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삼월 끝물과 사월 첫머리에 봄꽃이 흐드러지게 핍니다. 우리 세 식구 깃들어 지내는 골목동네에서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꽃 그릇 알뜰살뜰 가꾸는 분들 집에서 피어나는 꽃봉우리에 실린 봄내음을 마음껏 맡을 수 있습니다.
비록 조그마한 꽃 그릇 한둘이요, 자가용을 씽씽 모는 분들한테는 보이지 않을 뿐더러, 걸음을 재촉하느라 바쁜 분들한테도 보이지 않습니다만, 아이를 안고 천천히 골목마실을 하는 제 눈과 코와 몸에는 더없이 넓고 시원하고 맑고 푸르게 스며듭니다.
더욱이 올해에는 우리 세 식구 삯을 내며 지내는 2층 마당에 놓인 작은 꽃 그릇에서 피어나는 진달래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집 임자인 할아버지가 알뜰살뜰 가꾸는 숱한 꽃 그릇 가운데 진달래 심은 꽃 그릇이 우리 집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진달래를 마주하며 골목마실을 나가고, 일터인 도서관이 있는 창영동과 둘레 금곡동 송림동에서 진달래를 다시금 마주합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과 2009년 세 해에 걸쳐 어김없이 진달래를 마주했던 금곡동 충남수퍼에서는 올 2010년 사월 첫머리가 되면 다시금 맑고 밝은 진달래가 골목을 환하게 빛내어 주리라 믿습니다.
오늘 낮에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면 아이하고 꽃골목 나들이를 즐겁게 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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