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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기념 특별기획으로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중 연재한다. 그 첫번째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로 구성된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은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나'를 현지취재, 약 30여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취재정리 : 전진한 시민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프랑스편> 특별취재팀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 아이와 함께 산책나온 아빠.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 아이와 함께 산책나온 아빠. ⓒ 오마이뉴스 남소연

 

프랑스의 남성들은 여성들에 대한 배려심이 넓었다. 게다가 가정적이어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대단해 보였다.

 

오마이뉴스의 <유러피언드림:프랑스편> 취재팀에 속해 파리에 간 내가 그곳에서 만나본 프랑스 남성들은 대부분 가사노동을 50% 이상 분담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 남성들과 결혼한 한국인 아내들의 남편 자랑은 에펠탑보다 더 견고하고 높아 보였다. 전혀 프랑스 남성들처럼 살아가지 못한 한국인 남편인 필자는 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취재 내용은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는가>였는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가사노동 분담 50%의 프랑스 남성들은 프랑스의 안정적 출산율의 '기여자'로 인식된 반면, 맞벌이를 해도 여성에 비해 가사노동의 5분의 1도 안하는 한국의 남성들은 한국의 세계최저 출산율의 '죄인'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금증이 생겼다. 아무리 매력적인 프랑스 남성들이라고 해도 한국 남성들이 더 나은 점이 있진 않을까? 염치불구하고, 프랑스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들을 상대로 '그래도 한국 남성이 프랑스 남성보다 더 매력적인 점이 혹 있는가'를 물어봤다. 이 질문을 받은 취재원들은 살짝 고민에 빠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 남성들의 장점은 없지는 않았다. 

 

그럼 그들이 말하는 한국 남성들의 매력을 들어보자. 

 

[한국 남성의 매력①] 끈끈한 정

 

프랑스 남성과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은 목수정씨(작가, 전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는 한국 남성들에 대해 "'나'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그래서 자기가 속한 집단을 모두 우리라 부르며 하나의 가족처럼 여긴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나의 사건을 소개했다.

 

"한국에 사는 남동생이 사업을 하다가 빚을 진 적이 있어요. 카드 이자가 불어만 가는 와중에 형부가 그 사실을 알고, 이자가 불어나는 걸 일단 막기 위해 자신의 집을 은행에 담보 맡겨, 곧바로 빚을 갚아주었습니다. 남동생에겐 천천히 갚으라는 말까지 하고 말이에요. 프랑스 남자였다면, 그 사람이 돈이 있건 없건 인간성이 좋건 나쁘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또 프랑스 사례도 소개했다.

 

"형은 변호사고, 동생은 3년째 실업 중인 형제를 본 일이 있어요. 같이 밥을 먹는데, 밥값을 각자 내는 걸 봤습니다. 재미있는 건 행색만 보아선 누가 실업잔지, 누가 변호산지 금방 알 수 없다는 거였어요. 둘 다 허우대 멀쩡하고, 형이라고 특별히 유세 안 떨고 훈계 안 하고... 하지만 밥도 안 사지요."

 

목수정씨의 저 얘기를 듣고 많이 웃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예상컨대 한국에서 저런 형이 있었으면 '찌질이'로 찍히거나 기피대상 1호로 분류됐을 것이다. 또 가족에게 해고 통보를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 남성의 매력②] 열정과 에너지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다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크리스틴 박(Christine Park)씨는 "내가 아는,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들은 대부분 만족하고 잘 살고 있다"면서 "프랑스 남성들의 미적 감각과 가정적인 모습은 한국 남성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국 남성들이 더 매력적인 면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에너지와 열정", 이 두 가지 단어로 요약했다.

 

- 프랑스에서 살기 좋은가요?
"저는 좋아요!" 그의 답은 주저없이 나왔다.

 

- 프랑스 남성들은 어떤 편인가요?
"좋아요, 한국 남성들은 바꿔야 해요."

 

- 어떤 점이 좋은가요?
"한국사람들과는 정말 다르죠. 애기 목욕 시켜주고, 장보고, 매일 저녁 설거지 하고... 요리는 내가 하지만."


- 대신 프랑스는 이혼율이 높지 않은가요?
"이혼하는 사람도 있지만 잘사는 사람들은 잘살아요. 여기서는 사랑의 감정이 아주 중요해요."

 

- 프랑스 남자보다 한국 남자가 더 좋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때는 간혹 없나?
"(웃으며)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내가 아는 프랑스인과 결혼한 한국여성들은 다 프랑스인에 만족하고 있어요."

 

- 그래도 한국 남자가 좋은 점이 있다면?
"에너지와 열정이죠."

 

- 그것이 어디에서 나온다고 보나요?
"성격 그 자체가 불타고 있어요?"

 

- 고추장을 먹어서 그러나?
"그래서인지 몰라요, 한국 남자들 비상하고 에너지가 좋아요."

 

- 이 나라 프랑스도 혁명을 여러 번 한 나라인데, 화끈한 면이 여전히 있지 않나요?
"이 나라 사람들은 지금 역사의 유산을 먹고 살 뿐이예요. 좋게 말하면 느긋이고, 나쁘게 말하면 굉장히 게으르다. 어떨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하지요." 
 

역시 한국 사람들의 장점은 에너지와 열정이다. 사실 한국 사람들의 열정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자양분이 '다이나믹 코리아'를 만들고 우리사회를 지탱시켜주는 힘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딸 두명과 아들 두명을 각각 낳아 기르고 있는 워킹맘 안소민, 워킹대디 전진한 시민기자가 오마이뉴스의 <유러피안 드림> 프랑스 특별취재팀으로 프랑스 파리에 도착, 27일 시내를 걸으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한국에서 딸 두명과 아들 두명을 각각 낳아 기르고 있는 워킹맘 안소민, 워킹대디 전진한 시민기자가 오마이뉴스의 <유러피안 드림> 프랑스 특별취재팀으로 프랑스 파리에 도착, 27일 시내를 걸으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국 남성의 매력③] 책임감

 

한국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이화열씨는 한국 남성의 매력은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친절하진 않지만, 한국 남자들은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이 있지요. 반면 프랑스 남자들은 책임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물어보지요. 가끔은 신경질이 나서 '제발 내 대신 결정 좀 스스로 해줘'라고 말할 때도 있어요."

 

이화열씨는 프랑스 남성들의 우유부단함에 대해서 시부모님을 예로 들었다.

 

"한 번은 우리 프랑스 시부모가 자동차 파킹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근데 시아버지가 주차를 여기다 할까, 저기다 할까를 계속 시어머니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스스로 결정을 안하는 거지요. 그런데 한국 남자들은 너무 독단적인 결정을 해서 문제이긴 하지만, 내가 책임진다는 의식은 있는 것 같아요."

 

한국 남성들이여 기죽지 말자. 한국 남성들은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책임감 또한 남다르다. 거기에다 가족에 대한 끈끈한 정이 있다. 이 매력에다 프랑스 남성들의 자상함과 부드러움을 합친다면, 무엇보다 가사노동 분담 50%를 실천한다면, 우리는 세계 최고의 '매력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가사분담 50%가 가능하려면, 야근문화를 줄이는 등 기업의 발상전환이 필요하고, 사회적으로 저녁약속 문화를 개선해야하는 등 고려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는가?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프랑스편> 특별취재팀 :

오연호 대표(단장),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편집 자문위원), 손병관 남소연 앤드류 그루엔 (이상 상근기자) 전진한 안소민 김영숙 진민정(이상 시민기자)


#프랑스 남성#한국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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