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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4월 23일 미분양주택 4만호 이상을 감축하고 자금지원을 통해 주택거래를 떠받치는 내용의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아파트 투기버블을 유발한 장본인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를 시인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 하면 건설과 부동산이 떠오를 정도로 부동산 이미지가 강하게 겹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가 꺼내든 미분양 아파트 대규모 매입은 온갖 부동산 규제완화와 저금리 정책과 유동성 확대 그리고 4대강 사업에 이어 내놓은 마지막 카드이다. 이제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더 이상의 대책은 사실상 고갈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것은 건설업체들의 무분별한 물량 공세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서민경제에 직결되는 주택경기와 전체 국내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나 건전한 주택경기를 위해 건설업체의 자구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시기가 잘못됐으며 그 자신부터 먼저 책임을 지고 과오를 시인해야 한다.

그는 부동산 투기버블을 선동하는 정책들을 남발하기 전에 이런 말을 먼저 했어야 한다. 그리고 온갖 부동산 투기버블을 조장하는 부동산 정책들을 남발한 것이 그 자신이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정책실패와 과오에 대해 먼저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식 세대에게 엄청난 빚을 떠넘기고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는 비열한 언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연구소가 이명박 대통령을 부동산 투기 장본인의 하나로 격렬하게 비난하는 이유는 부동산 투기버블 붕괴로 한국 경제와 자식세대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연구소는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비난할 자격이 넘칠 정도로 충분히 있다.

부동산투기가 시작된 지난 2001년부터 우리 연구소만큼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잘못된 정책들을 비판하며 투기버블로 인한 경제 전체의 성장잠재력 하락과 위험을 경고해온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이후 최근까지 10년 동안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우리 연구소가 경고해온 대로 흘러가고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2차 부동산투기 버블의 근원인 뉴타운사업을 무분별하게 추진한 사람은 바로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며, 2007년 대선에서 당선을 위해 사실상 아파트값 올리기를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들을 현혹했던 사람도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당시 당선이 유력했던 이명박 후보가 부동산 규제 완화와 아파트값 올리기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 '부동산 시장을 부양할 대통령 후보'라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 다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그에게 표를 던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당시 열린우리당(지금의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도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도 아파트값을 올리겠다고 나섰던 어처구니 없는 사실은 모두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연구소는 부동산 버블 붕괴가 임박했음을 경고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작년 연말에 우리 연구소가 개최한 '2010년 한국경제 전망' 공개세미나를 통해서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세미나에 800명이 넘는 일반시민들이 강연장을 꽉 메운 채 귀를 기울였다. 작년 연말 무렵에만 해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 부양을 위해 무언가 해주면 다시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겠느냐'라는 식의 막연한 기대감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부동산시장의 투기버블이 여기저기서 소리를 내며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5조원 가량을 투입하여 미분양 주택을 4만호 이상 감축하고 세제감면 및 자금지원 등을 통해 주택거래도 활성화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11.6만호인 미분양주택을 7.5만호로 약 4만호 줄인다는 것이다. 올 6월까지 1.5조원 규모(4월 매입분 5천억 포함)를 매입하고, 하반기에 경기상황을 감안하여 추가로 1.5조원 규모를 매입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주로 중소건설업체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지원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대형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이미 4대강 사업으로 20조원 이상의 공공사업을 발주해주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명박 정부의 중소건설업체판 4대강 사업에 해당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부터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유가 재벌계 대형건설사 부양을 위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역으로 4대강 사업을 통해 재벌계 건설사들을 떠받쳐 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에 소요되는 5조원 가량의 재원 역시 정부예산이 아닌 대한주택보증과 주택금융공사, LH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부 재정적자 규모와 국가채무를 축소, 분식하겠다는 것이다. 장부상으로 아무리 정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축소 은폐한다 한들 실제로 발생하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줄어들 리 만무하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서 주택금융공사나 LH 등에 떠넘긴다고 해서 이들이라고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정부가 저질러 놓은 정책실패와 그 부실을 공기업들에게 떠넘긴다고 해서 문제가 감춰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큰 착각이다. 인천공항철도를 철도공사에 떠넘기고 4대강 사업의 부족한 재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기는 식으로 한다고 해서 이들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대한주택보증의 경우 2008년 2조원을 투입해 환매조건부로 미분양 1만3412가구를 매입했었는데 이번에도 추가로 3조원을 투입해 미분양 2만호를 매입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올해까지 불과 3년 동안에 정부 총지출은 이미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 비해 150조원 가량 늘어났고 국가채무도 100조원 가량이나 급증하여 이미 한계를 넘어선 상태이다. 정부조차도 감당을 하지 못하는 마당에 공기업들에게 떠넘긴다고 해서 공기업인들 얼마나 감당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공기업들의 대량 부실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공기업 부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09회계연도 23개 공기업 결산을 확정한 결과 지난해 공기업의 총부채는 213.2조원으로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의 138.4조원에 비해 불과 2년 만에 74.8조원이나 늘었다.

공기업들의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고 평균 부채비율도 2007년의 107.2%에서 2009년에 153.6%로 46.4%포인트 상승했다. 23개 공기업의 총자산도 2007년의 267.5조원에서 2009년에 352조원으로 84.5조원이나 늘었다. 이로부터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과 2년 동안에 정부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총지출은 200조원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까지 3년 동안에는 최소한 250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0년대 말 IMF사태 때의 공적자금 투입 160조원을 훨씬 뛰어 넘어버린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부동산 투기로 가격이 폭등하던 지난 10년 내내 시장논리를 내세우며 가격 폭등과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를 주장해왔다. 물론 시장논리를 주장하기는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이 그야말로 가장 반시장적이며 가장 무모한 방식으로 투기버블을 떠받치는 대책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주택가격 폭등으로 젊은이들이 결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으며 애 낳기를 꺼려했고 아파트 가격 때문에 국민이 갈라졌다. 사람들이 부동산투기에 묶여 소비가 위축되는 바람에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다. 부동산투기 부양을 위해 온갖 수도권 집중 정책 남발로 서울과 수도권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문제를 백지화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할까.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일본식 부동산 버블은 없다'고 말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일본처럼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은 이르다면서 부동산 가격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떨어지지만 전세값과 지방대도시는 값이 오르고 지방 중소도시는 미분양이 쌓여 있지만 다소 줄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라고 진단했다고 한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는 줄고 있지만 일본처럼 떨어진다고 보는 것은 이르다며 부동산 버블(거품)론을 반박했다고 한다. 그는 또 부동산 문제도 위험한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 미세하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 부동산 가격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은 정책 옵션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참으로 대단히 반시장적인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라면 이명박 정부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어 있는데 미분양 매입에 5조원 이상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과 일본의 정부관료들과 정치권이 한국의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보다 수준이 모자라서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지 못했느냐 하는 것이다. 부동산 버블 붕괴는 그야말로 말 그대로 시장의 힘과 시장의 논리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인위적인 정책으로 막으려 한들 시장의 힘에 의해 일어나는 부동산 버블 붕괴는 막을 수 없다. 설령 막으려 한다고 해도 버블 붕괴로 인한 손실보다 그것을 막는데 드는 기회비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많이 들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면서 경제는 경제대로 자원배분 왜곡과 부실 확대로 성장잠재력을 상실하여 난장판이 되고 최후에는 결국 버블이 붕괴될 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과 3년 만에 정부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총지출 증가는 최소한 250조원을 넘어가고 있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한국경제 전체로 불과 3년 만에 벌써 250조원이나 되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버블 붕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장이 왜곡된 수급 및 가격 불균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아무리 자식세대에게 온갖 빚을 떠넘기면서 인위적으로 막으려 한다 한들 지난 10년 동안 누적되어온 부동산 시장의 왜곡과 모순, 그리고 그로 인한 한국경제의 왜곡과 모순은 결국 시장의 힘에 의해 해소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힘에 맡기는 것만이 경제의 성장잠재력 훼손과 고통의 기간을 최소화하고 기회비용도 최소화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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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든 사람이 자신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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