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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전경.
청와대 전경. ⓒ 이종호

[기사 수정 : 15일 오후 6시 15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이 또다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은 지난 2008년 7월 15일 <요미우리 신문>에 실린 기사 때문에 불거졌다. 당시 <요미우리 신문>은 신문과 인터넷판에서 이 대통령과 당시 후쿠다 총리의 정상회담 내용을 보도하면서 "후쿠다 수상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이름)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통보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에 주요언론 '침묵'

당시 일본 문부성은 중학교 사회과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은 일본에 있다'는 내용을 실어 한-일 간에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요미우리 신문>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은 일본 문부성의 방침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당시 <요미우리 신문> 보도와 관련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고, <요미우리 신문>도 인터넷 판에서 기사를 내렸다.

그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은 지난 9일 <국민일보>가 "<요미우리 신문>이 이 대통령 독도 발언 보도가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하면서 또다시 진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일보> 관련 기사가 게재된 <미디어 다음>에는 15일 오후 현재 10만 개에 달하는 누리꾼 댓글이 달렸다. 그럼에도 주요방송사와 신문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있다.

충격적인 이 대통령의 발언 외에도 청와대와 주요 방송-신문의 침묵에  국민들은 정신적 혼란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독도 문제라는 것이 정치적·외교적·역사적으로 또 민족 정서상 얼마나 폭발력 있는 사안인가? 이 발언의 당사자는 일개 시민이 아닌 대한민국 통치권자인 대통령 아닌가? 또 이 발언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밝힌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전역에 무려 매일 1천만부를 발행하는 최대 규모의 일간지 아닌가.

수만명의 누리꾼들이 발언 당사자인 이 대통령과 함께 언론에 대한 분노와 실망의 댓글을 달고 있다. 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은 이 발언에 '탄핵 사유'라는 법률적 해석을 내놓았다.  국민들이 '헌법상 영토주권 수호 의지와 임무'를 포기한 듯한 자기 나라 대통령에 수치심과 자괴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또 중대한 헌법적 사안인데도 '사실무근'이라는 단 한 차례 해명만을 내놓은 청와대와 단 한 줄도 관련 보도를 내지 않는 방송·주요 신문의 모습에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할 만도 하다. 

'독도발언', 2008년 7월 춘추관서도 있었다

 2008년 7월 31일자 기사. <"일본에 위대한 지도자 나오면..." MB 발언 어디로 사라졌나>
2008년 7월 31일자 기사. <"일본에 위대한 지도자 나오면..." MB 발언 어디로 사라졌나> ⓒ 오마이뉴스

그런데 어찌보면 이게 그리 놀랄 일이 아닌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말고도 2년 전 이 대통령은 파문이 일 만한 또다른 '독도발언'을 했고, 그 때도 언론은 입을 닫은 적이 있다. 

지난 2008년 7월 23일 여름 휴가를 앞둔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을 불쑥 찾아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떤 기자 : "(일본 정부가 중등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포함시키겠다는 것과 관련해) 독도 문제 때문에 후쿠다 총리에 대해 실망하지 않았느냐?"
이 대통령 : "일본도 (유럽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면 독도문제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일본도 국내정치 상황이 있으니까."

이날 '독도발언'은 몇가지 점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소지가 있었다. 첫째, '일본도 국내정치 상황이 있으니까…'라는 발언의 의미다. 이는 '일본 내부 정치 상황이 있어 독도분쟁을 야기하는 것이고, 이런 정황상 후쿠다 총리가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독도영유권 포기 또는 유보 발언과 비슷한 맥락처럼 들린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할 소리가 아니다.   

둘째, '일본에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면 (독도) 분쟁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은 거꾸로 '일본에 위대한 지도자가 없어서 자꾸 독도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는 일본을 폄하하는 외교상 무례한 발언일 뿐 아니라, 한국의 대통령이 독도문제의 본질을 잘 못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비보도' 깨졌음에도 '비보도' 지킨 언론들, 왜?

이런 발언은 당시 언론에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는데, 그리 된 과정이 더 놀랍다. 기자들과 대화를 마친 이 대통령은 춘추관을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기사로) 안 쓸 거지? 쓰지 마세요. (쓰더라도) 잘 써줘야 해. 그래야 내가 또 와서 얘기하지."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잠시 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부랴부랴 춘추관으로 내려와 기자들에게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들은 회의를 열고 '비보도' 요청을 수락했다. 이렇게 해서 이날 이 대통령의 '독도발언'은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당시 한 인터넷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던 필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무원칙적이고 무책임한 '비보도' 태도를 문제 삼아 <오마이뉴스>에 <"일본에 위대한 지도자 나오면..." MB발언 어디로 사라졌나?… 청와대 비보도 요청에 입 닫은 언론>이란 제목의 기사를 기고했다.

* 관련기사 :
<이 대통령이 세 차례나 반복한 '독도 발언' "일본에 위대한 지도자 나오면 달라질 것" >

이로 인해 '독도발언'에 대한 '비보도' 합의(?)가  깨지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다시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론은 더욱 어처구니 없었다. '비보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미 '비보도' 합의가 깨지고 매체를 통해 보도된 내용을 "그래도 보도하지 않겠다"라고 끝끝내 고집한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며칠 후 내 기사를 실어준 <오마이뉴스>의 청와대 출입기자는 2개월 출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독도발언'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 '국익' 차원이라고 했다. '독도 망언'을 감춰주는 것이 국익인가? 대통령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감추어주는 것이 국익인가? 권력 감시와 비판을 소명으로 삼아 과거 대통령 발언 하나하나를 물고 늘어지던 기자들과 그 투철한 기자정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성재 기자는 전 한겨레신문 기자입니다.



#독도#이명박#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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