커녕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다니니 형사처벌해달라고 고소하기까지 한 것이 순간의 실수인가요? 우근민 전 지사가 자연을 돌보겠다면, 출근길 네거리에서 교통정리 봉사라도 하겠다면, 아무리 고의적이고 악질적인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아무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살인범도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갖춰야할 포용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지사가 되어 정치하겠다는 사람이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만 10년 전, 20년 전으로 후퇴한 줄 알았더니 민주당도 후퇴했습니까. 2000년 총선 때 시민들이 펼쳤던 낙선운동이 바로 이런 정치인 바꾸자는 것 아니었습니까.

성희롱 전력자와 선거연합? 이럴려고 연합 주장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법을 만들면 무엇 합니까. 제 눈의 들보도 없애지 못하면서. 민주당은 서울에서는 여성운동의 대모, 제주에서는 피해자를 역고소한 성희롱 전력자, 이렇게 내세워 지방선거를 치를 생각입니까? 서울시장 후보는 성희롱이라고 판정한 전직 여성부장관, 제주도지사 후보는 그 판정에 불복해 소송까지 불사한 전직 제주도지사, 이것이 민주당이 그리는 지방선거 구도입니까?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내려고 그 고생을 하며 만들어낸 연합입니까. 저는 이런 모습 보려고 연합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그대로 보아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민주당이 철저히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야당들이 별로 잘하지는 못해도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하고 있고 사분오열된 모습 극복하고 힘을 합치려고 하고 있으니 한번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내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강요하지 맙시다. 더 이상의 잘못은, 역사에 대한 범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정희님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입니다.



#이정희#성폭력#민주당#지방선거#성희롱 전력자 공천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