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생가를 찾았다. 홍길동과 함께하는 시간여행을 위해서다. 홍길동 생가는 홍길동의 고장이라 자부하는 전남 장성군에 있다. 산과 물이 좋은 장성은 아름다운 경관과 유서 깊은 역사의 발자취가 곳곳에 담긴 곳이다.
생가는 초가집 하나 덜렁 있을 줄 알았더니 으리으리한 대궐이다. 전시관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다.
장성을 얘기하면 사람들은 흔히들 선비정신을 말한다. 이곳의 선비들은 학문을 갈고 닦기에만 그치지 않고 학문을 배우고 익혀 백성의 모범이 되고 모든 사람들에게 그 덕행을 실천하였기 때문이다.
"상감마마.
모 지역의 모 감사가
백성들을 괴롭히고 재물만을 긁어모으니,
홍길동이 상감마마를 대신하여
혼찌검을 내주었음을 아뢰옵니다."
화살에 꽂힌 족자와 상감마마를 부르는 글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새겨야할 그 어떤 강한 울림이 담겨있는 것 같다.
마구간에는 몸이 썩 잘빠진 말이 한 마리 있다. 안내자를 자처한 인빌뉴스의 서정철 기자는 그 말을 홍길동 아버지 자가용이라고 소개했다.
대궐 같은 기와집 옆의 초가가 홍길동 생가다. 안방에는 길동의 생모가 자수를 놓고 있다.
민중의 영웅 홍길동은 어떤 인물일까? 홍길동은 서자출신으로 홍판서와 시비(侍婢) 춘섬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러한 탓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한을 품고 살았다.
소설속의 주인공으로만 알려진 민중의 영웅 홍길동은 조선왕조 연산군일기 중종실록에 그에 관한 기록이 있다. 장성 황룡면 아차계곡에서 태어난 실존인물이다. 생가 터에서는 백자와 분청사기가 발굴되었으며 생가 터는 자리를 옮겨 원형대로 복원하였다.
홍길동 전시관에는 생가 터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과 홍길동 캐릭터, 1천여 권의 관련책자가 전시되어 있다. 생가는 안채, 사랑채, 문간채 등의 목조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생가 내부에는 당시의 등장인물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다.
산까치가 무리지어 모이를 먹고 있다.
활빈당 산채로 향한다. 홍길동은 '활빈당'을 조직하여 부패한 양반들이 가진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썩은 관리들을 혼내주었다. 이곳은 활빈당원들이 기거하던 곳이다.
망루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니 산채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지형이 아늑하고 산세 또한 좋다.
오늘날까지 부패의 고리가 이어지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속성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를 빼앗기면 둘을 쟁취한다고 한다. 부패한 관료들을 혼내주고 어려움에 빠진 백성들을 도와줬던 신출귀몰한 홍길동이 문득 그립다. 우리 시대에는 진정 어려운 서민을 구원할 홍길동 같은 인물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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