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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장 예비후보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장 예비후보 ⓒ 남소연

 

분명 그는 '경쟁자'들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 촛불집회, 기륭전자, 용산참사 등 각종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진정성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계산기를 두드려 나오는 그의 당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 이상규 서울시당 위원장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든 생각들이다. 실제로 민노당 내부에선 이 후보 대신 2년간의 의정활동으로 '스타'로 떠오른 이정희 민노당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에게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인터뷰를 하며 그 때의 심경을 물었다.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그 누구보다 서울을 누비며 시민들을 만난 그가 인지도 때문에 이 의원에게 출마를 양보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적잖이 섭섭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진심을 말하자면 전혀 속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이정희 의원, 이수호 민노당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라며 "보다 나은 후보를 선출하려는 노력이고 그 논의가 당 내외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풍성한 논의가 양질의 결정을 가져온다는 주장이었다. 이 후보가 최근 주장하고 있는 '제3기구 시민참여경선'도 그러한 풍성한 논의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했다.

 

제3기구 시민참여경선은 현재 야 5당과 함께 선거 연대·연합 논의를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4곳을 기초로 한 제3기구를 구성, 이 기구의 주도 하에 각 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모두 경선에 출마해 정책과 비전을 겨루자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이계안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각 정당의 예비후보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릴레이 회동을 갖고 있다.

 

"야권 선거연합의 핵심은 두 가지다. 상층 간 협의가 되어선 안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선이 이뤄져 시민들에 의한 후보 검증과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펼치지 않고서는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또 이 후보는 최근 '묻지마 연대'를 비판하며 야권 선거연합 협상에서 이탈한 진보신당에도 "고립주의 내지 자폐증적인 태도"라며 "지금 상황에서 반MB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냐"고 되물었다.

 

그는 특히 진보신당이 제기한 한미FTA, 해외 파병, 비정규직 등의 가치들은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진보신당도 진보집권이라는 대망, 큰 포부를 갖고 함께 손 잡고 갔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다음은 이 후보와의 일문일답.

 

"명박산성 넘지 못한 것은 차후의 정치대안 없었기 때문"

 

- 서울시장 예비후보들 가운데 신인 중의 신인이라 할 수 있다. 주변에서도 당선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이런 불리한 점을 극복하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나?

"결정적인 계기라고 한다면 촛불항쟁 당시 100만 명이 모였는데도 명박산성을 넘지 못했던 때다. 그게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 명박산성 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고 했지만 아무도 그 선을 넘어가지 않았다. 힘이 없어서 못 넘어간 게 아니다. 청와대로 가지 않았던 이유는 차후의 정치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70~80년대엔 DJ, YS라는 차세대 인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의 몰상식적인 사회를 뒤집기 위해선 차세대 정치 대안이 분명히 필요하고 현재의 정치판을 강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다른 후보들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은 모두가 새로운 리더십을 갈망하는 때 아닌가. 3김 이후의 정치대안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수진영은 선진화 담론, 경제 이슈로 쫙 밀고 들어오고 있다. 그에 대응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처럼 혜성 같이 나타나는 정치신인이 필요하고 그것이 오히려 판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을 잘 아는 정치인,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정치인, 서민의 삶 구석구석을 공감할 줄 아는 정치인, 그런 40대의 차세대 기수가 필요하다. 그래야 희망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당내에선 이 후보와 이정희 의원을 견주며 이 의원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섭섭했을 것 같다.

"진심을 말하자면 전혀 섭섭하지 않다. 이정희 의원, 이수호 최고위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다.  보다 나은 후보를 선출하려는 노력이고 그 논의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이정희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것은 그가 2년 밖에 안 되는 짧은 의정기간 중 강렬한 인상을 줬고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데 대한 확인이었다. 이정희의 역할이 있고 이상규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희, 이상규, 이수호가 서로서로를 밀어주고 받쳐주고 그렇게 가는 게 정답이다."

 

"한명숙 전 총리 포함, 시민참여경선 치러야"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4월 초까지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들어오더라도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4월 초까지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들어오더라도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방안으로 '제3기구 시민참여경선제'를 제안했는데.

"야권 선거연합의 핵심은 두 가지다. 상층 간 협의가 되선 안 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경선이 이뤄져 시민들에 의한 후보 검증과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펼치지 않고서는 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경선관리기구를 정당이 아닌 제3기구로 한 것은 공정성의 문제와 함께 정당이 경선 등을 주도하는 방식을 벗어나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야당 모두 훌륭한 분들이 나와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뛰고 있지만 민노당이 봤을 땐 일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들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는 방식, 시민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제3기구 시민참여경선제를 제안했다."

 

-최근 이계안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나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을 만나 이를 설명하고 있는데 나름의 합의를 보고 있나?

"이계안 후보는 상당히 적극적이다. 제3기구 시민참여경선은 이계안 후보가 제기한 '원샷시민경선'과도 공통점이 많다. 오늘(18일) 오전 만났을 때 이 후보와 '5+4 논의'와 별개로 매니페스토 기반의 야권 후보 테이블을 구성해보자고 제안을 받았다. 이해찬 전 총리도 '당원을 중심으로 후보 선출하는 방식이 되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많다'며 오히려 시민 참여라는 긍정성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다만 이 전 총리는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도 당내 경선 없이 예비후보들이 단일 경선을 치르면 좋은데 선거법 상 문제가 있다면 선관위와 논의해 그 의견을 일부 반영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 후보 일정을 보면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판메이커'를 자처하는 것 같다.

"민노당에서도 이상규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판메이커'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상규가 서울시장 후보가 됐다. 현실에 냉정해져야 한다. 단일화하지 않고 누가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나. 그렇기 때문에 누가 단일화라는 새판을 짜고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예비후보 간의 경선이 이뤄진다면 멋진 역전 승부, 일대 파란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늘 정치는 이변과 새로운 변화 속에서 드라마 같은 역동성을 드러낸다. 또 그로 인해 국민들은 희열감을 느끼는 것 아니겠나."

 

-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 4당 합의 과정에선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해 경선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오는 4월까지 협상한다고 잠정 결론 낸 바 있다. 다분히 1심 선고를 앞둔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염두에 둔 협상 아닌가.

"이해찬 전 총리도 '유죄가 된다고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도 아니고 무죄가 된다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고 경계했다. 4월 초까지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한 전 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들어오더라도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최근 핵심 이슈로 떠오른 친환경 무상급식 외에도 ▲ 초등학생 주치의 ▲ 초등학생 졸업까지 아동수당 지급 등 한층 더 공세적인 복지 공약을 내놓았다. 실현 가능한가.

"학교 무상급식은 1조 8천억 원이면 실현 가능하다고 하지 않나. 4대강 사업 예산 중 일부를 하지 않거나 속도 조정만 하더라도 가능한 사업이 무상급식이다. 서울에서 무상급식을 하는 데 약 4300여억 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서울시 한 해 세입은 23조 원 정도. 이 중 한강르네상스에 들어가는 돈이 총 3천억 원, 한강사업본부에 배정된 예산은 약 1400억 원 이상이다. 또 가로 재정비, 남산 재정비 등 눈 먼 돈이 6천 억 원 정도 된다. 이를 조정하면 바로 무상급식 시행 가능하다. 이것만이 아니다. 시장이 역점 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도 2조 원 가량 된다. 이 정도의 재원이라면 앞서 말한 역점사업들 추진할 수 있다.

 

아동수당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월 3만 원씩 지급하려고 한다. 계산해 보니 약 3800억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다. 또 어린이 주치의 제도는 약 2000명 당 각 1명의 의사·간호사·심리치료사·물리치료사를 두는 것인데 모두 합쳐서 509억 원이면 된다. 결국 총 5천억 원 정도면 이 사업들 모두 할 수 있다. 현재 한강르네상스와 같은 '콘크리트 예산'을 조금만 조정하면 된다. 월 3만 원은 사실 얼마 안 되는 돈이긴 하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문제를 개인 영역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영역으로 확대시키는 인식 전환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금융실명제와 쓰레기종량제가 처음 실시하기 전엔 굉장히 어색했지만 실시 후 생활을 바꾸었던 것처럼 이 역시 그렇게 되리라 본다. 무릇 정치란 경제, 사회 전체를 선도하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묻지마 연대? 반MB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강기갑 대표, 곽정숙, 홍희덕, 이정희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국회에서 강기갑 대표, 곽정숙, 홍희덕, 이정희 의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 5+4 회의가 사실상 4+4 회의가 됐다. 진보신당은 현재의 야권 연합 논의를 '묻지마 연대'라고 비판하는데.

"그 비판이 맞다고 생각한다. 묻지마 연대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반MB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을까? 진보신당은 한미FTA, 해외 파병, 비정규직 문제 등을 가치 연합으로 들고 나와 민주당과 같이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소위 야권 연대의 판이 깨지고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면 이 같은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진보신당의 지금 주장이 과연 진정성이 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묻지마 연대 주장은 양날의 칼이다. 진보신당은 자신을 좀 더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진보신당 창당 2주년 토론회에선 가치 연합보다 선거연합 협상을 우선하는 민노당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고립주의라고 본다. 진보신당이 정말로 집권할 생각이 있는지, 진보의 넓은 바다를 한국사회에 물결치게 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 진보라는 기치를 나혼자만 들고 가며 과시할 것인가. 이번 지방선거가 중요한 시험대가 되리라 생각한다."

 

- 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 등을 아우르는 통합진보정당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텐데 새로운 갈등 요소가 되지 않겠나. 분당 당시 서울시당 사무처장으로서 적지 않은 고뇌를 느꼈을 것 같다.

"그 때 단 한 명 남았던 사무처 당직자와 함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엄청나게 뛰었다. 분명 지금도 용납할 수 없는 사람과 행위가 있지만 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지금은 진보신당으로 간 평당원들도 분당이 기정사실화된 그날 밤 술을 마시면서 많이 울었다. 그 때 내가 중앙의 책임자는 아니었지만 그 모습을 보며 평당원의 가슴에 상처를 준 당의 활동, 역량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다. 그러나 단순히 예전 식으로 가는 통합은 안 된다. 서로가 인정하는, 진보의 재창당이 되어야 한다. 또 진보신당도 최근의 5+4 연대·연합 논의에서 소위 선명성만 내세우려고 하는 고립주의 내지 자폐증적인 태도에서 빨리 벗어나 진보집권이라는 대망, 큰 포부를 갖고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

 

- 지방선거에서의 야권 연대·연합 논의에서 각종 진보적 이슈가 함몰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이대론 진보정당이 민주당의 수혈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란 위기감도 있다.

"우선 민주당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선 경고하고 싶다. 분명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 복당, 광주의 선거구 쪼개기 등 최근 민주당의 행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은 한 발만 잘못 내딛으면 한 순간 '멸종된 공룡'과 같은 신세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

 

또 민노당의 이번 지방선거 목표는 민노당이 실제로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야권연대의 한 축은 반MB이지만 또 다른 한 축은 진보집권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은 민노당이 좋은 정책과 이슈를 개발한다고 해 그것이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되거나 표심으로 반응되는 구도가 아니다. 구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연대·연합을 통해 민노당이 수도권에서 당선된다면 이후 민노당 정치인이 지방정치를 어떻게 끌어가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이 후보는 4+4 연대 논의기구 협상이 결렬된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민주당이 지금 대사를 그르치고 있다"며 '멸종된 공룡'의 길을 걸어가는 민주당에 각을 세웠다. 이 후보는 "정말로 민주당이 제1야당인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타살까지 당했는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당리당략에 매몰돼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려는 생각을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협상 결렬 사태는 우근민 전 지사 파문, 광주 선거구 쪼개기 등과 함께 민주당이 국민 심판의 대상이라는 게 확인된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런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을 한나라당과 함께 심판해야 할 세력으로 보고 이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상규#지방선거#5+4 회의#선거연합#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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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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