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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기간이 지난 오래된 약들 감기약,소화제, 비타민, 글루코사민 등
▲ 유효기간이 지난 오래된 약들 감기약,소화제, 비타민, 글루코사민 등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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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기간 지난 약 가지고 왔어요."
"아이고 아까워라. 많기도 하네요. 진작 드시지."
"그러게요. 어쩌자보니 이렇게 많이 남았어요."

며칠 전, 약사가 내가 가지고간 약봉지를 보면서 하는 말이다. 여기저기 흐트러져있는 약을 보고 오랜만에 약통을 정리하기로 했다. 약통 안에는 소화제, 감기약 등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약들이 있어 꺼내 놓았다. 처방전을 받고 한두 봉씩 남은 약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먹다 남은 비타민(유효기간 2009년 7월), 글루코사민(2009년 10월) 등 많은 약들이 남아있었다. 모두 유효기간이 한참이나 지난 약들이었다. 

어떤 약은 계속 먹으면 살이 찐다는 이유로 먹다가 중단한 약도 있었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들을 들고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약들은 두말 할 필요 없이 버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비타민과 영양제 종류들은 괜스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잠깐 망설이다가 비타민을 한 알 먹어봤다. 시험 삼아. 겉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 정말 있는 것일까? 하는 마음에서다.  얼마나 지났을까? 목구멍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고 배 속에서는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다음날은 다른 종류의 약을 또 한 알 먹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약도 전날 먹었던 비타민과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

아깝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처리 하는 수밖에. 뒤늦게나마 잘 챙겨먹지 않은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남편이 안과와 치과에서 처방받아 조제한 약을 먹다 남은 것도 있었다. 

난 약사에게 그 약들을 한 알씩 먹어 봤는데 몸에서 약간의 반응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니 약사는 "그러면 큰일 나요.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먹을 경우에는 소화 장애, 간의 손상, 피부질환 등 여러 가지 안 좋은 반응이 생길 수 있으니깐 아까워도 절대로 드시지 마세요" 하며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약사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깝다고 먹지 않고 가지고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2년 전, 환경부에서는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 주요하천에서 의약물질농도 검사를 한 결과 27종 중 15종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오래된 약을 복용하는 것도 안 되지만 아무 곳에나 버리는 것 역시 안 되는 것이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은 물론 식수인 하천까지도 오염시켜 식수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오래된 약을 버릴 때에는 캡슐이나 알약은 물론 물약으로 된  항생제 등을 싱크대에 함부로 버리는 경우가 흔한데 이럴 경우 자연생태계에 나쁜 경우를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호르몬제를 함부로 버리면 생태계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한다.

환경부는 2008년 4월부터 가정에서 발생하는 유효기간이 지난 오래된 약 등을 약국에서 수집한 후, 해당 관할 보건소에 모아 보관하면 한국환경자원공사에서 이를 수거해 폐기물처리업체에서 소각 처리한다고 한다.

처방전을 들고 옆에 서 있던 5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주부는 약사와 내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더니,

"아니 약을 왜 이리로 가지고 와요? 집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잖아요."
"유효기간 지난 약은 아무 곳에나 버리면 안돼요. 환경오염에 큰 문제가 생긴데요. 귀찮더라도 약국으로 가지고 오면 모아서 처리해줘요."

"언제부터 그랬어요?"
"꽤 오래 되었어요. 신문 방송에서 여러번 알려준 것같은데."
"난 여태까지 아무 곳에나 버렸어요. 쓰레기 종량봉투나 싱크대에요. 내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오래된 약을 약국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 듣거든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약국으로 가지고 와야겠네요."

난 그에게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도 이야기 해주라고 하니 그도 그런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니 괜스레 뿌듯해졌다. 처방전을 받아 조제한 약은 몸이 괜찮아져도 남은 약을 다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앞으로도 조금은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오래된 약은 약국으로 가져가는 것은 물론, 약이 필요할 때에는 꼭 먹을 약만, 먹을 만큼만 사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오래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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