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30일 오후 8시]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해역에서 천안함의 재질과 다른 파편을 수거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보수세력들이 북한개입설을 강력히 주장하는 상황에서 군 당국의 발표가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가 될지 주목된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수거 채증물 549점 가운데 297점을 감정 의뢰해 천안함 재질과 다른 것으로 보이는 금속성분 4건과 플라스틱 1건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이 사고현장에서 수거한 금속성분에 대한 분석 결과를 묻자 김 장관은 "(문제의 금속 파편은) 알루미늄 쪼가리인데 우리 것(함정)과는 좀 다른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미세한 3㎜ 정도 되는 조그마한 파편부터 4∼5㎝인 것도 있다"며 "함정 내에 있는 재질과 같은 경우에는 금방 확인되고, 그 이외에 확인이 안 되는 것을 중점 분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어뢰가 알루미늄 합금으로 돼 있고 기뢰가 강철 재질로 되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알루미늄 파편의 검출은 기존의 외부폭발설이 어뢰공격설로 구체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 의원이 "어뢰 공격이냐"고 묻자 김 장관은 "물증을 찾지 못해 명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어뢰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파편 가운데 화약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혀 문제의 파편이 어뢰가 아닐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또한 김 장관은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로부터 우현 윗방향으로 선체를 절단한 버블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방장관의 이같은 보고에 대해 '짜맞추기'라고 반발했지만, 여당 의원들은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등 현격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이번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버블제트로 인한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져 있는데 '어뢰에 의한 타격'이라고 프레임을 정해놓고 이에 짜맞추려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안 의원은 "버블제트라면 사고를 당한 생존자들의 고막이 손상됐을 텐데 그렇지 않았고 아무리 수평 버블제트라고 해도 견시병들이 관측하지 못하는 등 미스테리가 많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어제(29일) 천안함 영결식장에서 한 모친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지금 전 국민들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은 또 이런 장난을 할 것이 뻔하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곧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추대될 예정이다.
한나라당 소속 김학송 국방위원장도 "국민들은 누가 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고, 대부분의 군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김정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군사적 보복에 대해 무력시위 방법으로 핵 폭격기 배치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하자 김태영 장관은 "좋은 무력시위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김 장관은 더 나아가 "여러 안들을 발전시키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자위권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군사대응을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안규백 의원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 의지대로 보복 공격을 위한 자위권 발동이 가능하겠냐"고 묻자 김 장관은 "한·미간 긴밀한 협조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동의 없이는 우리 군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대북 군사작전을 펼 수 없는 현실을 자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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