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밥은 먹어야 살듯이, 머리도 돈 없다고 안 깎을 수 있는 것이 못 되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이발소를 찾는다. 몇 년 전 얘긴데 한 번은 동네에 이발소가 생겨서 형광등이 뱅글뱅글 돌아가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 갔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니 약간 붉은 빛 조명이 왠지 여느 이발소 같은 느낌이 안 들고 좀 어색했다.

"여기 이발소 아닌가요?"
"맞긴 맞는데요. 여긴 좀..."
"무슨 뜻이죠?"
"아, 여긴 아가씨들하고 뭣 좀 하고 그러면 요금이 한 70,000원 정도 나오거든요."
"아, 네. 전 딴 데로 갈게요."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다보니 거긴 나 같은 사람들이 갈 곳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이발을 하러 갈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가 이발소를 한 군데 소개해 주겠단다.

경기도 수원 화서동 화양초등학교 정문 맞은편에 스피드 셀프 이발소가 있다. 사장님은 연세가 드신 할아버지라고 해야 맞을 듯싶다. 수원 서울농대 캠퍼스 안에서 30여 년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상대로 영업을 했는데 그만 그 대학이 서울로 이전하는 바람에 동네로 나와 이발소를 차렸다.

이제는 나이도 먹고 또 요새 신세대들이 찾는 그런 유형의 업소를 차릴 수도 없고 해서 고안해 낸 것이 요금을 낮추고 셀프로 면도하고 머리 감는 걸 손님이 알아서 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른 이발소에 비해 삼분지 일도 안 걸린다. 아주 잠깐이면 머리를 산뜻하게 깎을 수 있다.

나한테는 '딱'이다. 딴 이발소에 가면 요리 보고 조리 보고 깎고 또 깎고 시간 무지하게 걸린다. 그리고 대개는 이발소 사장 부인들이 면도를 해 주는데 그것도 시간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면도해 주고, 수건 뒤집어 씌워놓고 두들겨 주고, 코털 깎아주고, 화장품 몇 가지 문질러 주고 그러다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게다가 손님들이 밀려서 기다리기라도 하면 시간은 다 빼앗긴다. 그렇게 수고를 했으니 요금은 만원은 받는 것이다.

근데 내가 가는 이발소는 잠깐 동안 뚝딱하면 이발이 끝난다. 면도야 어차피 집에서 한 거고, 머리도 내 손 멀쩡한데 그 한 번을 뭘 남한테 맡기나. 내가 쓱쓱 감고 4000원 내고 오는 것이다. 값 싸서 좋고 시간 안 걸려 좋다. 그렇다고 처삼촌 벌초하듯 깎는 건 아니니 염려할 건 없다.

이발을 하면서 이발소 사장님의 연설을 듣고 있노라면 이 어르신이 대학 이발소를 운영하시더니 평생 들은 게 많아서인지 참으로 잡상식이 많다는 걸 느낀다. 당신 스스로가 하시는 말씀이 "내가 뭘 배워서 아는 게 아니라 대학 구내 이발관을 하다 보니 유식한 교수님들 얘길 많이 들어서 이렇게 주절댄다"고 하신다.

요새 젊은 사람들이야 뭐 전부 미용실 가서 머리 자르던데 우리 같은 쉰 세대들이야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다. 그야말로 이발소 손님을 전부 미용실에 빼앗겨서 울상이란 말씀도 그 어르신이 하신다. 미용실 명칭도 과거엔 미장원이라 했는데 요새는 헤어 샾, 헤어갤러리, 이용원 등등 다 바뀌었고 또 남자 미용사들이 여성 머리를 하는 숫자가 엄청 많아졌다.

시대가 변하면서 헤어스타일도 갖가지로 변했다. 머리를 화난 것처럼 세우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위에는 깎고 밑엔 길게 기르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또 남자면서도 머리를 길게 길러 매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파마를 한 남자들도 쉽고 볼 수 있고, 머리를 총천연색으로 컬러풀하게 염색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가지가지 모습이 다 제 멋인가 보다.


#이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